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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심리학- 평면에 움직임을 담다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 관람

인문쟁이 김민정

2019-06-11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 미술관에서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 제목이 참 독특하다. 정말 안 봐도 인생에 아무 상관없으니 오지 말라는 걸까? 아니면, 와서 보지 않으면 후회하니 꼭 봐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걸까? 궁금증을 풀고 싶다면, 미술관을 방문해 보자.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 서울미술관 석파정 거인 서울미술관 2019년 상반기 기획전

▲ 서울 미술관 /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 포스터 ©김민정


전시 포스터에는 마운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주인공인 플로렌스(Florence)의 옆얼굴이 그려져 있다.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다.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보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나 보다. 게임이라고 하면 폭력적인 장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에게는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게임은 플로렌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animation)이다.


애니메이션의 원리, 잔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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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플로렌스(Florence)>(2018)의 일부 화면 ©김민정


위 사진은 게임 <플로렌스>의 일부 장면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를 보면,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이 있고, 아래 조각 맞추기와 같은 미니 게임이 있다. 플레이어는 그들의 대화를 상상하면서, 드래그하거나 터치하여 조각을 맞춘다. 그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조작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된다. 애니메이션은 연속된 그림이 빠르게 넘어가며, 마치 그림 속 대상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은 인간의 착시를 이용한다. 이 시각심리학 원리를 ‘잔상 효과(afterimage effect)’라 부른다. 잔상 효과란, 망막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때, 바로 전에 보았던 정보가 잠깐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의 가운뎃점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하나의 초록색 원이 그려진다.


잔상효과

▲ 잔상 효과의 예 ©Wikimedia


왜 초록색 원이 나타나는 것일까? 작은 진홍색 원들은 빠르게 깜빡이면서 찰나의 시간 동안 망막에 시각 흔적을 남긴다. 진홍색을 보고 반응한 시각 세포는 곧 적응되면서 피로해지고, 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 색과 대립하는 초록색 원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빠르게 화면을 돌리지 않더라도, 2차원 평면에서 잔상 효과가 발생하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평면

 

시간의 풍경

▲ 이형준의 <시간의 풍경>(2017) ©김민정


전시되었던 두 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이형준은 <시간의 풍경>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연결하여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묘사하였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지하철 플랫폼에 서서 초조하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그림 속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면서 각자의 일터를 향해 서두르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요란하게 진출입하는 지하철 소음도 들린다. 연속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각각의 움직임을 한 화면에 담고자 한 시도는, ‘크로노포토그래피(chronophotography)’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크로노포토그래피는 1880년대 프랑스 생리학자 에티엔 쥘 마레(Etienne-Jules Marey)가 고안한 사진 기법으로, 한 장의 사진에 각 순간을 연속으로 찍고 나열하였다.


 

▲ 크로노포토그래피의 예 ©Wikimedia


크로노포토그래피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임을 구현한 <시간의 풍경>에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출근길을 재촉하는 현대인의 마음이 담겨있다. 작가는 정신없이 사느라 바쁜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그림 속 사람들 곁으로 우리를 초대하면서, 당신만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고, 당신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을 건넨다. 이러한 공감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예술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 보게 하려는 전시 의도와 잘 맞아 떨어진다.

 

찰나에 느껴지는 움직임

 

 

▲ 오쿠야마 요시유키의 <베이컨 아이스크림(Bacon Ice Cream)>(2013~17) 사진집 일부 ©김민정



오쿠야마 요시유키의 작품에선 사뭇 다른 방식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장면이 연결된 방식이 아니라, 찰나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베이컨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진집 이름은, 작가가 유럽에 갔을 때 우연히 먹었던 독특한 음식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참신한 구조와 색감으로 담아낸다. 그의 사진은 새롭고 신선하여, 보는 이에게 신비감을 주고 추억에 잠기게 한다. 우리도 일상을 조금만 비틀어 바라본다면, 그의 사진집 이름처럼 매 순간을 생동감 넘치는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공간에서 시간 느끼기


아침 이정우 황선태 이형준 Nakamura Yugo 노연이 낮 DROL 문제이 배달의 민족 Mountains Studio 김명실 저녁 이오 Yoshiyuki Okuyama 김혜진 김태연 정다운 새벽 지호준 Amy Friend 이영은 열린책들 빛나는 채우승

▲ 시간대별 참여 작가 소개 ©김민정


미술관은 작가 21팀의 작품을 아침, 낮, 저녁, 새벽 순으로 전시한다. 4개의 공간에 각각 다른 시간이 배정된 것인데, 일반적으로 시간에 맞춰 공간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색다른 재미다. 우리는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낮에는 일하러 가며,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온다. 시간에 따라 공간이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거꾸로다. 이를테면, ‘아침 공간'에 들어서서 작품을 감상하며 시간을 느끼는 식이다. 공간 안에 시간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 미술관 3층과 연결된 석파정 © 김민정


공간 속 시간 여행이 끝나, 미술관 3층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이곳에서도 공간 안에 시간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석파정은 조선의 왕, 고종이 임시로 머물며 신하들과 나랏일을 의논하였던 곳이다. 고풍스러운 옛집과 노송을 마주하고 앉아있으면, 과거 역사 속 어느 한 장면에 내가 실재한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전시

전시명: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

기간: 2019.4.3.(수)~2019.9.15.(일)


○ 공간 정보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201번지 석파정 서울미술관

운영시간: 10:00 ~ 18:00 *월요일 휴관

전시 정규 해설 일정: 12:00 / 16:00


○ 관련 링크

홈페이지 : https://seoulmuseum.org/

오시는 길 : https://seoulmuseum.org/CONTACT


○ 사진 촬영_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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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심리학을 전공한 미술관 도슨트. 미술에 심리학을 접목한 <미술로 보는 심리학>을 강의하고 블로그 <미술 감상 심리학>을 운영하면서, 미술 심리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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