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는 도시의 음표 같다. 크고 다이내믹한 서울이라는 교향곡에서 마을버스는 악장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경쾌한 반복구 같다고 할까. 다른 버스들에 비해 작은 몸집에 완두콩껍질 같은 짙은 연두색을 한 마을버스는 무채색 도로를 오가며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간선버스나 지선버스보다 작은 구역 단위의 마을을 오간다고 해서 '마을버스'라 불리며, 주로 고지대의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산업 단지 등의 사람들을 환승 교통 구역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 그 중에서도 서울의 종로 08번 마을버스는 혜화동과 명륜동 사이를 오가며 높은 승차인원을 기록하는 버스 노선이다. 오늘은 이 08번 마을버스를 따라 리듬을 타듯 여행해보려 한다.
▲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을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붉은 벽돌의 건물과 건물 외벽을 덮은 초록색 담쟁이 넝쿨은 혜화역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다. 키 큰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정류장이다. 수십 개의 소극장들이 있는 동숭동과 아르코 예술극장이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은 두 말하면 입 아픈 서울의 문화 명소. 08번 마을버스는 종로5가에서 회차해 이화동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 이화동 정류장에서는 서울사대부속 초등학교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을 태웠고, 마로니에 공원 정류장에서는 성균관대학교 로고가 붙은 옷을 입은 대학생들을 태웠다. 작은 체구로 한껏 승객을 실은 연두색 버스는 이제 혜화동 로터리로 향한다.
▲ 「혜화동 로터리」 정류장을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맞은편 도로 너머로 '혜화동 성당' 건물의 십자가가 보이는 이곳은 「혜화동 로터리」 정류장이다. 로터리를 지나면 좁은 이차선 도로가 나타나는데 이쯤에서 마을버스는 속도를 줄인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미터 마다 과속 방지턱이 있어 천천히 가지 않으면 작은 마을버스가 텅텅 거리며 흔들리기 때문이다.
▲ '혜화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문구점과 분식점, 학원들이 모여 있는 이 길은 해마다 ‘아이들 축제’가 열리는 봄이면 축제에 참가한 아이들로 가득 찬다.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던 도로는 솜사탕을 먹고 비눗방울을 부는 아이들의 차지가 되고, 화려한 가면극과 거리 공연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 날만큼은 차량 운행이 통제돼 08번 마을버스도 이 구역의 정류장들을 통과할 수 없다. 1년 365일 중 유일하게 08번 마을버스가 노선을 바꿔 운행하는 날이라고나 할까.
▲ ‘국민생활관’ 앞 로터리를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버스는 이제 두 번째 로터리로 향한다. 로터리 중앙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 이곳은 「국민생활관」 정류장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세운 스포츠센터인 이 건물의 정식 이름은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이다. 생활관 입구에 들어서면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과 함께 스포츠센터라면 빼놓을 수 없는 수영장 냄새(?)가 방문객을 반긴다. 생활관 옆으로 약 3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롭게 지어진 건물은 '아이들 극장'이다. 1988년에는 '국민'이 공공시설물 명칭의 기본이었다면 2017년에는 '아이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 ‘종로 아이들 극장’과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의 외부 모습 ⓒ김은영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는 전용 극장답게 로비 모습부터 컬러풀하다. 입구에 서 있는 키 큰 기린 인형은 초록색 풀을 입에 물고 있고, 의자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공연이 없는 날이라 아쉽게도 공연장 안을 볼 수 없었지만 극장 밖에서 미끄럼을 타고 노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명의 아이가 계단 비탈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미끄럼을 타자 스포츠센터에서 나온 젖은 머리카락의 여자들이 아이들을 보며 말한다. "너희들 그러다 옷 다 버린다!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나지!"
▲ ‘종로 아이들 극장' 안 로비 모습 ⓒ김은영
「국민생활관」 정류장을 지나면 마을버스의 장기가 발휘되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1부터 5까지 오르막의 난이도 등급을 매긴다면 이 구간의 난이도는 2정도라고 할까. 08번 마을버스는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 앞에서 살짝 살짝 속도를 줄이며 오르막을 오른다. 길을 따라 직진 방향으로 쭉 가면 성균관대학교 정문이 나오고, 우회전 하면 ‘명륜 시장’ 이 나타난다. 마을버스는 두 개의 길 중 좁고 복잡한 길로 접어든다. 양쪽으로 작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이 길은 차와 사람들이 붐비는 이면도로라 버스가 지나기에 수월치 않다. 하지만 마을버스는 길의 작은 굴곡까지도 알고 있다는 듯 능숙하게 시장을 통과한다. 정류장 표지판도 없는 「명륜 시장 성대 후문」 정류장에 다다르면 학교 셔틀버스 대신 마을버스를 탄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우르르 내린다.
▲ ‘명륜동 와룡 주차장’ 앞을 지나가는 마을버스와 ‘어린이 청소년 국학도서관’ 입구 모습 ⓒ김은영
얼마 전 이곳에는 새로운 문화시설이 생겼다. 오랫동안 잡풀들이 자라나는 버려진 공터였던 시장 한 쪽에 몇 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와룡 공영주차장 및 문화센터'가 생긴 것이다. 건물의 지하 이층과 지상 삼층까지는 공영주차장이고, 사층과 오층에는 스포츠센터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의 정식 명칭은 ‘어린이 청소년 국학 도서관.’ 햇살이 가득 비치는 도서관 안에 머물면 아장아장 어린이실로 걸어가는 유아들을 만날 수 있다. 오후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교복 입은 청소년들도 보인다. 도서관 안에는 어린이 자료실과 세미나 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세미나 실에서는 각종 전통 공예 강습과 아이들을 위한 역사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린다고 한다.
▲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 열람실과어린이자료실 ⓒ김은영
종점, 또 다른 길의 시작
‘명륜 시장’ 길이 복잡한 시장 도로 통과하기 코스였다면 이 지점부터 종점까지는 오르막 코스의 정점이다. 오르막 난이도 4에서 5정도라고 할까. 처음 버스를 타고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은 창밖의 높은 오르막 기울기에 놀랄 것이다. 역시나 정류장 표지판이 없는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면 난이도 등급은 5를 벗어나 측정 불가로 치솟는다. 이 정도 오르막이면 눈 오는 날엔 마을버스가 오가지 못할 것 같지만 밤새 눈이 내려도 버스가 다니는 새벽 다섯 시가 되면 길 위의 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 「명륜3가종점」에서내리면보이는 '한양도성'가는길 ⓒ김은영
좁은 길 통과하기와 오르막길 코스를 무사히 마친 마을버스는 드디어 종점에 다다른다. '뛰뛰뛰' 울리는 경보음과 함께 버스가 후진해 멈추면 남아 있는 승객들이 모두 내린다. 종로 08번 마을버스의 길은 여기까지. 하지만 버스 밖으로 또 다른 길이 시작한다. 버스 정차 지점의 바로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양도성 길 중 하나인 북악산 성곽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 '북악산 성곽길'로 향하는 계단 ⓒ김은영
초여름의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아침, 성곽길로 향하는 계단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친다. 흰 얼룩이 섞인 검은 고양이가 나른한 몸짓으로 그루밍을 하고 있다. 고양이를 지나쳐 와룡공원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산책하다 다시 계단으로 돌아온다.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손 글씨로 쓴 나무 안내판이 보인다. ‘8번 마을버스 타는 곳.’ 마치 악보의 마지막 소절에서 도돌이표를 만난 기분이다. 다시, 마을버스를 타러간다. 연두 빛의 작은 마을버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무심한 듯 성실하게, 오늘도 08번 마을버스는 혜화동과 명륜동을 오가며 도시의 리듬을 만든다.
종로 08번 마을버스 여행
안녕, 마을버스
인문쟁이 김은영
2019-06-04
▲ 종로 08번 마을버스 ⓒ김은영
마을버스는 도시의 음표 같다. 크고 다이내믹한 서울이라는 교향곡에서 마을버스는 악장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경쾌한 반복구 같다고 할까. 다른 버스들에 비해 작은 몸집에 완두콩껍질 같은 짙은 연두색을 한 마을버스는 무채색 도로를 오가며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간선버스나 지선버스보다 작은 구역 단위의 마을을 오간다고 해서 '마을버스'라 불리며, 주로 고지대의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산업 단지 등의 사람들을 환승 교통 구역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 그 중에서도 서울의 종로 08번 마을버스는 혜화동과 명륜동 사이를 오가며 높은 승차인원을 기록하는 버스 노선이다. 오늘은 이 08번 마을버스를 따라 리듬을 타듯 여행해보려 한다.
▲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을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붉은 벽돌의 건물과 건물 외벽을 덮은 초록색 담쟁이 넝쿨은 혜화역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다. 키 큰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 정류장이다. 수십 개의 소극장들이 있는 동숭동과 아르코 예술극장이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은 두 말하면 입 아픈 서울의 문화 명소. 08번 마을버스는 종로5가에서 회차해 이화동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 이화동 정류장에서는 서울사대부속 초등학교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을 태웠고, 마로니에 공원 정류장에서는 성균관대학교 로고가 붙은 옷을 입은 대학생들을 태웠다. 작은 체구로 한껏 승객을 실은 연두색 버스는 이제 혜화동 로터리로 향한다.
▲ 「혜화동 로터리」 정류장을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맞은편 도로 너머로 '혜화동 성당' 건물의 십자가가 보이는 이곳은 「혜화동 로터리」 정류장이다. 로터리를 지나면 좁은 이차선 도로가 나타나는데 이쯤에서 마을버스는 속도를 줄인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미터 마다 과속 방지턱이 있어 천천히 가지 않으면 작은 마을버스가 텅텅 거리며 흔들리기 때문이다.
▲ '혜화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문구점과 분식점, 학원들이 모여 있는 이 길은 해마다 ‘아이들 축제’가 열리는 봄이면 축제에 참가한 아이들로 가득 찬다.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던 도로는 솜사탕을 먹고 비눗방울을 부는 아이들의 차지가 되고, 화려한 가면극과 거리 공연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 날만큼은 차량 운행이 통제돼 08번 마을버스도 이 구역의 정류장들을 통과할 수 없다. 1년 365일 중 유일하게 08번 마을버스가 노선을 바꿔 운행하는 날이라고나 할까.
▲ ‘국민생활관’ 앞 로터리를 지나가는 마을버스 ⓒ김은영
버스는 이제 두 번째 로터리로 향한다. 로터리 중앙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 이곳은 「국민생활관」 정류장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세운 스포츠센터인 이 건물의 정식 이름은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이다. 생활관 입구에 들어서면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과 함께 스포츠센터라면 빼놓을 수 없는 수영장 냄새(?)가 방문객을 반긴다. 생활관 옆으로 약 3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롭게 지어진 건물은 '아이들 극장'이다. 1988년에는 '국민'이 공공시설물 명칭의 기본이었다면 2017년에는 '아이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 ‘종로 아이들 극장’과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의 외부 모습 ⓒ김은영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는 전용 극장답게 로비 모습부터 컬러풀하다. 입구에 서 있는 키 큰 기린 인형은 초록색 풀을 입에 물고 있고, 의자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공연이 없는 날이라 아쉽게도 공연장 안을 볼 수 없었지만 극장 밖에서 미끄럼을 타고 노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명의 아이가 계단 비탈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미끄럼을 타자 스포츠센터에서 나온 젖은 머리카락의 여자들이 아이들을 보며 말한다. "너희들 그러다 옷 다 버린다!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나지!"
▲ ‘종로 아이들 극장' 안 로비 모습 ⓒ김은영
「국민생활관」 정류장을 지나면 마을버스의 장기가 발휘되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1부터 5까지 오르막의 난이도 등급을 매긴다면 이 구간의 난이도는 2정도라고 할까. 08번 마을버스는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 앞에서 살짝 살짝 속도를 줄이며 오르막을 오른다. 길을 따라 직진 방향으로 쭉 가면 성균관대학교 정문이 나오고, 우회전 하면 ‘명륜 시장’ 이 나타난다. 마을버스는 두 개의 길 중 좁고 복잡한 길로 접어든다. 양쪽으로 작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이 길은 차와 사람들이 붐비는 이면도로라 버스가 지나기에 수월치 않다. 하지만 마을버스는 길의 작은 굴곡까지도 알고 있다는 듯 능숙하게 시장을 통과한다. 정류장 표지판도 없는 「명륜 시장 성대 후문」 정류장에 다다르면 학교 셔틀버스 대신 마을버스를 탄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우르르 내린다.
▲ ‘명륜동 와룡 주차장’ 앞을 지나가는 마을버스와 ‘어린이 청소년 국학도서관’ 입구 모습 ⓒ김은영
얼마 전 이곳에는 새로운 문화시설이 생겼다. 오랫동안 잡풀들이 자라나는 버려진 공터였던 시장 한 쪽에 몇 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와룡 공영주차장 및 문화센터'가 생긴 것이다. 건물의 지하 이층과 지상 삼층까지는 공영주차장이고, 사층과 오층에는 스포츠센터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의 정식 명칭은 ‘어린이 청소년 국학 도서관.’ 햇살이 가득 비치는 도서관 안에 머물면 아장아장 어린이실로 걸어가는 유아들을 만날 수 있다. 오후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교복 입은 청소년들도 보인다. 도서관 안에는 어린이 자료실과 세미나 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세미나 실에서는 각종 전통 공예 강습과 아이들을 위한 역사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린다고 한다.
▲ ‘어린이 청소년 국학 도서관’ 열람실과 어린이 자료실 ⓒ김은영
종점, 또 다른 길의 시작
‘명륜 시장’ 길이 복잡한 시장 도로 통과하기 코스였다면 이 지점부터 종점까지는 오르막 코스의 정점이다. 오르막 난이도 4에서 5정도라고 할까. 처음 버스를 타고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은 창밖의 높은 오르막 기울기에 놀랄 것이다. 역시나 정류장 표지판이 없는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면 난이도 등급은 5를 벗어나 측정 불가로 치솟는다. 이 정도 오르막이면 눈 오는 날엔 마을버스가 오가지 못할 것 같지만 밤새 눈이 내려도 버스가 다니는 새벽 다섯 시가 되면 길 위의 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 「명륜3가 종점」에서 내리면 보이는 '한양도성' 가는 길 ⓒ김은영
좁은 길 통과하기와 오르막길 코스를 무사히 마친 마을버스는 드디어 종점에 다다른다. '뛰뛰뛰' 울리는 경보음과 함께 버스가 후진해 멈추면 남아 있는 승객들이 모두 내린다. 종로 08번 마을버스의 길은 여기까지. 하지만 버스 밖으로 또 다른 길이 시작한다. 버스 정차 지점의 바로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양도성 길 중 하나인 북악산 성곽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 '북악산 성곽길'로 향하는 계단 ⓒ김은영
초여름의 햇살이 눈부신 어느 날 아침, 성곽길로 향하는 계단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친다. 흰 얼룩이 섞인 검은 고양이가 나른한 몸짓으로 그루밍을 하고 있다. 고양이를 지나쳐 와룡공원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산책하다 다시 계단으로 돌아온다.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손 글씨로 쓴 나무 안내판이 보인다. ‘8번 마을버스 타는 곳.’ 마치 악보의 마지막 소절에서 도돌이표를 만난 기분이다. 다시, 마을버스를 타러간다. 연두 빛의 작은 마을버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무심한 듯 성실하게, 오늘도 08번 마을버스는 혜화동과 명륜동을 오가며 도시의 리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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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서울에 살며 일하고 글 쓰는 사람. 비와 냉면을 좋아하고 자서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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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테미오래’가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인문쟁이 양재여
맨발입니다. 이상한가요?
인문쟁이 노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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