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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30년 - 지역을 위한, 지역과 함께하는 공간

인문쟁이 장보연

2016-03-04

책과 사람을 향한 진심_ 서점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다

 

진주문고 외관


진주문고의 30년. 진주문고는 1986년 경상대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으로 시작했다. 그 때는 검서목록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책을 빼앗기고 책 때문에 경찰서를 오고가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으면서 사회에 맞서 싸웠다. 그런 사회와 함께한 곳이 바로 진주문고다. 책을 빌리고 사는 책방을 넘어 이제는 복합 문화공간을 꿈꾸는 진주문고를 찾았다.

30년을 지켜온 진주문고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는 진주 평거동에 위치해있다. 아파트와 주거단지에 둘러 쌓여있는 동네라 이 곳에 유명한 서점이 있을까 의아했지만 진주문고 근처에 다다르자 서점을 이용하는 많은 방문자들의 발걸음이 한 눈에 보였다. 1층은 주로 어린이와 학생, 장년들을 위한 참고도서와 전문서적이 자리잡고 있고, 2층에는 주로 교양, 인문학, 예술 등의 일반서적들이 있다.


책방 안 전경1 책방 안 전경2


일반 대형서점과는 다르게 진주문고만의 책 소개 코너들이 2층을 올라가는 계단에 진열되어있는데, 베스트셀러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한 명의 작가가 집필한 책을 모두 진열하고 관련된 소개 및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자 함인 것 같다. 마침 소설 어린왕자가 영화로 나왔던 시기였는데 어린왕자 관련 책을 종류별로 배치해놓은 진열을 보고 지역주민들을 생각하는 따뜻하지만 소박한 진주문고만의 소통방법과 노력이 말 없이 느껴졌다.

진주문고에서 뺴 놓을 수 없는 코너가 바로 ‘내 마음의 책방’ 이다. 이 코너는 직원들이 직접 책을 읽고 방문객들과 소통과 공유를 하고 싶은 책들을 진열해놓은 곳이다. 일반적으로 대형서점은 많이 팔리거나 유명한 책들을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진열해놓는데, 그럴 경우, 오래되거나 작품성이 있는 책들이 소개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마치 일반적인 상품처럼 반짝하고 지는 것 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한 것들을 부정하는 진주문고의 방식은‘책은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을 범접하고 특별한 상품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대표님의 가치관이자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책과 사람 그리고 지역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진주문고. 한 곳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진주문고이기에 이제는 지역 주민들에겐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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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문_진주문고가 올해 30년을 맞이했습니다. 30년 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답_짧지 않은 시간 어떻게 해왔느냐 저는 다른 어떤 것을 해보려고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책이 정말 좋았어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인해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신체적인 약점이 있어 책과 더 가까이 지내게 됐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시대적으로 서점이 많았어요. 학교 앞에 서점을 드나들면서 서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죠. 내 신체적인 약점이 결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책방 의외에는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1년, 2년 하다 보니 어느 덧 10년이 됐고 그러다 보니 30년이 되었네요. 운영 초기에는 경찰서를 집 드나들듯이 다니던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찾아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 책은 당연히 가져야 하는 필수품이었고 책을 통해 사고하고 꿈을 꿀 만큼 물질적인 풍요는 줬었죠. 당시의 어려움 속에서 현실과 이상이라는 적절한 조화가 서점을 하게 만들어줬어요.


단골의 서재

▲단골의 서재 코너


문_지역사회에서 진주문고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답_책은 자본주의에서 하나의 상품이지만 대량으로 생산되는 그런 상품하고는 다르다고 봅니다. 책은 사람의 정신영역까지 포함한 오묘한 물건이자 독특한 상품이고 서점은 구매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게 지금까지 사랑을 받았고 받고 있는데. 이 자체의 공간이 유지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고유의 향기가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 어려움과 경제적 한파가 온다고 해도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책방으로 이 자리에서 굳건히 지키고 있음으로 해서 진주 시민들에게 이 곳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가만히 이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있는 것만으로도 지키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소통하고 있다고 느끼고요. 그렇기에 이제는 조금 더 저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문_위에서 언급하신 노력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답_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인문학 강연과 음악공연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죠. 가만히 있어도 역할이 되었던 서점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젊은 친구들이 주축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저희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서점의 변화를 통해 공간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책을 채우고 전달해주는 기본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책을 기반으로 한 문화컨텐츠가 모인 공간이 되어야 하고 그럴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 공간이 책으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북 카페나 음악감상실, 갤러리와 그에 관련된 책까지 포함한 공간. 각각의 역할과 함께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공간. 한 데 어울리는 문화꾸러미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끊임없이 개발해야만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의 책방코너

▲ 내 마음의 책방 코너


문_진주문고가 진열방식으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책방’처럼 각각의 코 너가 특색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답_저희는 일반 대형서점처럼 마케팅 전략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의지하거나 그 기준에 맞춰서 서가를 배치하는 것을 거절합니다. 이것을 보통 편집진열이라고 하는데 저희의 직원들은 일반적인 편집진열과는 다르게 자기들의 방식으로 진열하고 테마도 정합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깊이 있고 좋은 책들을 진열하기 때문에 저희 직원들은 책을 많이 보고 또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존의 대형서점의 광고나 마케팅 전략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꽤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작심365일 코너 진주문고만의 책 소개 코너

▲작심365일 코너  /  진주문고만의 책 소개 코너


문_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고 싶은가요?

답_지역에서 너무나 큰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유지시킬 수 있었던 건 제가 아니라 지역민들 덕분 이였어요. 책 값도 비싸고 좁은 공간이지만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해주셨고 여기에 대한 빚을 갚아야 되는 것도 저의 의무인것 같습니다.

1년 전, 지역을 위한 출판사를 만들었습니다. 지역의 콘텐츠들을 책으로 만들어서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 역할도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역과 지역주민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 많은 사랑에 보답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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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연
인문쟁이 장보연

[인문쟁이 1기]


장보연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살고 주로 집 근처 카페에서 작업한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며, 주로 미술전시관을 즐겨 찾는다. 한 가지를 보아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 깊이 생각하는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김훈작가가 쓴 <칼의 노래>의 주인공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 우연한 기회에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지역사회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분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다.
jjjby45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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