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포털 사이트에 ‘대구 자갈마당’이라고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에 부적합한 검색결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제일 먼저 뜬다. 자갈마당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는 것일까?
▲ 자갈마당 길목 청소년통행금지 표시
자갈마당은 대구 중구 도원동에 위치한 성매매 밀집지역의 속칭으로 그 역사가 깊다. 구한말 시대의 도원동은 대구의 하천이 모이는 저습지로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지역이었다. 1907년 일본은 대구읍성을 철거하면서 나온 흙과 자갈로 이곳 습지를 매립하고 유곽지를 조성했다. 시간이 흘러 1946년에는 북쪽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던 달성네거리 유곽지 앞에서 달성시장이 열렸는데, 비가 오면 땅이 질어져 도보가 편하도록 자갈을 퍼다 깔면서 그곳을 자갈마당이라고 불렀다. 이는 대구 윤락가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매매업소 62곳, 종업원 350명이 자갈마당에서 영업을 했다. 그러다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이곳에 수창공원,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등의 예술 공간을 세우면서 성매매업소가 많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갈마당'의 이미지는 점점 바뀌고 있다.
▲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외관
자갈마당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공을 세운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는 작년 2017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자갈마당 중심부에 위치한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건물은 과거 성매매 업소 건물이었다고 한다. 영업이 중단된 건물을 대구 중구청에서 임대해 작년 2월부터 8월까지 리모델링을 한 후 전시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시관은 총 3개 층으로 되어있다. 1층과 2층에서는 6개월 단위로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3층엔 옛 성매매 여성들이 활동했던 객실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018년 7월,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1층에서는 뮌&이명호 작가의 전시가, 2층에서는 김주연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1층 뮌&이명호. 자갈마당 展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1층의 입구와 유리방에는 흰색 목실이 둘러싸인 육면체가 눈에 띈다. 이는 이명호 작가의 ‘미제’라는 작품이다. 육면체의 목실 사이에서 덩굴장미가 자라고 있다. 꽃이 시들어 줄기에서도 떨어져도 꽃잎들은 목실에 의해 땅에 떨어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진다. 하지만 덩굴장미 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실의 틈과 틈을 찾아 계속 자랄 것이고,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덩굴장미가 틈 사이를 비집고 살아가는 모습은 지난 100년 동안 성매매가 이뤄진 자갈마당과 성매매 여성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명호 작가는 과거 성매매 장소였던 이곳의 특정적 ‘상황’을 그려냈다.
▲ 이명호 작가의 작품 '미제'
뮌 작가는 ‘Gold Mold’라는 작품으로 ‘가려진 구조’를 그려냈다. 관객의 접근을 막고 동시에 매료시키는 황금빛 교통 통제용 러버콘 하나가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대하여 관객의 주의를 환기한다. 작가는 주차금지콘이 자신의 것을 보호하며 결속을 강화하고 동시에 타인을 배타적으로 쫓으려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드러낸다고 말한다. 이는 뜻을 함께할 때는 우리였다가 반대 의견을 드러내면 남이 되는 무리의 속성과 유사하다.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금색 오브제는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된 뜻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굳건히 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뮌 작가의 작품 '가려진 구조'
2층 김주연 자갈마당 展
작가는 '살아 있음'의 성장을 기대하며, 기억과 치유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VII)라는 작품은 약 10,000부의 신문과 2t 규모의 씨앗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일상의 사건과 동시대 역사를 기록하는 매체에 씨앗을 심어 발아, 성장,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자연 순환에 대한 감각 경험을 불러일으켜 공감하게 하고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 김주연 작가의 작품 '살아있음'
'기억의 통증'이라는 작품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로 성매매 여성이 입었을 법한 옷이다. 이 작품의 유리 조각은 아픔을 상징하며, 작품은 몸에 아픔을 받는 것이 익숙해져 마치 갑옷처럼 된 상태를 형상화했다. 작품 '수놓은 침묵'은 성매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옷장의 안팎에 아픔을 상징하는 글자들이 적혀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내면적 아픔이 그 옷장에 형상화되어 새겨져 있다.
▲ 성매매 여성들의 내면적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들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 작은 흙덩이에 의지하며 생존하는 식물과 그 옆에 표시된 글귀가 눈에 띈다. 잡초는 하찮게 여겨지는 식물이지만, 강인한 생존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옆에 있는 글귀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의 상담 사례와 인터뷰 등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심리적, 정서적 부분들을 공감하며 이를 치유하고 강인함을 갖도록 용기를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 작은 흙덩이들
3층 자갈마당 아카이브
3층에서는 과거 성매매 장소였던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건물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눈이 아프다 싶을 정도의 빨간빛과 코가 아플 정도의 향수 냄새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 성매매 업소였던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트스페이스 3층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며 공간 구경을 하다 보면 점점 성매매 여성의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 성매매 업소가 지금의 아트스페이스로 바뀐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 아트스페이스를 나오니 주위의 건물들이 모두 성매매 업소인 걸 볼 수 있었다. 오전이라서 모두 문이 닫혀있었지만 잠긴 문 안에서 붉은 불빛 가운데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다행스럽게도 더욱 많은 예술 공간들이 이곳에 들어서고 있다.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더욱 많은 예술 공간들이 생겨서, 자갈마당이 '성매매 집결지'가 아닌 '예술의 집결지'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어릴 때 다른 사람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행복한 사람이라며 자라왔다. 꿈이 곧 직업이다는 말을 싫어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레크레이션 강사, 태권도 사범 등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헌혈 100회, 봉사활동 1000시간을 하며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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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 속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대구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인문쟁이 김상협
2018-08-16
유명 포털 사이트에 ‘대구 자갈마당’이라고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에 부적합한 검색결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제일 먼저 뜬다. 자갈마당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는 것일까?
▲ 자갈마당 길목 청소년통행금지 표시
자갈마당은 대구 중구 도원동에 위치한 성매매 밀집지역의 속칭으로 그 역사가 깊다. 구한말 시대의 도원동은 대구의 하천이 모이는 저습지로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지역이었다. 1907년 일본은 대구읍성을 철거하면서 나온 흙과 자갈로 이곳 습지를 매립하고 유곽지를 조성했다. 시간이 흘러 1946년에는 북쪽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던 달성네거리 유곽지 앞에서 달성시장이 열렸는데, 비가 오면 땅이 질어져 도보가 편하도록 자갈을 퍼다 깔면서 그곳을 자갈마당이라고 불렀다. 이는 대구 윤락가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매매업소 62곳, 종업원 350명이 자갈마당에서 영업을 했다. 그러다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이곳에 수창공원,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등의 예술 공간을 세우면서 성매매업소가 많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갈마당'의 이미지는 점점 바뀌고 있다.
▲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외관
자갈마당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공을 세운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는 작년 2017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자갈마당 중심부에 위치한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건물은 과거 성매매 업소 건물이었다고 한다. 영업이 중단된 건물을 대구 중구청에서 임대해 작년 2월부터 8월까지 리모델링을 한 후 전시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시관은 총 3개 층으로 되어있다. 1층과 2층에서는 6개월 단위로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3층엔 옛 성매매 여성들이 활동했던 객실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018년 7월,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1층에서는 뮌&이명호 작가의 전시가, 2층에서는 김주연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1층 뮌&이명호. 자갈마당 展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1층의 입구와 유리방에는 흰색 목실이 둘러싸인 육면체가 눈에 띈다. 이는 이명호 작가의 ‘미제’라는 작품이다. 육면체의 목실 사이에서 덩굴장미가 자라고 있다. 꽃이 시들어 줄기에서도 떨어져도 꽃잎들은 목실에 의해 땅에 떨어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진다. 하지만 덩굴장미 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실의 틈과 틈을 찾아 계속 자랄 것이고,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덩굴장미가 틈 사이를 비집고 살아가는 모습은 지난 100년 동안 성매매가 이뤄진 자갈마당과 성매매 여성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명호 작가는 과거 성매매 장소였던 이곳의 특정적 ‘상황’을 그려냈다.
▲ 이명호 작가의 작품 '미제'
뮌 작가는 ‘Gold Mold’라는 작품으로 ‘가려진 구조’를 그려냈다. 관객의 접근을 막고 동시에 매료시키는 황금빛 교통 통제용 러버콘 하나가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대하여 관객의 주의를 환기한다. 작가는 주차금지콘이 자신의 것을 보호하며 결속을 강화하고 동시에 타인을 배타적으로 쫓으려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드러낸다고 말한다. 이는 뜻을 함께할 때는 우리였다가 반대 의견을 드러내면 남이 되는 무리의 속성과 유사하다.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금색 오브제는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된 뜻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굳건히 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뮌 작가의 작품 '가려진 구조'
2층 김주연 자갈마당 展
작가는 '살아 있음'의 성장을 기대하며, 기억과 치유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VII)라는 작품은 약 10,000부의 신문과 2t 규모의 씨앗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일상의 사건과 동시대 역사를 기록하는 매체에 씨앗을 심어 발아, 성장,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자연 순환에 대한 감각 경험을 불러일으켜 공감하게 하고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 김주연 작가의 작품 '살아있음'
'기억의 통증'이라는 작품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로 성매매 여성이 입었을 법한 옷이다. 이 작품의 유리 조각은 아픔을 상징하며, 작품은 몸에 아픔을 받는 것이 익숙해져 마치 갑옷처럼 된 상태를 형상화했다. 작품 '수놓은 침묵'은 성매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옷장의 안팎에 아픔을 상징하는 글자들이 적혀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내면적 아픔이 그 옷장에 형상화되어 새겨져 있다.
▲ 성매매 여성들의 내면적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들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 작은 흙덩이에 의지하며 생존하는 식물과 그 옆에 표시된 글귀가 눈에 띈다. 잡초는 하찮게 여겨지는 식물이지만, 강인한 생존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옆에 있는 글귀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의 상담 사례와 인터뷰 등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심리적, 정서적 부분들을 공감하며 이를 치유하고 강인함을 갖도록 용기를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 작은 흙덩이들
3층 자갈마당 아카이브
3층에서는 과거 성매매 장소였던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건물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눈이 아프다 싶을 정도의 빨간빛과 코가 아플 정도의 향수 냄새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 성매매 업소였던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트스페이스 3층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며 공간 구경을 하다 보면 점점 성매매 여성의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 성매매 업소가 지금의 아트스페이스로 바뀐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 아트스페이스를 나오니 주위의 건물들이 모두 성매매 업소인 걸 볼 수 있었다. 오전이라서 모두 문이 닫혀있었지만 잠긴 문 안에서 붉은 불빛 가운데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다행스럽게도 더욱 많은 예술 공간들이 이곳에 들어서고 있다.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더욱 많은 예술 공간들이 생겨서, 자갈마당이 '성매매 집결지'가 아닌 '예술의 집결지'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김상협
장소 정보
2018 [인문쟁이 4기]
어릴 때 다른 사람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행복한 사람이라며 자라왔다. 꿈이 곧 직업이다는 말을 싫어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레크레이션 강사, 태권도 사범 등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헌혈 100회, 봉사활동 1000시간을 하며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자갈마당 속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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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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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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