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은 구도심과 신도시로 나뉜다. 하늘 아래 천당이라고 불릴 만큼 잘 사는 성남시 분당구가 신도시에 해당한다. 성남의 다른 2개구(수정구, 중원구)는 아직 개발이 안 돼 낙후된 골목이 많다. 또한 신구 도심 간에 사회·경제적 격차도 커서 성남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요소다. 문화시설도 구도심이 아니라 분당구에 집중돼 있다.
이에 성남시는 신구 도심 간 문화적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낙후된 골목에 공공예술창작소를 만들었다. 공공예술창작소는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 특화 공간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주 작가들이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2년 동안 이곳 레지던시 공간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거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주민에게 열린, 주민이 행복한 문화예술공간
지난해 7월에 개소한 제1호 신흥 공공예술창작소는 빽빽한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회색빛 낡은 주택 사이에서 화려한 오렌지빛을 뽐내는 건물 외관은 단연 시선을 끈다.
공공예술창작소는 작가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주민들은 언제든지 와서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물론 작가들의 문화예술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건축과 출판, 디자인을 매개로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와 교육의 중간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크다.
신흥 공공예술창작소에 전시된 작품들은 천장과 벽이 되어 공간을 확보하고, 테이블·책장·의자 등의 역할을 한다. 이곳에 온 주민들은 독립적이면서 개방적인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높이, 서로 다른 깊이, 서로 다른 폭의 다양한 공간감을 체험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신흥동 주민들의 각기 다른 개성들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문화예술 쉼터신흥 공공예술창작소는 매달 미술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을 한 곡 선정해서 창작소 옥상의 확성기를 통해 매일 3시에 30분간 들려주는 뮤직갤러리(Music gallery)를 운영하고 있다. 9월에 선정된 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다.
매주 토요일 4시에는 신흥 공공예술창작소에 아이들이 몰려온다.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봐도 되지만 이곳에 오면 아트비즈와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페나키스토프스코프(Phenakistoscope), 종이장난감(Flextangles)까지 만져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깊이 있게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
그는 옥상은 지형적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신개척지와 같은 곳이라 여기고 있다. 좁은 골목과 조밀한 집에는 빛이 부족하지만, 경사진 비탈길 위에 옥상에는 하루 종일 태양에너지가 풍요롭게 내리 쬐기 때문이다. 그 빛을 모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고, 그 황무지 같은 옥상을 개척하여 그곳에 문화를 만들고 일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두 번째 프로젝트다. 허 작가는 낙후된 골목에 옥상정원 홍보 사무실을 개설한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박동기 차장은 “앞으로 성남 구도심 곳곳에 점조직처럼 창작소를 동네마다 하나씩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성남의 구도심 골목에 공공예술창작소가 들어서고 다양한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예술의 향기를 피우는 게 아닌가! 마을에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는 이웃의 문화예술이 꽃피고 있는 곳이 성남시 공공예술창작소다.
이재형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7년째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후 요즘은 아내와 어디론가 여행 떠나기를 좋아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처럼. 은퇴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히 하며 ‘갑분싸’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 2모작을 인문쟁이와 함께 하면서 여행과 인문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세계에서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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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골목에 예술의 향기를 피우다
성남시 공공예술창작소
인문쟁이 이재형
2018-10-02
경기도 성남은 구도심과 신도시로 나뉜다. 하늘 아래 천당이라고 불릴 만큼 잘 사는 성남시 분당구가 신도시에 해당한다. 성남의 다른 2개구(수정구, 중원구)는 아직 개발이 안 돼 낙후된 골목이 많다. 또한 신구 도심 간에 사회·경제적 격차도 커서 성남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요소다. 문화시설도 구도심이 아니라 분당구에 집중돼 있다.
▲ 경기도 성남시 구도심 ©이재형
이에 성남시는 신구 도심 간 문화적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낙후된 골목에 공공예술창작소를 만들었다. 공공예술창작소는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 특화 공간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주 작가들이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2년 동안 이곳 레지던시 공간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거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주민에게 열린, 주민이 행복한 문화예술공간
지난해 7월에 개소한 제1호 신흥 공공예술창작소는 빽빽한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회색빛 낡은 주택 사이에서 화려한 오렌지빛을 뽐내는 건물 외관은 단연 시선을 끈다.
▲ 성남시 신흥동 공공예술창작소 ©이재형
공공예술창작소는 작가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주민들은 언제든지 와서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물론 작가들의 문화예술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건축과 출판, 디자인을 매개로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와 교육의 중간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크다.
▲ 공공예술창작소는 주민들에게 열린 문화예술공간이다 ©이재형
신흥 공공예술창작소에 전시된 작품들은 천장과 벽이 되어 공간을 확보하고, 테이블·책장·의자 등의 역할을 한다. 이곳에 온 주민들은 독립적이면서 개방적인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높이, 서로 다른 깊이, 서로 다른 폭의 다양한 공간감을 체험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신흥동 주민들의 각기 다른 개성들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이들은 언제든지 공공예술창작소에 와서 놀 수 있다. ©이재형
아이들과 어른들의 문화예술 쉼터신흥 공공예술창작소는 매달 미술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을 한 곡 선정해서 창작소 옥상의 확성기를 통해 매일 3시에 30분간 들려주는 뮤직갤러리(Music gallery)를 운영하고 있다. 9월에 선정된 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다.
▲ 신흥 공공예술창작소 옥상에서 퍼지는 뮤직 갤러리 ©이재형
매주 토요일 4시에는 신흥 공공예술창작소에 아이들이 몰려온다.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봐도 되지만 이곳에 오면 아트비즈와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페나키스토프스코프(Phenakistoscope), 종이장난감(Flextangles)까지 만져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깊이 있게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
▲ 공공예술창작소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문화예술 쉼터다 ©이재형
낙후된 골목을 문화예술이 꽃피는 창작의 산실로
제2호 태평 공공예술창작소에 둥지를 튼 허수빈 작가는 문화와 환경만이 이곳에 주민들이 오래 머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가장 필요한 것이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결론짓고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 태평 공공예술창작소에서 작업하는 허수빈 작가 ©이재형
그는 옥상은 지형적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신개척지와 같은 곳이라 여기고 있다. 좁은 골목과 조밀한 집에는 빛이 부족하지만, 경사진 비탈길 위에 옥상에는 하루 종일 태양에너지가 풍요롭게 내리 쬐기 때문이다. 그 빛을 모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고, 그 황무지 같은 옥상을 개척하여 그곳에 문화를 만들고 일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두 번째 프로젝트다. 허 작가는 낙후된 골목에 옥상정원 홍보 사무실을 개설한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박동기 차장은 “앞으로 성남 구도심 곳곳에 점조직처럼 창작소를 동네마다 하나씩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성남의 구도심 골목에 공공예술창작소가 들어서고 다양한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예술의 향기를 피우는 게 아닌가! 마을에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는 이웃의 문화예술이 꽃피고 있는 곳이 성남시 공공예술창작소다.
사진=이재형
* 공간 소개 및 관련 링크
<신흥동 공공예술창작소>
장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228번길 12(신흥동 3377)
참여작가: 시각예술분야 4명, 기획자 1명
문의 ☎ 031 783-8124
<태평동 공공예술창작소>
장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민로 248(태평동 1703)
참여작가: 시각예술분야 3명, 문학 1명
문의 ☎ 031 721-7349
장소 정보
2018, 2019 [인문쟁이 4,5기]
이재형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7년째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후 요즘은 아내와 어디론가 여행 떠나기를 좋아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처럼. 은퇴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히 하며 ‘갑분싸’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 2모작을 인문쟁이와 함께 하면서 여행과 인문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세계에서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하며.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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