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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강원 춘천, 제일약방

인문쟁이 김지영

2019-01-24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들을 위한 공간


BYOD(Bring Your Own Device)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 전이다. 그동안 디지털 노마드로 명명되는 현대 유목민의 숫자는 조금씩 늘어났다. 이제는 어디에서나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프리랜서 3년 차인 나 또한 디지털 노마드이다. 인터넷 그리고 노트북 두 대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누군가의 참견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때로는 이 사실이 외롭다. 원한다면 여행지에서도 업무를 할 수 있지만, 여행이 곧 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대게 일하기 위해 작업하기 괜찮은 카페를 전전하며 눈치를 보곤 하는데, 커피 맛이 형편없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고역이다.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이 작년 여름 춘천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제일약방을 운영하는 주한빈 매니저는 이곳에서 다양한 마주침을 기다리고 있다.


제일약방 외부전경  김지영

▲제일약방 외부전경 ⓒ 김지영

 

제일약방 주하빈 운영 매니저 김지영

▲제일약방 주하빈 운영 매니저 ⓒ김지영


Q. 제일약방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8년 7월에 가오픈 했고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개념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운영하다 보니까 열려 있는 공유 사무실 겸 일하기 좋은 카페로 계속 포지셔닝 하게 되는 것 같아요.본인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개인 사무실과 사무 프로세스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일약방은 이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열린 공간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제일약방이라는 공간을 만들게 되셨나요?

A. 제일약방의 운영 주체는 영상 작업을 주로 하는 스톤키즈라는 단체입니다. 이곳을 세 번째 사무실로 사용하기 이전부터 저희가 꾸준히 생각해 오던 것 중 하나가 코워킹 스페이스였습니다.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 작업을 하다 보니 당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작업하기 좋은 카페’였어요. “어느 카페가 일하기 좋다”, “어디에는 콘센트가 없다”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다 결국 “우리가 공간을 만들자”에 이르게 됐어요. 서울의 위워크 같은 다양한 공유 오피스를 보면서 ‘지역에 이러한 공간을 만든다면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다양한 사람이 마주치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옛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내부 천정  김지영

▲옛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내부 천정 ⓒ 김지영 

 

카페를 연상시키는 창가측 좌석  김지영

▲카페를 연상시키는 창가측 좌석 ⓒ 김지영


Q. 공간이 시장 한편에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A. 이곳에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건물 외관의 매력 때문이었어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모습과 위치적으로도 모퉁이에 있는 탓에 생긴 마름모꼴의 독특한 형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상업화되지 않은 동네라 임대료도 저렴했고요. 오히려 메이저한 공간이 아니라 마이너한 공간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공간이 있는 동네는 옛 유흥가인데, 대다수 가게가 문을 닫고 쇠락한 곳이죠. 처음에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곳에 공간이 생기면서 동네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많이들 챙겨주세요.


Q. 주로 어떤 이들이 찾아오고 함께 하나요? 

A. 저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상은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자신의 사업이나 아이템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분들이에요. 기존에 알던 분들을 제외하고는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반 이상인 것 같아요. 타 지역에서 춘천으로 거주지를 옮겨 정착하게 된 분들도 오세요.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춘천에 오는데, 막상 이곳에서 친구를 새로 만들기란 쉽지 않고, 어떤 커뮤니티가 있는지도 알기 어렵거든요. 현재 주 이용객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에요. 사적인 모임을 어려워하시는 경향도 있지만, 그런 분들이 이곳에서 낯선 타인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Q. 태블릿PC 드로잉, 유튜브 등 그동안 이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더라고요. 

A. 초반에는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느슨하게 하려고 해요. 조금 더 편안한 느낌으로 공간 운영자 중심이 아니라, 이용하는 분들이 스스로 네트워킹을 만들어나가고, 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태블릿PC 드로잉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드로잉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직접 운영하다 보니까 좀 벅차더라고요. 잠시 그만두었다가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할 의향이 있으신 작가분을 섭외해서 최근 다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일약방 내부  김지영 제일약방 내부  김지영

▲제일약방 내부 ⓒ 김지영 


Q.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다는 목표나 지향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일 중요한 것은 이곳을 찾는 분들이 본인의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킹은 공간 운영 방향의 20%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원치 않는 분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면 심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앞으로 새로운 분들이 제일약방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춘천이 큰 도시가 아니다 보니까 학연이나 지연을 통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는 쉬운데 그 이상 확장되기는 어렵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이곳에 와서 그들끼리 잘 어울리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이 공간이 좋은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발판이자 디딤돌이 되었으면 해요. 


제일약방 입구 / 제일큰방 입구  김지영

▲제일약방 입구 / 제일큰방 입구 ⓒ 김지영 

 

다용도 공간으로 대관을 하고 있는 제일큰방 김지영

▲다용도 공간으로 대관을 하고 있는 제일큰방 ⓒ 김지영


Q. 마지막으로 매니저님이 생각하시는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A. 흔히들 인문을 뻔하지만 모든 것들의 근본이자,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이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 인문이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기반이자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느슨한 공동체를 기대하며


이용자의 편의를 우선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제일약방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 디지털 노마드의 아늑한 일터이자 든든한 안식처로서 앞으로 수많은 만남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이를 중심으로 한 느슨한 공동체가 생겨날 것이다. 공간 곳곳에 자리 잡은 초록 잎 무성한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듯, 제일약방을 찾는 이들의 꿈과 아이디어도 서로를 자양분 삼아 쑥쑥 성장해 나가기를. 


<관련 장소> 

제일약방

강원 춘천시 금강로13번길 26(소양로2가 146-3)

운영시간평일 11:00 – 18:00 리셉션 운영

매일 00:00 – 24:00 멤버십 회원 이용


멤버십 신청

goo.gl/forms/9unPzX5kZvBF7XFp1


<관련 링크>

제일약방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eil_yakbang/

제일약방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eilyak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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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지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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