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인문쟁이로서 쓴 첫 글은 ‘팔복예술공장’의 정체성과 그곳에 쌓인 시간의 켜에 관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 인문쟁이를 마무리하며 쓰는 글에서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마지막을 기념하며, 각자의 매력과 역사를 지닌 두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역설의 아름다움, 나바위성당
▲나바위성당의 외관
나바위성당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특징은 서양과 동양의 자연스러운 조화였다. 이곳의 앞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고딕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옆에서 본 지붕과 기둥은 한옥을 연상시킨다. 이 외관은 1917년 기존 한옥의 종탑을 허물고 고딕식 종탑을 세우면서 완성되었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두 양식이 한데 모였음에도 나바위성당은 어색함 없이 수려한 모습이다.
▲나바위성당 내부 전경
나바위성당의 내부 역시 균형감 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스테인드글라스가 내부를 색색이 물들이는 가운데, 앞쪽에는 소박한 제단과 고해성사실이 자리 잡았다. 다른 성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있다면, 성당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기둥들이다. 이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당시의 유교적 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이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당시의 유교적 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이 기둥을 중심으로 남자와 여자가 나누어 앉아야 했다.
▲성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탑과 망금정
나바위성당 뒤쪽 화산에 올라서면 성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탑과 망금정이 있다. ‘아름다움을 바란다’는 뜻의 망금정은 1915년 베르모렐 신부가 지은 정자다. 외국인 신부가 지은 한옥의 아름다움과 언덕 아래 펼쳐지는 익산 풍경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나바위성당 본당과 뒤쪽의 십자가의 길까지 둘러보고 나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
신비감이 가득한 작은 교회, 두동교회
▲ㄱ자 형태가 특징인 두동교회 외관
두동교회는 작은 마을에 1923년 세워진 예배당이다. 외관만 봐서는 작고 오래된 교회 같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두동교회의 내부와 종탑
교회의 내부는 ㄱ자 형태로 되어 있다. 이 또한 나바위성당과 마찬가지로 유교의 가르침을 따라 남녀를 분리하기 위한 것이다. 독특한 것은 유교 전통이 무너져가는 1920년대 이런 형식을 고수했으며, 현지 자립형 선교인 네비우스 선교 정책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이다. 구본당 건물 옆에는 오래된 종탑이 있는데,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배 시간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월의 흔적
두동교회 내부에는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물건이 가득하다. 몇십 년 전 결혼식 사진부터 색이 바랜 전등까지, 이 모든 것이 90년이라는 세월을 버텨왔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신비감이 느껴졌다. 또한, 일제강점기 일본 경찰들이 올 것을 대비해 비밀장소를 마련해두어야 했던 당시 사람들의 절박한 믿음이 곳곳에서 전해지는 듯했다.
겹겹이 쌓인 시간을 바탕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굳혀온 나바위성당과 두동교회. 경건함이 느껴지는 두 공간을 돌아보면서 내가 지나온 시간이 쌓여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삶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문화자체의 삶을 살고 싶은 대학생. 매일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세편의 영화를 보고 한권의 책을 읽는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게 일상.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음반을 구매하지만 일상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함께한다. 똑소리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문학과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며 인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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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완성한 아름다움
익산 나바위성당과 두동교회
인문쟁이 김슬기
2019-02-19
지난여름 인문쟁이로서 쓴 첫 글은 ‘팔복예술공장’의 정체성과 그곳에 쌓인 시간의 켜에 관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 인문쟁이를 마무리하며 쓰는 글에서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마지막을 기념하며, 각자의 매력과 역사를 지닌 두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역설의 아름다움, 나바위성당
▲나바위성당의 외관
나바위성당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특징은 서양과 동양의 자연스러운 조화였다. 이곳의 앞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고딕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옆에서 본 지붕과 기둥은 한옥을 연상시킨다. 이 외관은 1917년 기존 한옥의 종탑을 허물고 고딕식 종탑을 세우면서 완성되었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두 양식이 한데 모였음에도 나바위성당은 어색함 없이 수려한 모습이다.
▲나바위성당 내부 전경
나바위성당의 내부 역시 균형감 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스테인드글라스가 내부를 색색이 물들이는 가운데, 앞쪽에는 소박한 제단과 고해성사실이 자리 잡았다. 다른 성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있다면, 성당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기둥들이다. 이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당시의 유교적 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이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당시의 유교적 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이 기둥을 중심으로 남자와 여자가 나누어 앉아야 했다.
▲성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탑과 망금정
나바위성당 뒤쪽 화산에 올라서면 성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탑과 망금정이 있다. ‘아름다움을 바란다’는 뜻의 망금정은 1915년 베르모렐 신부가 지은 정자다. 외국인 신부가 지은 한옥의 아름다움과 언덕 아래 펼쳐지는 익산 풍경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나바위성당 본당과 뒤쪽의 십자가의 길까지 둘러보고 나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
신비감이 가득한 작은 교회, 두동교회
▲ㄱ자 형태가 특징인 두동교회 외관
두동교회는 작은 마을에 1923년 세워진 예배당이다. 외관만 봐서는 작고 오래된 교회 같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두동교회의 내부와 종탑
교회의 내부는 ㄱ자 형태로 되어 있다. 이 또한 나바위성당과 마찬가지로 유교의 가르침을 따라 남녀를 분리하기 위한 것이다. 독특한 것은 유교 전통이 무너져가는 1920년대 이런 형식을 고수했으며, 현지 자립형 선교인 네비우스 선교 정책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이다. 구본당 건물 옆에는 오래된 종탑이 있는데,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배 시간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월의 흔적
두동교회 내부에는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물건이 가득하다. 몇십 년 전 결혼식 사진부터 색이 바랜 전등까지, 이 모든 것이 90년이라는 세월을 버텨왔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신비감이 느껴졌다. 또한, 일제강점기 일본 경찰들이 올 것을 대비해 비밀장소를 마련해두어야 했던 당시 사람들의 절박한 믿음이 곳곳에서 전해지는 듯했다.
겹겹이 쌓인 시간을 바탕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굳혀온 나바위성당과 두동교회. 경건함이 느껴지는 두 공간을 돌아보면서 내가 지나온 시간이 쌓여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삶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사진 = 김슬기
장소정보
나바위성당
전라북도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길 146
063.861.8182
두동교회
전라북도 익산시 성당면 두동길 17-1
063.861.0348
장소 정보
2018 [인문쟁이 4기]
문화자체의 삶을 살고 싶은 대학생. 매일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세편의 영화를 보고 한권의 책을 읽는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게 일상.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음반을 구매하지만 일상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함께한다. 똑소리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문학과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며 인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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