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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기대되는 오늘, 시니어 칸타빌레

시니어 악기 교실 ‘촌티서울’

인문쟁이 김정은

2019-06-06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이 듦’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 희끗해져가는 머리칼, 침침해져가는 눈, 말을 듣지 않는 두 다리. 허나 이러한 신체 노화보다도 우리가 더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신의 노화다. 이를테면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삶. 더 이상 열정을 불태울 무언가가 없다는 허무함. 그래서 때때로 사회는 노인을 그저 묵묵히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기, ‘늙은 사람 老人’보다도 ‘연륜 있는 사람 senior’로 불리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인생의 끝을 바라보며 현실에 순응하는 수동적 삶이 아니라 오늘의 하루하루를 흥겹게 ‘살아가는’이들. 그래서 또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는 이들. 노래하듯 삶을 연주하는 시니어 칸타빌레, 시니어 악기 교실 ‘촌티서울’을 찾았다. 


락희거리 7

▲ '락희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김정은

 

촌티서울 종로 문화사랑방 고향집

▲ '촌티서울' 외관 김정은

 

 촌티서울 음악교실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우리는 다같이 그때로 돌아갑니다 인기교실 기타 우쿨렐레 오카리나 클라리넷 포켓삭스  하모니카 아코디언 섹소폰

▲ '촌티서울'  입구에 붙어 있는 홍보 포스터 김정은

 

 

촌티서울 음악교실 월 11:00 하모니카 초급 14:00 하모니카 중급 16:00 화 하모니카 초급 14:00 클라리넷 포켓삭스 16:00 색소폰 수 11:00 하모니카 초급 14:00 아코디언 초급, 중급 16:00 기타 초급 목 11:00 오카리나 14:00 오카리나 금 11:00 기타 중급 14:00 하모니카 초급 16:00 하모니카 중급 토 11:00 아코디안 14:00 우쿨렐레 16:00 우쿨렐레 일 14:00 하모니카 초급 16:00 하모니카 중급

▲ 음악 교실 시간표 김정은

 

종로 3가역 5번출구로 나와 약 90m를 걸으면, 낙원악기상가 입구와 맞닿은 골목의 초입에서 ‘락희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락희거리’는 지난 2016년 서울시 주관으로,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부터 낙원악기상가까지 약 100m의 구간에 조성되어있는 시니어 친화거리이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홍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촌티서울’은 이 ‘락희거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촌티서울'의 홍석봉 대표를 만나보았다. 



소외된 어르신들을 세상으로 이끄는 것은 삶에 대한 동기부여 



촌티서울 홍석봉 대표

▲ '촌티서울'의 홍석봉 대표 김정은


Q. ‘촌티서울’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촌티서울’은 2016년 법인을 설립해, 2018년 국토교통부에 의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시니어 전용 악기 교실입니다. 한국 시니어 문화의 중심지인 종로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악기 교실을 운영하고, 공연을 개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문 앞에 붙은 강의 시간표를 보니, 악기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던데요. 

네. 현재 하모니카, 오카리나, 아코디언, 포켓삭스, 클라리넷, 기타, 우쿨렐레반이 개설되어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어르신들에게 악기를 대여해드리기도 하고요, 낙원악기상가와 협약해 시중가의 절반 정도 가격으로 제공해드리기도 합니다. 


Q. ‘촌티서울’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를 알고 싶어요. 

법인을 설립한 건 2016년이지만, 악기 교실을 처음 연 건 지난 2007년이었어요. 처음에는 작은 동아리 단체였는데, 당시 한국 최초의 시니어 전용 극장인 ‘실버영화관’에서 매주 월요일 상영이 끝나고 30분 정도 무료 봉사 공연을 하게 됐어요.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근처 <추억더하기>라는 음악 감상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게 됐는데, 그 때 지나가시던 어르신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셨죠.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시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배우신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때 처음으로 하모니카 교실을 열게 됐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실제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하시는 분들이 열 분정도 계세요. 어느덧 평균 70대 후반 정도의 연세이신데도 열정이 대단하시죠. 


Q.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면, ‘촌티서울’의 탄생에는 ‘할리우드 극장’, ‘추억 더하기’ 등 종로의 또 다른 공간들의 공도 큰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촌티서울’이라는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그게 바로 이곳 ‘락희거리’가 소중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촌티서울'의 목표나 지향점이 있을까요? 

사실 전문성을 지니신 분들은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기가 수월해요. 반면 그렇지 못하신 분들은 소외되고 세상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죠. 제가 어르신들이 무료 봉사 공연에 참여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충분한 열정과 가치 있는 삶의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마땅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집안에만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 분들이 이곳에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갖고, 봉사 공연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돕고 싶어요. 더 나아가 이를 통해 '락희거리'를 어르신들만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께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변화, 그 자체가 인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악기를 배우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바로 인문 아닐까요?  


클라리넷 포켓삭스 수업현장

클라리넷 포켓삭스 수업 현장

▲ 클라리넷, 포켓삭스 수업 현장 김정은

 

홍석봉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악기 수업을 참관했다. 이 날의 악기는 클라리넷과 포켓삭스. 강사의 선창에 이어 모두 진지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열정의 불씨가 타오르는 순간, 시작되는 제 2의 인생



클라리넷 강사 김선오

▲ 클라리넷 강사 김선오 씨 김정은

 

“이 곳에서 수업을 시작한지는 5년 정도 됐어요.” 

수업 시간 내내 분주하게 교실들 돌아다니며 수강생들을 가르치던 클라리넷 강사 김선오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냐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뇌졸중이 있어 손이 달달 떨리는데도 꿋꿋하게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분이 참 기억에 남아요. 평생 꿈이 악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오셨죠. 그렇게 열정적일 수가 없었어요. 악기를 연주하며 실제로 손 떨림 증세가 많이 호전되기도 하셨어요. 지금은 아내 분이 아프셔서 병간호를 하시느라 못 오고 계신데, 하루 빨리 돌아와 다시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부터) 수강생 박진권, 안정희, 임춘자 씨 김정은

 

“집에만 있으면 몸이 금방 축나요. 이렇게 밖에 나와서 같이 악기도 연주하고, 대화도 나누고, 새로운 사람들 만나면 활력이 돌아 좋죠.” 


‘촌티서울’의 수강생들은 악기를 접한 계기도, 연주 실력도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 ‘촌티서울’의 하모니카 강사이자 클라리넷 수업 수강생인 임춘자 씨는 악기를 연주하며 제 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무료 봉사 공연을 하며 봉사 훈장까지 받았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연대와 협약, 제 2의 ‘촌티서울’을 꿈꾸다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들어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시니어 전용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국내 최초 시니어 극장 ‘실버영화관’, 시니어 전용 음악 감상실 ‘추억 더하기’, 시니어를 위한 이발관 ‘스타 이발관’까지. 산뜻하게 꾸며진 외관만큼이나 공간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표정도 밝아보였다. ‘촌티서울’의 탄생은 근처 여러 공간들의 연대와 협약이 있어 가능했다는 홍대표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제 2의 ‘촌티서울’이 탄생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이 오선지 위를 수놓은 음표처럼 흥겹게,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소중한 공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길 바란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울 종로구 종로17길 50 ‘촌티서울’

○ 대표 번호 : 홍석봉 대표 010-9131-1945

○ 대표 사이트 링크 : 다음 카페 ‘5080 토리토리’ 

○ 사진 촬영 : 김정은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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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김정은
인문쟁이 김정은

2019 [인문쟁이 5기]


아는 것이 꽤 있고 모르는 것은 정말 많은, 가끔 어른스럽고 대개 철이 없는 스물넷. 말이 좀 많고 생각은 더 많다. 이유없이 들뜨고 가슴이 설렐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 모두 글을 쓴다. 때때로 물안개같이 느껴지는 삶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사람답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람다워지고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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