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이다. 출판물부터, 팟캐스트, TV예능 프로그램까지 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서 관련 앱도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책혐 시대’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에 압박감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21세기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
스마트폰으로, E-book 리더기로, 손쉽게 전자책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더불어 책을 눈으로만 읽는 시대는 지났다. 오디오북의 형태로 운전을 하며 출퇴근길에 듣거나, 잠들기 전에 가볍게 들을 수 있다.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출판사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책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시각, 청각, 촉각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단연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을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것. 이것만큼 독서를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 또 있을까?
<인생의 맛, 드로잉> 북토커 모임 포스터.
‘인생의 맛, 드로잉’ 행사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동네서점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중 하나다. 참여자들은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를 읽고 그 안에서 그려지는 음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맛을 그리는 시간
참여 신청을 하고 난 뒤, 서점 주인에게 직접 그린 지도를 건네받았다. 서점 주변을 그린 지도에는 다정한 글씨로 동네 맛집에 대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지도를 참고하여 마음에 드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먹었던 음식을 직접 그리며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 공지를 받고 서점 주변의 식당가를 찾았다. 평소엔 생각 없이 선택했던 점심 메뉴였는데 오늘따라 더 망설여졌다. 내가 먹는 음식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식사도중에도 더 신중하게 맛을 느껴보려 노력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식사를 마치고 서점에 다시 들어서니, 공간 한쪽에는 다과와 색연필, 노트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6~7명 정도의 참여자는 사는 곳도 직업도 전부 달랐다. ‘책’과 ‘음식’ 그리고 ‘그림’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만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북토커 모임이 진행된 특별한 테이블.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라는 책의 에디터와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출판 과정, 그리고 책과 음식,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흔히 책 속에 인생이 담겨 있다는 말이 있듯, 책을 직접 만든 사람과의 대화는 그 인생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종이 속 활자를 넘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인 시노다 부장이 식사일기를 처음 쓰게 된 이유는 어린 딸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딸과 즐거움을 찾고 나누기 위해 시작했던 사소한 일과가 25년의 세월을 거쳐 그를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작가’로 탄생시킨 것이다.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 그는 25년 동안 매일 식사일지를 적었다.
직접 그린 식사 일지. 속초의 명물 회냉면과 보쌈
오늘의 맛, 그리고 인생의 맛
서점 안에서 조용히 차를 홀짝이며 우리는 각자 그림을 그렸다. 책을 뒤적이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힌트를 얻어 보기도 하고, 한숨을 돌리며 서점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동네 서점에 모여 그림을 그리는 시간, 귀엽고 소소한 놀이에 나는 어린이가 된 것 처럼 푹 빠져버렸다.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모두 집중하여 그림을 그렸다. 각자 쑥스럽게 결과물을 공유하며 음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식 때 먹었던 반미의 맛, 처음으로 혼자 떠나온 여행의 맛, 친구들과 먹던 추억의 맛. 우리는 음식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안에는 소중한 추억과 기억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음식이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일상이 아님을, 그 안에는 삶과 인생이 담겨 있음을, 책을 넘어 사람을 통해 은은히 전해져 왔다.
<관련 정보>
문학동네 아지트 북토커: 출판사 문학동네의 북클럽 이벤트. 전국 동네 책방 아지트에서 매달 특별한 독서모임이 열린다.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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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다, '인생의 맛, 드로잉'
인문쟁이 김지영
2018-07-12
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이다. 출판물부터, 팟캐스트, TV예능 프로그램까지 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서 관련 앱도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책혐 시대’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에 압박감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21세기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
스마트폰으로, E-book 리더기로, 손쉽게 전자책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더불어 책을 눈으로만 읽는 시대는 지났다. 오디오북의 형태로 운전을 하며 출퇴근길에 듣거나, 잠들기 전에 가볍게 들을 수 있다.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출판사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책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시각, 청각, 촉각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단연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을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것. 이것만큼 독서를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 또 있을까?
<인생의 맛, 드로잉> 북토커 모임 포스터.
‘인생의 맛, 드로잉’ 행사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동네서점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중 하나다. 참여자들은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를 읽고 그 안에서 그려지는 음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맛을 그리는 시간
참여 신청을 하고 난 뒤, 서점 주인에게 직접 그린 지도를 건네받았다. 서점 주변을 그린 지도에는 다정한 글씨로 동네 맛집에 대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지도를 참고하여 마음에 드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먹었던 음식을 직접 그리며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 공지를 받고 서점 주변의 식당가를 찾았다. 평소엔 생각 없이 선택했던 점심 메뉴였는데 오늘따라 더 망설여졌다. 내가 먹는 음식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식사도중에도 더 신중하게 맛을 느껴보려 노력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식사를 마치고 서점에 다시 들어서니, 공간 한쪽에는 다과와 색연필, 노트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6~7명 정도의 참여자는 사는 곳도 직업도 전부 달랐다. ‘책’과 ‘음식’ 그리고 ‘그림’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만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북토커 모임이 진행된 특별한 테이블.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라는 책의 에디터와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출판 과정, 그리고 책과 음식,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흔히 책 속에 인생이 담겨 있다는 말이 있듯, 책을 직접 만든 사람과의 대화는 그 인생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종이 속 활자를 넘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인 시노다 부장이 식사일기를 처음 쓰게 된 이유는 어린 딸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딸과 즐거움을 찾고 나누기 위해 시작했던 사소한 일과가 25년의 세월을 거쳐 그를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작가’로 탄생시킨 것이다.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 그는 25년 동안 매일 식사일지를 적었다.
직접 그린 식사 일지. 속초의 명물 회냉면과 보쌈
오늘의 맛, 그리고 인생의 맛
서점 안에서 조용히 차를 홀짝이며 우리는 각자 그림을 그렸다. 책을 뒤적이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힌트를 얻어 보기도 하고, 한숨을 돌리며 서점의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동네 서점에 모여 그림을 그리는 시간, 귀엽고 소소한 놀이에 나는 어린이가 된 것 처럼 푹 빠져버렸다.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모두 집중하여 그림을 그렸다. 각자 쑥스럽게 결과물을 공유하며 음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식 때 먹었던 반미의 맛, 처음으로 혼자 떠나온 여행의 맛, 친구들과 먹던 추억의 맛. 우리는 음식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안에는 소중한 추억과 기억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음식이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일상이 아님을, 그 안에는 삶과 인생이 담겨 있음을, 책을 넘어 사람을 통해 은은히 전해져 왔다.
<관련 정보>
문학동네 아지트 북토커: 출판사 문학동네의 북클럽 이벤트. 전국 동네 책방 아지트에서 매달 특별한 독서모임이 열린다.
http://bookclubmunhak.com/booktalker2018
〈관련 정보〉
동아서점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08(교통 658)
운영시간: 9시~21시 30분
SNS: 인스타그램 @bookstoredonga / 페이스북 www.facebook.com/bookstoredonga
〈관련 도서〉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 / 글, 그림: 시노다 나오키 / 도서출판 앨리스
장소 정보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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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궐 갤러리
남인희
책으로 영화를 만나다
인문쟁이 이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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