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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도시 대전의 기록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인문쟁이 안준형

2016-11-24



지난 시간의 일들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의 의미

쉬이 과학도시로 불리던 대전은 어째 요즘 근대도시라는 이름으로 더 소개되는 듯 하다.그것은 93 엑스포 이후로 이렇다하게 도시의 정체성을 업데이트할 거리를 갖지 못한 대전에게 나름의 반가운 현상이지만, 하필 왜 근대도시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싶기도 한 일이다. 2016년에 들어와서 소문만 무성하던 93 엑스포 시설들의 철거도 완전히 끝났고, 익숙하던 과학도시라는 수식도 이제는 청산을 하는 수순인 듯 뵈면서, 튀김소보로 도시도 아니고 근대도시라는 이름으로 과학도시 이후의 수식을 꾀 찬 데에 지금의 대전이 있다.


대전 근현대사 입구

▲ 대전 근현대사


시간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엑스포를 통해서 21세기를 점쳤던 1993년의 대전에서는 다분히 미래적인 전망이 있었다. 그리고 과학도시라고 불리는 것에서 (미래적이라고까지 말하기에는 조금 낯간지럽더라도) 21세기의 어떤 현대적인 도시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근대도시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미래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현대를 관통하고 다시 근대로 돌아온 대전에는 충분히 어떤 사연들이 있다. 한동안은 미래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던 과거-역사들은 이제야 조금씩 숨을 돌리며 바라보는 중인 듯하다. 대전은 그런 의미에서 근대도시이다. 옛 충남도청에 있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는 대전이 근대도시라고 불리는 연유를 알아볼 실마리를 준다.


근대도시 100년, 대전 근현대사 도시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보다 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명칭이 아닌, 오랜'역사공동체'의 이름입니다. 이퍼럼 역사공간으로서의 대전은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도시'로서의 이력은 20세기 초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는 대전이라는 그대도시 100년의 탄생과 성장, 빛과 어둠, 영광과 좌절, 그 모든 것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의 20세기는 식민지와 전쟁, 개발독재와 민주화, IMF경제 위기 등 격량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극단의 세기를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도시가 바로 대전입니다. 이 전시는 그 치열함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며,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지금의 대전을 일궈낸 '대전인'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헌사입니다. 이번 전시가 과거의 기록과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불편하고 가슴 아픈 사시들조차 냉정한 성찰을 통해, 보다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갈, 동시대의 모든 이들을 향한 작은 격려가 되길 기대 합니다.

▲ 이번 전시는 대전이라는 근대도시 100년의 탄생과 성장, 빛과 어둠, 영광과 좌절, 그 모든 것에 관한 것입니다.


대전 내역(중)지리적 공간, (우)근대로의 이행

▲ 대전 내역 / 지리적 공간 / 근대로의 이행


2013년 개관한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은 등록문화재 18호이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한 옛 충남도청에 위치해 있다. 대전이라고 하는 지역의 대략 100년간의 역사를 기록 전시해 놓았으며, 지리적 공간의 탄생부터 엑스포까지 대전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한데 엮어놓은 전시이다.


기억해둘 점은 대전 발전의 첫 분기는 20세기 초로 기록된다는 점이다. 바로 경부선 철도의 건설로 인해 한낱 한촌에 머물러 있던 지역이 급격히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근대화의 상징인 철도를 통해 탄생한 도시 대전은 때문에 굳이 긴 역사를 자랑으로 삼진 않는다. 이 전시 역시 20세기 이후의 대전이라는 지역의 근대적 발전과정을 담담하게 조망한다.


(좌)일제의 침략과 대전의 일본인들, (중)대전의 3·1만세운동군시제사 대전공장 노동자 파업

▲ 일제 / 만세운동 / 노동자파업


대전을 거점으로 일어난 민중운동들의 기록도 빠지지 않고 있어, 단순히 대전이라고 하는 공간의 도시적 발전뿐 아니라 정치적 발전 과정 역시도 눈여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들이 대부분 일제기간에 한정된다는 점에는 조금 아쉬움을 들게 한다. 시간 순으로 정리된 민중운동들의 연보를 들여다보며 오늘날의 좌표는 과연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대전의 근대건축대전의 근대대전 감옥소

▲ 대전의 근대건축 / 대전의 근대 / 감옥소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전시에서는 기록물로서의 유물 같은 것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도시이다 보니 유물 같은 것이 있을 리도 만무하겠지만 대신에 건축물이 제법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현재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옛 충남도청사도 1932년에 건축되어 한국전쟁시기에 임시중앙청으로도 사용된 적 있는 역사적 건축물이기도 하다.


근대의 시작과 동시에 탄생한 도시이다 보니 최근에 와서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 원도심 쪽에는 당시의 건축물들이 제법 남아있는 편이다. 때문에 대전 근현대사전시는 직접 어떤 유물을 가져와 전시하는 형태를 취하기보다는 해당의 역사적 기록이 되는 건축물들의 좌표를 지도에 기록해두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 대전의 근대건물 지도를 찍어두었다가 직접 찾아가보는 것도 제법 재미난 일이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의 신중심도시, 대전대한민국의 신중심도시, 대전의 연보와 연역

▲ 대전의 연보 / 연역


대전 근현대전시관은 짧은 듯 짧지 않은 대전 100여 년 간의 기록을 통해서 대전의 시간이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나름의 윤곽을 잡아주는 듯하다. 어쩌면 그냥 잊히고 없어질지도 모를 일들을 기록하고 어떤 사건의 흐름 속으로 정리해 낸다는 것의 의미. 지난 시간의 일들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의 의미는 오늘날에 더욱 중요하게 된 것 같다. 대전 근현대전시관과 같은 역사의 기록보관소를 통해서 기억하기란 어떻게 작동해야하는지 살펴보는 건 분명 꼭 필요한 일일 터이다.



사진= 안준형


장소 정보

  •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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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하기
  • 충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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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기록
안준형
인문쟁이 안준형

[인문쟁이 2기]


안준형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여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와 현재 거주 중에 있는 어린 미학도이다. 학교 재학동안에 들었던 비평수업의 영향인지 artwork보다도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껴 혼자 간간이 글을 써왔었다. 인문쟁이 모집공고를 보게 되어, 문화 활동이나 전시 등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역사적 인물로는 재야운동가이신 기세춘선생님이 있었는데 집이 가까워서 조만간 뵐 수 있을 것 같다. mgom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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