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위해 천천히 걷는 일을 우리는 ‘산책’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산책하기에 썩 좋은 계절은 아니다. 특히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엔 산책은커녕 외출 자체가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산책을 나섰다. 목적지는 제주시 사라봉 공원 안에 있는 국립제주박물관.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파란 하늘과 푸른 정원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잠시 폭염을 잊고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 국립제주박물관 전경 ⓒ 양혜영
2001년에 개관한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 특별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 그리고 옛 제주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야외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전시장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체험관과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리는 강당이 있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최적의 나들이 장소다.
고려인이 사랑한 철화청자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고려 철화청자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철화청자는 도자기 겉면에 산화철이 포함된 물감으로 문양을 그린 뒤 유약을 발라 구운 청자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색청자나 상감청자가 고려 왕족과 귀족들을 위한 도자기라면, 철화청자는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두루 썼던 도자기다. 다른 청자와 달리 짙은 녹갈색과 녹청색, 황갈색을 띠고, 도자기 겉면에 자유분방하게 그린 검은색 문양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국의 박물관에 흩어져있던 철화청자 중 170여 점을 엄선해 선보였다.
▲ 철화청자 특별전시 전경 ⓒ 양혜영
▲ 철화청자 특유의 흑백문양이 잘 드러난 '모란 넝쿨무늬 난간 장식' ⓒ 양혜영
제주의 발자취
상설전시실에서는 제주도의 탄생부터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변화상을 시대별로 담아냈다. 특히 구석기 시대 유물과 화석을 비롯해 고려 시대 삼별초가 주둔했던 항파두리성의 흔적과 조선 시대에 유배 온 선비들의 유품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 제주의 토기들 ⓒ 양혜영
▲ 항파두리성 유물 ⓒ 양혜영
박물관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
박물관 한쪽에 마련된 강당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과 인문학 강연이 열린다. 매달 둘째・넷째 목요일에는 인문학 강좌 ‘제주, 인문학을 만나다’가, 둘째・넷째 토요일에는 마술, 연극, 뮤지컬 등의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토요박물관 산책’이 진행된다. 지난 8월 11일에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를 녹여낸 넌버벌 퍼포먼스 ‘띠에라’가 공연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토요박물관 산책 문화공연 현장 ⓒ 양혜영
박물관 속 작은 박물관, 어린이 올레
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고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칫 어렵고 지루한 곳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의 역사와 유물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린이 전용 체험관 ‘어린이 올레’를 운영한다. 어린이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동자상과 돌하르방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퀴즈와 그림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하며 제주의 전통문화를 배운다.
▲ 어린이 올레에 마련된 제주 전통문화 체험 코너 ⓒ 양혜영
일상 속 보석을 찾는 박물관 산책실내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건물 뒤편에 아름답게 가꾼 정원과 제주의 옛 생활상이 전시된 야외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색색의 야생화가 만발하고 푸르른 잔디가 펼쳐진 이곳은 걸으면서 제주의 유물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산책코스를 자랑한다.
▲ 산책로로 이어지는 야외전시장ⓒ 양혜영
▲ 야외전시장에 재현한 제주의 고분ⓒ 양혜영
산책을 하다 보면 주변에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곤 한다. 특히 박물관 산책은 내 존재의 근원과 내가 머무는 곳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만든다. 수억만 년 전 잠든 화석을 마주하고, 오랜 세월이 깃든 유물들의 모험담을 들을 수 있는 박물관 산책의 즐거움을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일상 속 보석을 만나는 박물관 산책'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일상 속 보석을 만나는 박물관 산책
인문쟁이 양혜영
2018-09-11
휴식을 위해 천천히 걷는 일을 우리는 ‘산책’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산책하기에 썩 좋은 계절은 아니다. 특히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엔 산책은커녕 외출 자체가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산책을 나섰다. 목적지는 제주시 사라봉 공원 안에 있는 국립제주박물관.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파란 하늘과 푸른 정원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잠시 폭염을 잊고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 국립제주박물관 전경 ⓒ 양혜영
2001년에 개관한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 특별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 그리고 옛 제주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야외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전시장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체험관과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리는 강당이 있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최적의 나들이 장소다.
고려인이 사랑한 철화청자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고려 철화청자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철화청자는 도자기 겉면에 산화철이 포함된 물감으로 문양을 그린 뒤 유약을 발라 구운 청자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색청자나 상감청자가 고려 왕족과 귀족들을 위한 도자기라면, 철화청자는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두루 썼던 도자기다. 다른 청자와 달리 짙은 녹갈색과 녹청색, 황갈색을 띠고, 도자기 겉면에 자유분방하게 그린 검은색 문양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국의 박물관에 흩어져있던 철화청자 중 170여 점을 엄선해 선보였다.
▲ 철화청자 특별전시 전경 ⓒ 양혜영
▲ 철화청자 특유의 흑백문양이 잘 드러난 '모란 넝쿨무늬 난간 장식' ⓒ 양혜영
제주의 발자취
상설전시실에서는 제주도의 탄생부터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변화상을 시대별로 담아냈다. 특히 구석기 시대 유물과 화석을 비롯해 고려 시대 삼별초가 주둔했던 항파두리성의 흔적과 조선 시대에 유배 온 선비들의 유품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 제주의 토기들 ⓒ 양혜영
▲ 항파두리성 유물 ⓒ 양혜영
박물관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
박물관 한쪽에 마련된 강당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과 인문학 강연이 열린다. 매달 둘째・넷째 목요일에는 인문학 강좌 ‘제주, 인문학을 만나다’가, 둘째・넷째 토요일에는 마술, 연극, 뮤지컬 등의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토요박물관 산책’이 진행된다. 지난 8월 11일에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를 녹여낸 넌버벌 퍼포먼스 ‘띠에라’가 공연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토요박물관 산책 문화공연 현장 ⓒ 양혜영
박물관 속 작은 박물관, 어린이 올레
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고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칫 어렵고 지루한 곳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의 역사와 유물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린이 전용 체험관 ‘어린이 올레’를 운영한다. 어린이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동자상과 돌하르방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퀴즈와 그림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하며 제주의 전통문화를 배운다.
▲ 어린이 올레에 마련된 제주 전통문화 체험 코너 ⓒ 양혜영
일상 속 보석을 찾는 박물관 산책실내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건물 뒤편에 아름답게 가꾼 정원과 제주의 옛 생활상이 전시된 야외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색색의 야생화가 만발하고 푸르른 잔디가 펼쳐진 이곳은 걸으면서 제주의 유물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산책코스를 자랑한다.
▲ 산책로로 이어지는 야외전시장ⓒ 양혜영
▲ 야외전시장에 재현한 제주의 고분ⓒ 양혜영
산책을 하다 보면 주변에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곤 한다. 특히 박물관 산책은 내 존재의 근원과 내가 머무는 곳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만든다. 수억만 년 전 잠든 화석을 마주하고, 오랜 세월이 깃든 유물들의 모험담을 들을 수 있는 박물관 산책의 즐거움을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 국립제주박물관 관람시간
화~금요일 10:00~18:00
토요일 10:00~21:00
일요일, 공휴일 10:00~19:00
* 홈페이지 : http://jeju.museum.go.kr
* 주 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주동로 17
* 문 의 : (064) 720-8000
장소 정보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일상 속 보석을 만나는 박물관 산책'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괴산] 세월을 품고 마을을 지킨
김지혜
경사스러운 터에서 보존의 터로
인문쟁이 김슬기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