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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콘서트 오늘' 김용걸 편

발레무용가 김용걸이 말하는 몸 안의 철학, 몸 밖의 세상

인문쟁이 전재민

2016-03-22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지난 1월의 마지막 목요일,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을 보기 위해 대학로 예술가의 집을 찾았다. '오늘'은 우리가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문·문화예술 분야 인물들을 초대하여 각 주제에 인문과 예술을 더하여 풀어내는 토크 콘서트이다. 6회에 걸쳐 국악인 황병기, 음악평론가 임진모, 배우 박정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빛내주었던 ‘오늘’의 이번 강연은 발레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김용걸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김용걸은 국립발레단의 주역이자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국립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한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노이다. 현재는 귀국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안무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발레리노, 안무가, 교수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다양한 수식어만큼이나 깊은 그의 이야기는 발레, 파리, 가족, 오늘이라는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인문예술콘서트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는 겸손한 말로 시작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이고 인문이었다.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이 열리는 예술가의 집 입구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이 열리는 예술가의 집 입구


조명 뒤의 발레리노

전체적인 강연은 윤중강 음악평론가와 김용걸의 편안한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발레 무용가로 사는 삶, 가족 등 많은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김용걸이 가지고 있는 발레리노에 대한 생각이었다.


윤중강: 발레리나에 관해서는 친숙했는데, 발레리노에 대해서는 친숙하지 않았다. 죄송한 말씀인지는 모르지만 "발레리노는 여자 무용수를 끝나는 것 아니야?"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 같다.

김용걸: 남자의 역할이 굉장히 분명하다. 여자를 서포트하고 내보낸 다음, 멋있게 춤을 추는 것 또한 남자 무용수의 역할이다.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하는 김용걸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하는 김용걸


러시아의 천재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 이후 발레리노의 위상이 향상되고 빌리 엘리엇(Billy Elliot), 스파르타쿠스(Spartacus), 메튜 본의 백조의 호수(Matthew Bourne's Swan Lake) 등 남자 무용수가 중심인 작품이 생겨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성 발레 무용가를 뜻하는 ‘발레리노’는 조명 뒤에서 발레리나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용걸은 여자 무용수가 중심이 되는 작품에서 남자 무용수 개인이 돋보이려 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김용걸: 뛰고 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자를 서포트하고 리드하는 것이 남자의 몫이다. 그러나 간혹보면 남자들이 자기가 더 멋있어 보이려고 자기 자리를 약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다. (발레에서) 남자는 여자를 잘 받쳐주고 잘 모셔야 한다. 그 두 사람의 밸런스가 남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간접적인 표현이 중요하다. 학생을 가르칠 때 말한다. "나서려고만 하지말아라."라고. 이것은 비단 발레에서의 남녀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해 해당하는 것 같다. 너무 다 돋보이려고만 한다. 뒤에서 묵묵하게 했을 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한예종 재학생을 직접 초대해서 여성 무용수를 배려하는 남성무용수의 자세, 인사법 등을 실제로 보여주어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돋보이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비록 간접적일지라도 조명 뒤에서 묵묵하게 그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의 말에서 그의 무용에 대한 철학, 사회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김용걸 선생님과 제자들

발레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초대한 제자들을 소개하는 김용걸


15분의 볼레로

강연 막바지, 김용걸이 한팩(한국공연예술센터) 솔로이스트에서 연기했던 <그 무엇을 위하여>를 영상으로 감상했다. <그 무엇을 위하여>는 김용걸의 인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모든 신경을 볼레로 리듬에 맞추고 단순하게 반복되며 점점 고조되는 음악에 맞춰 김용걸은 온 힘을 다한 춤을 춘다. 15분간의 볼레로는 기승전결을 관통하며 마지막 폭발을 향해 다가간다. 물샐틈없이 짜인 동작이 위태위태하게 이어진다. 김용걸은 이를 인생에 비유했다.


김용걸: 우리 사람들이 사는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위태위태한 것 같다. 한 발, 두 발로 서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두 발이지만 낭떠러지 앞에 있을 수도 있다….


김용걸의 작품 그 무엇을 위하여

▲김용걸의 작품 <그 무엇을 위하여>


15분간의 위태로운 볼레로는 위태로웠지만 주어진 ‘오늘’에 사투를 벌였던 자신의 무용인생을 압축한 작품이었다. 발레리노 김용걸의 사투는 끝났지만, 안무가 김용걸의 사투는 현재진행중이다. 또다시 들려올 그의 승전보를 기대해본다.


이번 강연 취재를 계기로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의 재미에 푹 빠진 본인은 벌써 다음 강연을 기대 중이다.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의 다음 일정은 연극평론가이자 극작가인 김명화의 ‘언어로 그려내는 무대 위의 세상’과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의 ‘한국인, 왜 이렇게 먹을까?’가 각각 2월 25일과 3월 10일에 예정되어있다. 곧 다가올 따듯한 햇살이 드리우는 봄, 인문예술콘서트 ‘오늘’과 함께 인문의 꽃을 피워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전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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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콘서트 ‘오늘’

‘예술가의 집’ 가는 길

(03087)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3 (동숭동 1-130) 예술가의 집 / TEL : 02-760-4715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온 뒤 마로니에공원 방면으로 도보 3분

인문360° http://inmun360.cultur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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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전재민

[인문쟁이 1기]


전재민은 서울 이문동에 살고, 경희대학교 도서관 원형자료실 2층이 아지트다.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만나고 싶다. 인문학을 배우고자하는 발칙한 도전의 표현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으며, 이 활동을 통해 인문의 '인(人)' 자를 배워가고 싶다.
ufop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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