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가 일어난 경사스러운 터’. 전주 경기전의 의미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또는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조선왕조 5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보존의 공간’이다.
▲ 정전으로 가는 길
경기전에 들어서면 입구를 마주하고 있는 큰 길과 함께 신성한 장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홍살문을 볼 수 있다. 홍살문을 지나 겹겹의 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태조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있는 정전이다.
▲ 경기전의 정전
태조어진은 조선 시대 당시 스물여섯 점이나 제작되었지만, 현재는 경기전에 남아있는 것이 유일하다. 이 어진 또한 1872년(고종 9) 조선 초기에 제작된 태조어진이 낡아서 해지자 새로이 모사된 것이며, 이후 지역민들의 수호로 그 모습을 지켜왔다.
▲ 정전에 놓여있는 태조어진
정전에 들어서면 태조어진이 봉안된 감실을 만날 수 있다. 휘장 사이로 보이는 어진에서는 조선왕조라는 새 지평을 연 태조 이성계의 강인함과 우직함이 느껴진다. 감실 안에는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한 향 주머니가 들어있으며, 그 앞으로 어진을 호위하는 운검 한 쌍과 용선, 봉선, 홍개, 청개 등의 의장물이 배치되어 있다.
▲ 경기전 내에 있는 ‘전주사고’로 가는 문
경기전이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이유는 비단 태조 어진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전 내부의 ‘전주사고’ 역시 ‘보존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전주사고는 조선왕조실록의 보관처로, 1445년(세종27)에 실록 보존을 위해 지어졌다. 임진왜란 중 다른 세 곳의 사고(충추관, 충주, 성주)에 보관되어 있던의 실록들이 소실된 이후로 이곳 전주사고만이 남은 실록을 지켜왔다.
▲ 전주사고의 내부
현재 전주사고는 1991년 복원된 실록각의 모습으로 내부에 실록의 제작 과정과 역사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일종의 작은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 어진박물관
전주사고 뒤쪽으로 나가면 어진박물관이 나타난다. 신식건물임에도 경기전과 잘 어우러지는 외관의 어진박물관은 태조어진 전주 봉안 600주년을 맞이해 2010년에 개관했다.
▲ 첫 번째 어진실의 태조어진
▲ 지하 1층의 두 번째 어진실
박물관 1층의 어진실에는 경기전에 있는 태조어진의 진본과 더불어 현대에 제작된 모사본 두 점이 있어, 태조의 다양한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지하에 자리한 두 번째 어진실은 복원된 철종 어진 뿐 아니라 고종과 , 순종의 어진까지 갖추었다.
▲ 가마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경기전이 보존해 온 다양한 역사의 산물을 다루는 역사실이 있다. 이 곳에는 어진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물건들과 함께 경기전 제례와 관련된 사료가 전시된다. 역사실 옆의 가마실에서는 길게 늘어진 봉안 행렬과 화려한 가마를 통해 왕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나마 느껴볼 수 있다.
▲ 경기전의 입구
경기전을 둘러보고 나오니 보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전통 목조 건물과, 그곳에 깃든 조선 왕조의 발자취 속에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자체의 삶을 살고 싶은 대학생. 매일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세편의 영화를 보고 한권의 책을 읽는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게 일상.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음반을 구매하지만 일상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함께한다. 똑소리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문학과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며 인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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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스러운 터에서 보존의 터로
인문쟁이 김슬기
2018-09-11
‘왕조가 일어난 경사스러운 터’. 전주 경기전의 의미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또는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조선왕조 5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보존의 공간’이다.
▲ 정전으로 가는 길
경기전에 들어서면 입구를 마주하고 있는 큰 길과 함께 신성한 장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홍살문을 볼 수 있다. 홍살문을 지나 겹겹의 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태조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있는 정전이다.
▲ 경기전의 정전
태조어진은 조선 시대 당시 스물여섯 점이나 제작되었지만, 현재는 경기전에 남아있는 것이 유일하다. 이 어진 또한 1872년(고종 9) 조선 초기에 제작된 태조어진이 낡아서 해지자 새로이 모사된 것이며, 이후 지역민들의 수호로 그 모습을 지켜왔다.
▲ 정전에 놓여있는 태조어진
정전에 들어서면 태조어진이 봉안된 감실을 만날 수 있다. 휘장 사이로 보이는 어진에서는 조선왕조라는 새 지평을 연 태조 이성계의 강인함과 우직함이 느껴진다. 감실 안에는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한 향 주머니가 들어있으며, 그 앞으로 어진을 호위하는 운검 한 쌍과 용선, 봉선, 홍개, 청개 등의 의장물이 배치되어 있다.
▲ 경기전 내에 있는 ‘전주사고’로 가는 문
경기전이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이유는 비단 태조 어진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전 내부의 ‘전주사고’ 역시 ‘보존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전주사고는 조선왕조실록의 보관처로, 1445년(세종27)에 실록 보존을 위해 지어졌다. 임진왜란 중 다른 세 곳의 사고(충추관, 충주, 성주)에 보관되어 있던의 실록들이 소실된 이후로 이곳 전주사고만이 남은 실록을 지켜왔다.
▲ 전주사고의 내부
현재 전주사고는 1991년 복원된 실록각의 모습으로 내부에 실록의 제작 과정과 역사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일종의 작은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 어진박물관
전주사고 뒤쪽으로 나가면 어진박물관이 나타난다. 신식건물임에도 경기전과 잘 어우러지는 외관의 어진박물관은 태조어진 전주 봉안 600주년을 맞이해 2010년에 개관했다.
▲ 첫 번째 어진실의 태조어진
▲ 지하 1층의 두 번째 어진실
박물관 1층의 어진실에는 경기전에 있는 태조어진의 진본과 더불어 현대에 제작된 모사본 두 점이 있어, 태조의 다양한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지하에 자리한 두 번째 어진실은 복원된 철종 어진 뿐 아니라 고종과 , 순종의 어진까지 갖추었다.
▲ 가마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경기전이 보존해 온 다양한 역사의 산물을 다루는 역사실이 있다. 이 곳에는 어진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물건들과 함께 경기전 제례와 관련된 사료가 전시된다. 역사실 옆의 가마실에서는 길게 늘어진 봉안 행렬과 화려한 가마를 통해 왕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나마 느껴볼 수 있다.
▲ 경기전의 입구
경기전을 둘러보고 나오니 보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전통 목조 건물과, 그곳에 깃든 조선 왕조의 발자취 속에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김슬기
공간
전주 경기전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전주 어진박물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 경기전 내에 위치)
관련링크
전주 경기전
http://www.jeonju.go.kr/index.9is?contentUid=9be517a7503a4b6a015063b0d3b62baa
어진박물관
http://www.eojinmuseum.org/home/eo_html/index_main.html
장소 정보
2018 [인문쟁이 4기]
문화자체의 삶을 살고 싶은 대학생. 매일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세편의 영화를 보고 한권의 책을 읽는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게 일상.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음반을 구매하지만 일상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함께한다. 똑소리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문학과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며 인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경사스러운 터에서 보존의 터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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