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서 맨발은 보통 ‘청춘(靑春)’이란 단어와 함께 이어진다. 1964년 영화로 등장한 <맨발의 청춘>이 그 시작을 알렸고, 1997년 남성듀오 벅(BUCK)이 <맨발의 청춘>이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 맨발의 이미지와 가까운 것은 후자라 할 수 있다. ‘갈 길이 멀기에 서글픈 나는 지금 맨발의 청춘 / 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거야 간다 와다다다다’ 하는 가사는 이 노래를 한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구절이다.
맨발의 이미지는 강렬하여, 잊을 만하면 부활하곤 했다. 이미지가 중요한 대중음악 시장에서 맨발은 상당히 매력적인 콘셉트일지 모른다. ‘맨발의 디바’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이은미, <보름달>이라는 노래를 통해 맨발 퍼포먼스를 선보인 선미가 우리 기억에 남은 대표적인 ‘맨발’이라 할 수 있다.
맨발은 대전의 한 축제에도 있다. 보는 맨발이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맨발이다. 참여하는 모두가 맨발로 황톳길과 산의 감촉을 느끼는 축제다. 바로 대전 장동산림욕장 일원에서 열린 계족산 맨발 축제이다. 맨발 걷기를 중심으로 에코 힐링 문화 체험, 맨발 마라톤, 뻔뻔한 클래식 공연 등 풍성한 프로그램과 함께 5월 11일부터 12일까지 진행했다.
계족산도 발과 관련이 있다. 닭(鷄)의 발(足)을 닮았다는 산(山)이기에 축제와 더욱 어울린다. 장동산림욕장에 막 들어서자 ‘대전에도 이런 산이 있었어?’ 문득 놀라게 하는, 우묵한 산세가 펼쳐진다. 도시의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이런 산은 생경하면서 신선할 것이다. 축제는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황톳길은 입구에서 더 걸어야 나왔다. 들어갈 수록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입구 한편에 잔뜩 벗어놓은 신발을 보며, 이곳이 정말 맨발 축제가 맞구나 했다. 모든 이가 맨발이라는 모습에 신이 났지만, 특히 아이들이 즐거워 보였다. 신발을 벗지 않으려는 어른, 거리낌 없이 벗으려는 아이의 대비를 지켜보는 재미도 축제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주장에 못 이겨 맨발로 황토를 걷기 시작한다.
황톳길을 10분 정도 걷자 ‘황토머드 체험’이라는 공간이 나온다. 보령머드축제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공간인데, 의외로 장소가 좁고 체험하는 사람도 적다. 여기에 눕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산림욕장 입구와 사방저수지를 지나자 이벤트 존이 등장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캐리커처, 토우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황토 염색 체험, 공방 체험, 페이스 페인팅, 네일 아트, 풍선 아트, 맨발 도장 찍기, 맨발 제기 차기 등 맨발과 황토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던 것은 대전동구문화원에서 진행한 캐리커처 존이었다. 아마 사람들은 이 축제에서 남길 만한 것을 찾았던 모양이다. 맨발 도장 찍기 존에서 자신의 발 모양을 찍어 집으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한껏 신나 보인다.
이 축제의 매력은 맨발이라는 이색도 있지만, 숲속의 클래식이라는 이색도 있다. 이색과 이색의 조합은 신선함을 남긴다. 축제 기간 14시 30분부터 15시 30분까지 1시간 진행되었던 ‘뻔뻔한 클래식’은 뮤지컬 곡과 팝페라 곡 몇 개를 선보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색적인 산속 공연장과 독특한 가수의 복장은 그 어떤 축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험이었다.
오늘도 초심을 잡는다. 나는 왼쪽이 현저하게 부족했지만, 그것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왼손은 조금씩 나의 오른손을 파고들었다. 나의 두 손이 깍지를 낀 것 처럼, 아무런 느낌없이. 처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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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입니다. 이상한가요?
이색적인 장동산림욕장 계족산 맨발 축제
인문쟁이 노예찬
2019-06-04
▲ 장동산림욕장 입구 ©노예찬
계족산의 맨발을 보기 전에 ‘맨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대중문화에서 맨발은 보통 ‘청춘(靑春)’이란 단어와 함께 이어진다. 1964년 영화로 등장한 <맨발의 청춘>이 그 시작을 알렸고, 1997년 남성듀오 벅(BUCK)이 <맨발의 청춘>이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 맨발의 이미지와 가까운 것은 후자라 할 수 있다. ‘갈 길이 멀기에 서글픈 나는 지금 맨발의 청춘 / 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거야 간다 와다다다다’ 하는 가사는 이 노래를 한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구절이다.
맨발의 이미지는 강렬하여, 잊을 만하면 부활하곤 했다. 이미지가 중요한 대중음악 시장에서 맨발은 상당히 매력적인 콘셉트일지 모른다. ‘맨발의 디바’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이은미, <보름달>이라는 노래를 통해 맨발 퍼포먼스를 선보인 선미가 우리 기억에 남은 대표적인 ‘맨발’이라 할 수 있다.
맨발은 대전의 한 축제에도 있다. 보는 맨발이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맨발이다. 참여하는 모두가 맨발로 황톳길과 산의 감촉을 느끼는 축제다. 바로 대전 장동산림욕장 일원에서 열린 계족산 맨발 축제이다. 맨발 걷기를 중심으로 에코 힐링 문화 체험, 맨발 마라톤, 뻔뻔한 클래식 공연 등 풍성한 프로그램과 함께 5월 11일부터 12일까지 진행했다.
▲ 황톳길과 맨발 ©노예찬
숲을 보고, 흙을 느끼고, 축제를 남기다
계족산도 발과 관련이 있다. 닭(鷄)의 발(足)을 닮았다는 산(山)이기에 축제와 더욱 어울린다. 장동산림욕장에 막 들어서자 ‘대전에도 이런 산이 있었어?’ 문득 놀라게 하는, 우묵한 산세가 펼쳐진다. 도시의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이런 산은 생경하면서 신선할 것이다. 축제는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 황톳길의 질감 ©노예찬
황톳길은 입구에서 더 걸어야 나왔다. 들어갈 수록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입구 한편에 잔뜩 벗어놓은 신발을 보며, 이곳이 정말 맨발 축제가 맞구나 했다. 모든 이가 맨발이라는 모습에 신이 났지만, 특히 아이들이 즐거워 보였다. 신발을 벗지 않으려는 어른, 거리낌 없이 벗으려는 아이의 대비를 지켜보는 재미도 축제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주장에 못 이겨 맨발로 황토를 걷기 시작한다.
황톳길을 10분 정도 걷자 ‘황토머드 체험’이라는 공간이 나온다. 보령머드축제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공간인데, 의외로 장소가 좁고 체험하는 사람도 적다. 여기에 눕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 황토 머드 체험 ©노예찬
산림욕장 입구와 사방저수지를 지나자 이벤트 존이 등장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캐리커처, 토우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황토 염색 체험, 공방 체험, 페이스 페인팅, 네일 아트, 풍선 아트, 맨발 도장 찍기, 맨발 제기 차기 등 맨발과 황토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던 것은 대전동구문화원에서 진행한 캐리커처 존이었다. 아마 사람들은 이 축제에서 남길 만한 것을 찾았던 모양이다. 맨발 도장 찍기 존에서 자신의 발 모양을 찍어 집으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한껏 신나 보인다.
▲ 이벤트 존 풍경 ©노예찬
▲ 나만의 맨발 도장 찍기 ©노예찬
맨발과 클래식이 만나는 이색(異色)
▲ 맨발로 걷는 숲 ©노예찬
이 축제의 매력은 맨발이라는 이색도 있지만, 숲속의 클래식이라는 이색도 있다. 이색과 이색의 조합은 신선함을 남긴다. 축제 기간 14시 30분부터 15시 30분까지 1시간 진행되었던 ‘뻔뻔한 클래식’은 뮤지컬 곡과 팝페라 곡 몇 개를 선보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색적인 산속 공연장과 독특한 가수의 복장은 그 어떤 축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험이었다.
▲ 뻔뻔한 클래식 공연 ©노예찬
맨발로 올라온 사람들이 맨발로 하산한다. 맨발이지만 두 손은 이벤트 존에서 얻은 무언가로 넉넉하다. 빈손이 아닌, 추억 하나라도 가져갈 수 있는 이 축제는 맨발이라는 이색과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 행사 정보
주소 : 대전광역시 대덕구 회덕동 455-2 계족산 황톳길
일시 : 2019. 5. 11(토) ~ 12(일), 09:00~16:30
연락처 : 042-530-1832
○ 관련 링크
계족산 맨발축제 : https://www.barefootfesta.com
○ 사진 촬영_노예찬
장소 정보
2019 [인문쟁이 5기]
오늘도 초심을 잡는다. 나는 왼쪽이 현저하게 부족했지만, 그것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왼손은 조금씩 나의 오른손을 파고들었다. 나의 두 손이 깍지를 낀 것 처럼, 아무런 느낌없이. 처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쓰자.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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