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선물 같이 찾아온 봄날의 기온같은 연말연시의 어느 일요일 낮, 동성로 한복판 스터디 까페에 두툼한 책을 손에 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각자 나이나 직업 등을 늘어놓지 않고 그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로 자기소개를 대신한다. 800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대구 지역 인문학 커뮤니티 <루드베키아>의 일요 소모임 풍경이다.
<루드베키아>는 책, 영화, 음악, 사진 글쓰기까지 장르를 망라하는 각종 소모임들을 진행하며 다양한 인문학적 활동 등과 관련해 생각을 나누고 있다. 수치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작년 한 해만도 총 175회의 모임이 개최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문학의 불모지라고 하는 대구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중 일요 소모임 ‘오덴세’가 이번 달 선정한 도서는 요한 페터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였다. 두 권으로 분권되어 있고 총 10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을 모인 대부분의 회원들이 읽고 왔다고 했다. 괴테의 제자였던 작가 에커만이 대문호 괴테와 나눈 대화를 풀어내어 국가와 시대를 떠나 공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진리를 다루는 책이라는 평가들이 오갔으며 그 중 이 책을 덮고 나니 괴테의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졌다는 한 회원의 발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비단 책의 줄거리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반의 다양한 소재에 관하여 깊고 풍부하게 생각을 모든 회원들이 열성적으로 나누는 모습에 필자 역시 그 일원으로 당장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루드베키아>의 월요일 모임 ‘월요철학산책’ 은 철학 도서를 대상으로 하여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수요일 모임 첫 번째인 ‘소설, 그 속의 마음’은 소설을 통해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번째 ‘카메라루시다’는 사진을 통해 공감하고, 금요일 모임 ‘사유공방’은 글쓰기를 주제로 함께한다. 토요일은 ‘루아극장’에서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며 ‘빨간 우체통’이라는 모임에서는 손편지를 쓰며 아날로그 감성을 회복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음악감상’에서 클래식을 같이 듣고 ‘미술감상’ 모임에서는 미술 작품을 같이 보며 ‘미미르의 샘’에서는 과학 분야를 다룬다. 끝으로 필자가 참석했던 ‘오덴세’에서는 소설 읽기를 통해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활동을 한다. 각종 모임들은 격주나 월 1회 정도의 간격으로 진행되며 참석을 위해서는 까페 가입을 하고 각 게시판에 참석 신청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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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루드베키아 김재웅 모임장
문_언제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는지요?
답_2013년 9월 시내 인근 대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학생들 위주로 구성원이 꾸려졌었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고서는 모임 후기 등의 자료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상에 노출되면서 지금의 사회인 모임으로 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도서를 읽던 와중 인문학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연대’의 개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때부터 모임 활동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_모임장으로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답_무엇보다 회원들이 이 모임 덕에 평소하지 않았을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삶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문_모임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특히 애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답_친목 모임 등으로 성격이 변질되기 않아야 하므로 일관성 있게 기조를 유지하며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친한 사이더라도 언니, 오빠 등의 호칭을 써서 새로운 회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00님으로 부르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문_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속해나가고 싶은지요?
답_사실 지금 모임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학창시절에 미리 생각해봤어야 할 것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상 20대, 30대가 되어서야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인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의 각박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고 싶고요. 다음 달에는 이러한 회원들의 생각들이 모여 시(詩)와 역사모임이 새로 생깁니다. 우리 모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궁극의 행복을 꽃 피우는 것이 인문학의 목표
성찰, 지기, 표현, 배려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지향하는 <루드베키아>는 깊은 즐거움을 나누는 동호회, 즉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의 모임이었다.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지친 사람이 있다면 주중 내내 열려있는 <루드베키아>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든지 올 수는 있지만 아무나 오지는 않을 이 궁극의 행복(커뮤니티명, ‘루드베키아’라는 꽃의 꽃말)으로 말이다.
김지은은 어쩌다보니 스무 살 이후 쭉 대구 북구를 못 벗어난 채 살고 있다. 해야 되는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 인간 개개인의 본성이 사회에 녹아드는 메커니즘에 호기심이 많다. 그림 보는 기쁨을 가르쳐 준 ‘미대 친구’ 의 추천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jeje512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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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문학 커뮤니티 ‘루드베키아’
인간다운 삶을 공유하기 위한 모임
인문쟁이 김지은
2016-02-17
사람과 사람간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깜짝 선물 같이 찾아온 봄날의 기온같은 연말연시의 어느 일요일 낮, 동성로 한복판 스터디 까페에 두툼한 책을 손에 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각자 나이나 직업 등을 늘어놓지 않고 그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로 자기소개를 대신한다. 800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대구 지역 인문학 커뮤니티 <루드베키아>의 일요 소모임 풍경이다.
<루드베키아>는 책, 영화, 음악, 사진 글쓰기까지 장르를 망라하는 각종 소모임들을 진행하며 다양한 인문학적 활동 등과 관련해 생각을 나누고 있다. 수치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작년 한 해만도 총 175회의 모임이 개최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문학의 불모지라고 하는 대구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중 일요 소모임 ‘오덴세’가 이번 달 선정한 도서는 요한 페터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였다. 두 권으로 분권되어 있고 총 10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을 모인 대부분의 회원들이 읽고 왔다고 했다. 괴테의 제자였던 작가 에커만이 대문호 괴테와 나눈 대화를 풀어내어 국가와 시대를 떠나 공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진리를 다루는 책이라는 평가들이 오갔으며 그 중 이 책을 덮고 나니 괴테의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졌다는 한 회원의 발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비단 책의 줄거리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반의 다양한 소재에 관하여 깊고 풍부하게 생각을 모든 회원들이 열성적으로 나누는 모습에 필자 역시 그 일원으로 당장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루드베키아>의 월요일 모임 ‘월요철학산책’ 은 철학 도서를 대상으로 하여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수요일 모임 첫 번째인 ‘소설, 그 속의 마음’은 소설을 통해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번째 ‘카메라루시다’는 사진을 통해 공감하고, 금요일 모임 ‘사유공방’은 글쓰기를 주제로 함께한다. 토요일은 ‘루아극장’에서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며 ‘빨간 우체통’이라는 모임에서는 손편지를 쓰며 아날로그 감성을 회복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음악감상’에서 클래식을 같이 듣고 ‘미술감상’ 모임에서는 미술 작품을 같이 보며 ‘미미르의 샘’에서는 과학 분야를 다룬다. 끝으로 필자가 참석했던 ‘오덴세’에서는 소설 읽기를 통해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활동을 한다. 각종 모임들은 격주나 월 1회 정도의 간격으로 진행되며 참석을 위해서는 까페 가입을 하고 각 게시판에 참석 신청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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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루드베키아 김재웅 모임장
문_언제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는지요?
답_2013년 9월 시내 인근 대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학생들 위주로 구성원이 꾸려졌었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고서는 모임 후기 등의 자료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상에 노출되면서 지금의 사회인 모임으로 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도서를 읽던 와중 인문학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연대’의 개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때부터 모임 활동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_모임장으로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답_무엇보다 회원들이 이 모임 덕에 평소하지 않았을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삶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문_모임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특히 애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답_친목 모임 등으로 성격이 변질되기 않아야 하므로 일관성 있게 기조를 유지하며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친한 사이더라도 언니, 오빠 등의 호칭을 써서 새로운 회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00님으로 부르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문_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속해나가고 싶은지요?
답_사실 지금 모임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학창시절에 미리 생각해봤어야 할 것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상 20대, 30대가 되어서야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인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의 각박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고 싶고요. 다음 달에는 이러한 회원들의 생각들이 모여 시(詩)와 역사모임이 새로 생깁니다. 우리 모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궁극의 행복을 꽃 피우는 것이 인문학의 목표
성찰, 지기, 표현, 배려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지향하는 <루드베키아>는 깊은 즐거움을 나누는 동호회, 즉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의 모임이었다.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지친 사람이 있다면 주중 내내 열려있는 <루드베키아>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든지 올 수는 있지만 아무나 오지는 않을 이 궁극의 행복(커뮤니티명, ‘루드베키아’라는 꽃의 꽃말)으로 말이다.
사진=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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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소개 자세히보기] 루드베키아
*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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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정보
[인문쟁이 1기]
김지은은 어쩌다보니 스무 살 이후 쭉 대구 북구를 못 벗어난 채 살고 있다. 해야 되는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 인간 개개인의 본성이 사회에 녹아드는 메커니즘에 호기심이 많다. 그림 보는 기쁨을 가르쳐 준 ‘미대 친구’ 의 추천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다.jeje512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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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이야기 - 거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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