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커뮤니티는 나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무언가를 나누고,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 우연히 알게 된 쿱박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함께한 사람들의 환대와 따뜻한 분위기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공정무역 커피와 좋은 먹거리를 판매하면서 한편에는 책을 판매하고, 다른 방에서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 다양한 사람이 오가고, 담아두는 물건도 다양한 이 ‘커다란 박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듣기 위해 소박한 풍경의 지은진 대표를 만났다.
▲ 쿱박스 전경 ⓒ김지영
쿱박스, 함께하는 가치를 유통하다
Q. 쿱박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마디로 협동으로 꾸려가는 공간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카페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로 2014년 9월 16일에 오픈했어요. 쿱박스에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있어요. 이곳은 지역에 나와 비슷한 관심사나 취미를 가진 분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자, 지역 안의 창작자와 핸드메이드 작가의 물건도 함께 판매하고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작은 공간이 필요한 분들과 협동해서 공간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쿱박스’라는 이름도 협동을 의미하는 ‘쿱(Cooperation)’과 물건을 진열하는 판매대이면서 동시에 전체 공간을 의미하는 ‘박스(Box)’를 결합해서 지었습니다.
Q. 쿱박스를 운영하는 ‘소박한 풍경’은 쿱박스 운영 외에 어떤 일을 하나요?
A. 소박한 풍경은 2006년에 시작해서 올해 10년 차가 된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업 초반에는 농촌이나 지역의 디자인 마케팅을 돕다가, 현재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조직에게 필요한 전문 디자인 및 유통 서비스를 발굴 및 지원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들이 생산한 제품을 모아서 공동으로 마케팅하는 작업이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과제이고, 그 일환으로 쿱박스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거죠.
▲쿱박스 내부 전경 ⓒ김지영
Q. 마케팅이나 유통 측면에서 쿱박스는 어떤 역할을 해주나요?
A. 일종의 안테나숍의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요. 제품을 산다면 왜 사는지, 안 산다면 왜 안 사는지 그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어요. 쿱박스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은 후 이를 생산자분들에게 전달해 드렸고, 판매자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은 저희가 보완했고요. 또한 쿱박스를 통해 지역 내 착한 기업에서 만드는 좋은 제품이 우리 지역에서 먼저 인정받고, 사랑받도록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가 다른 지역에서도 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쿱박스 한편에 마련된 씨앗 도서관 전경 ⓒ김지영
▲쿱박스 씨앗 도서관 ⓒ김지영
▲다양한 토종 씨앗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지영
Q. 공간 내부에 씨앗 박물관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A.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쿱박스에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중에 토종종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어요. 토종 종자 보존이나 관련 활동에 공감하는 이들끼리 1년 정도 스터디를 계속했고, 공부에 그치지 않고 공간 내부 한편에 토종 종자를 모아 전시를 하기도 했죠. 덕분에 쿱박스를 찾는 분들이 다양한 토종 종자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현재는 스터디 멤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자신의 텃밭에 심고 싶은 씨앗이 있으면 봄이나 파종 시기에 대출도 해줘요. 수확 후 그 씨앗을 다시 반납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는 듯한데, 그동안 이곳에서 또 어떤 모임이 열렸나요?
A. 발도로프 인형 제작을 중심으로 한 지역 내 육아 모임도 있고요, 핸드메이드 제품을 쿱박스에 입점한 작가분 여럿이 모여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저희 공간이 핸드메이드와 관련된 판로를 제공하는 동시에 인큐베이팅 역할도 하는 거죠. 경력 단절 여성의 경우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본인의 재능을 갈고닦아도 이후 활동 가능한 창구가 굉장히 좁아요. 자신의 재능을 좋은 취지로 나누고 싶어도 교류할 채널이 없는 거죠. 이곳에는 본인의 재능을 나누고자 찾아오는 분들이 꾸준히 계세요. 선생님 한 분이 6개월 동안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 적도 있어요. 수강하는 아이들은 재료비만 내고요. 그 분은 자신이 배운 것을 그저 나누고 싶었던 거죠.
▲어린이 방과 그 옆에 붙어 있는 책 판매대 ⓒ김지영
▲다양한 모임과 요리 등의 활동이 가능한 커뮤니티 실 ⓒ김지영
Q. 쿱박스만이 가진 공간의 특별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원래 이 공간이 식당이 들어오려던 곳이라 전 공간이 바닥 난방이 돼요. 이 장점을 살리면서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자 방 하나를 어린이 방으로 꾸몄어요. 공간 안에 구비된 책과 장난감은 모두 지역에서 기증받은 거예요. 갓난아이가 있는 엄마들도 편하게 찾고, 그 공간이 가장 인기가 많아요.또 다른 공간은 커뮤니티 실인데, 한쪽에 싱크대가 있어요. 덕분에 일반적인 모임 외에도 조리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죠. 수제청을 만드는 대학생들이 그곳에서 동아리 모임을 계속했고, 초등학생 아이가 부모님 생일상을 차려 드리고 싶다 해서 이용하기도 했어요. 별도의 대관료 없이 무료로 운영하지만, 2시간을 초과하면 어느 정도 사용료를 받고 있어요. 더 많은 분과 공간을 나누기 위해서 만든 규칙이에요.
Q. 나눔과 지속적인 운영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고민일 듯합니다.
A. 그렇죠. 공간의 본 취지도 있지만, 공간 운영의 지속성이 가장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어요. 커뮤니티 실이나 어린이 방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나 홀의 경우는 대관료를 일부 받도록 정해져 있어요. 쿱박스 내의 카페나 판매 기능으로만 공간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니까요. 하지만 사실 대부분 비영리를 목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대관을 진행하거든요. 그러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쿱박스를 이용하는 분들과 공간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어요. 입점 판매 중인 셀러, 육아 모임처럼 이곳에서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 사람 등 저마다의 목적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이 모였죠.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쿱박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지만, 결국 다양한 관심사가 한데 모이는 지역 내 소통의 마당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어요. 그런 점에서 쿱박스라는 공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고요. 저희는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좋은 먹거리를 지향하기 때문에 카페를 이용하러 많이 오시는데, 운영비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으로 최근에는 ‘쿱박스를 사랑한다면 1인 1음료’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많은 분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쿱박스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그룹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쿱박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을 모으고, 사용자 중심으로 공간을 운영해 나가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강원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강원곳간 ⓒ김지영
▲쿱박스에 입점한 다양한 핸드메이드 상품들 ⓒ김지영
Q. 앞으로 쿱박스에서 시도해보고 싶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A. 평창 동계올림픽 때 사회적 경제 사업관을 운영했어요. 그때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동계올림픽 기념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핸드메이드 작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색동, 한글, 겨울, 전통’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제품 개발을 했죠. 한 분 한 분을 직접 디렉팅하고, 작가들도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 의견을 내면서 공동 작업으로 제품을 만들었어요.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샘플 제작, 판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경험이 아주 재미있고, 소중했어요. 결과물도 당연히 훌륭했고요.
Q.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공간이 일종의 공동 작업장이자 인큐베이터라는 느낌이네요.
A. 저희의 정체성은 유통 회사이지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유통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활동을 유통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단순히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제작자들이 지역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하고 싶어요. 콘텐츠와 물건, 그리고 기업이 전하고 싶은 저마다의 가치를 유통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인문 360의 공식 질문이에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문이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철학을 전공했는데, 오랜만에 인문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웃음) 저는 인문이라 하면 ‘사람’, ‘세상’, ‘관계’라는 세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인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들여다보니까,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인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이 모이는 넉넉한 울타리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내가 사는 지역에 이렇게 넉넉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 두근거리고 설렜다.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과 다양한 사람들, 재미있는 관계가 모이고 또 모여 쿱박스를 채우는 이야기가 언제나 풍성하기를 바라본다.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댓글(1)
윤**
2019-03-28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같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공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같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공간
강원 춘천, 커뮤니티 카페 쿱박스
인문쟁이 김지영
2019-03-11
공간과 커뮤니티는 나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무언가를 나누고,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 우연히 알게 된 쿱박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함께한 사람들의 환대와 따뜻한 분위기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공정무역 커피와 좋은 먹거리를 판매하면서 한편에는 책을 판매하고, 다른 방에서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 다양한 사람이 오가고, 담아두는 물건도 다양한 이 ‘커다란 박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듣기 위해 소박한 풍경의 지은진 대표를 만났다.
▲ 쿱박스 전경 ⓒ김지영
쿱박스, 함께하는 가치를 유통하다
Q. 쿱박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마디로 협동으로 꾸려가는 공간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카페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로 2014년 9월 16일에 오픈했어요. 쿱박스에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있어요. 이곳은 지역에 나와 비슷한 관심사나 취미를 가진 분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자, 지역 안의 창작자와 핸드메이드 작가의 물건도 함께 판매하고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작은 공간이 필요한 분들과 협동해서 공간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쿱박스’라는 이름도 협동을 의미하는 ‘쿱(Cooperation)’과 물건을 진열하는 판매대이면서 동시에 전체 공간을 의미하는 ‘박스(Box)’를 결합해서 지었습니다.
Q. 쿱박스를 운영하는 ‘소박한 풍경’은 쿱박스 운영 외에 어떤 일을 하나요?
A. 소박한 풍경은 2006년에 시작해서 올해 10년 차가 된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업 초반에는 농촌이나 지역의 디자인 마케팅을 돕다가, 현재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조직에게 필요한 전문 디자인 및 유통 서비스를 발굴 및 지원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들이 생산한 제품을 모아서 공동으로 마케팅하는 작업이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과제이고, 그 일환으로 쿱박스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거죠.
▲쿱박스 내부 전경 ⓒ김지영
Q. 마케팅이나 유통 측면에서 쿱박스는 어떤 역할을 해주나요?
A. 일종의 안테나숍의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요. 제품을 산다면 왜 사는지, 안 산다면 왜 안 사는지 그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어요. 쿱박스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은 후 이를 생산자분들에게 전달해 드렸고, 판매자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은 저희가 보완했고요. 또한 쿱박스를 통해 지역 내 착한 기업에서 만드는 좋은 제품이 우리 지역에서 먼저 인정받고, 사랑받도록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가 다른 지역에서도 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쿱박스 한편에 마련된 씨앗 도서관 전경 ⓒ김지영
▲쿱박스 씨앗 도서관 ⓒ김지영
▲다양한 토종 씨앗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지영
Q. 공간 내부에 씨앗 박물관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A.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쿱박스에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중에 토종종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어요. 토종 종자 보존이나 관련 활동에 공감하는 이들끼리 1년 정도 스터디를 계속했고, 공부에 그치지 않고 공간 내부 한편에 토종 종자를 모아 전시를 하기도 했죠. 덕분에 쿱박스를 찾는 분들이 다양한 토종 종자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현재는 스터디 멤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자신의 텃밭에 심고 싶은 씨앗이 있으면 봄이나 파종 시기에 대출도 해줘요. 수확 후 그 씨앗을 다시 반납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는 듯한데, 그동안 이곳에서 또 어떤 모임이 열렸나요?
A. 발도로프 인형 제작을 중심으로 한 지역 내 육아 모임도 있고요, 핸드메이드 제품을 쿱박스에 입점한 작가분 여럿이 모여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저희 공간이 핸드메이드와 관련된 판로를 제공하는 동시에 인큐베이팅 역할도 하는 거죠. 경력 단절 여성의 경우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본인의 재능을 갈고닦아도 이후 활동 가능한 창구가 굉장히 좁아요. 자신의 재능을 좋은 취지로 나누고 싶어도 교류할 채널이 없는 거죠. 이곳에는 본인의 재능을 나누고자 찾아오는 분들이 꾸준히 계세요. 선생님 한 분이 6개월 동안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 적도 있어요. 수강하는 아이들은 재료비만 내고요. 그 분은 자신이 배운 것을 그저 나누고 싶었던 거죠.
▲어린이 방과 그 옆에 붙어 있는 책 판매대 ⓒ김지영
▲다양한 모임과 요리 등의 활동이 가능한 커뮤니티 실 ⓒ김지영
Q. 쿱박스만이 가진 공간의 특별함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원래 이 공간이 식당이 들어오려던 곳이라 전 공간이 바닥 난방이 돼요. 이 장점을 살리면서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자 방 하나를 어린이 방으로 꾸몄어요. 공간 안에 구비된 책과 장난감은 모두 지역에서 기증받은 거예요. 갓난아이가 있는 엄마들도 편하게 찾고, 그 공간이 가장 인기가 많아요.또 다른 공간은 커뮤니티 실인데, 한쪽에 싱크대가 있어요. 덕분에 일반적인 모임 외에도 조리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죠. 수제청을 만드는 대학생들이 그곳에서 동아리 모임을 계속했고, 초등학생 아이가 부모님 생일상을 차려 드리고 싶다 해서 이용하기도 했어요. 별도의 대관료 없이 무료로 운영하지만, 2시간을 초과하면 어느 정도 사용료를 받고 있어요. 더 많은 분과 공간을 나누기 위해서 만든 규칙이에요.
Q. 나눔과 지속적인 운영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고민일 듯합니다.
A. 그렇죠. 공간의 본 취지도 있지만, 공간 운영의 지속성이 가장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어요. 커뮤니티 실이나 어린이 방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나 홀의 경우는 대관료를 일부 받도록 정해져 있어요. 쿱박스 내의 카페나 판매 기능으로만 공간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니까요. 하지만 사실 대부분 비영리를 목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대관을 진행하거든요. 그러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쿱박스를 이용하는 분들과 공간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어요. 입점 판매 중인 셀러, 육아 모임처럼 이곳에서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 사람 등 저마다의 목적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이 모였죠.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쿱박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지만, 결국 다양한 관심사가 한데 모이는 지역 내 소통의 마당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어요. 그런 점에서 쿱박스라는 공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고요. 저희는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좋은 먹거리를 지향하기 때문에 카페를 이용하러 많이 오시는데, 운영비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으로 최근에는 ‘쿱박스를 사랑한다면 1인 1음료’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많은 분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쿱박스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그룹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쿱박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을 모으고, 사용자 중심으로 공간을 운영해 나가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강원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강원곳간 ⓒ김지영
▲쿱박스에 입점한 다양한 핸드메이드 상품들 ⓒ김지영
Q. 앞으로 쿱박스에서 시도해보고 싶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A. 평창 동계올림픽 때 사회적 경제 사업관을 운영했어요. 그때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동계올림픽 기념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핸드메이드 작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색동, 한글, 겨울, 전통’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제품 개발을 했죠. 한 분 한 분을 직접 디렉팅하고, 작가들도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 의견을 내면서 공동 작업으로 제품을 만들었어요.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샘플 제작, 판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경험이 아주 재미있고, 소중했어요. 결과물도 당연히 훌륭했고요.
Q.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공간이 일종의 공동 작업장이자 인큐베이터라는 느낌이네요.
A. 저희의 정체성은 유통 회사이지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유통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활동을 유통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단순히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제작자들이 지역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하고 싶어요. 콘텐츠와 물건, 그리고 기업이 전하고 싶은 저마다의 가치를 유통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인문 360의 공식 질문이에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문이란 무엇인가요?
A. 제가 철학을 전공했는데, 오랜만에 인문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웃음) 저는 인문이라 하면 ‘사람’, ‘세상’, ‘관계’라는 세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인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들여다보니까,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인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이 모이는 넉넉한 울타리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내가 사는 지역에 이렇게 넉넉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 두근거리고 설렜다.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과 다양한 사람들, 재미있는 관계가 모이고 또 모여 쿱박스를 채우는 이야기가 언제나 풍성하기를 바라본다.
<관련 장소>
쿱박스
강원 춘천시 동내면 공지로 70-61
운영시간
평일 09:00 – 20:00
주말 11:00 – 19:00
연락처
033-256-0764
<관련 링크>
쿱박스 www.coop-box.net
소박한 풍경 www.e-sopoong.com
강원곳간 www.gwgoods.com
장소 정보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댓글(1)
윤**
2019-03-28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같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공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서울] 필름 카메라 생명 연장의 꿈
최민영
골목 속 작은 공간에서 찾은 보물
인문쟁이 양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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