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는 예로부터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정치적 중심 지역이었던 세종로와 육의전을 위시한 많은 상점들이 즐비했던 종로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였다. 지금은 광화문 앞 고층빌딩의 회사원과 경복궁, 삼청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로를 지키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지역 사람들의 새로운 사랑방을 찾아 경복궁 옆 한적한 청운동으로 향했다. 인왕산 자락 끝 청운 공원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2014년 종로의 16번째 도서관으로 개관한 이래 벌써 3만 2천여 명의 이용자가 도서관을 찾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 특성화 도서관으로, 시민에게 독서·사색의 장소, 쉼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 청운문학도서관 가는 길(사진=전재민)
한옥과 문학의 만남
청운문학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중 최초로 우리 전통건축 양식인 한옥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주변의 인왕산과 북악산이 도서관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다. 지하 1층의 열람실은 건축물 이용의 효율성을 고려한 현대식 구조로 구성됐다. 지상 1층의 한옥채와 누정은 한옥으로 만들어져 한옥과 양옥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독특한 형태로 되어있다. 한옥 특유의 분위기와 현대식의 편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방문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준다. 이러한 점들이 반영되어 청운문학도서관은 지난 10월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한옥 공모전에서 준공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청운문학도서관 외부 전경(사진=전재민)
종로구에서는 인사동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길을 ‘문학둘레길’로 지정하였는데, 청운문학도서관은 바로 이 ‘문학둘레길’에 포함되어 있다. 종로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문학 특성화 도서관’ 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학둘레길은 종로구에서 시행 중인 ‘골목길 관광’ 17코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사동~만해당(한용운 가옥)~보안여관(시인부락)~이상 옛집~윤동주하숙집터~세종대왕 생가터~정철 생가터~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 코스를 말한다)
따라서 시, 소설과 같은 문학을 중심으로 테마가 있는 인문학 위주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종로에서 활동한 근현대 유명 작가 10인(윤동주, 노천명, 최정희, 이상, 현진건, 김동환, 박종화, 염상섭, 이광수, 주요한)을 선정하고 해당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내가 사는 동네의 작은 골목길 어귀를 함께 걸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근대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또한, 역사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이며 도서관과 주민의 지역 밀착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학둘레길 안내도 (사진=종로구청 관광체육과)
이 밖에도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인문학 강연, 작품 낭송회, 문학창작교실 등의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가들에게 창작 활동 공간을 지원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한옥과 문학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진행하고 있는데, 2015년 한 해에만 주제도서 기획전 2회, 인문강연 3회,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한옥독서캠프, 한학+예절교육 ‘청운까치서당’, ‘시 읽기 캠페인 마음의 시 한편’ 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현재는 7월부터 이어져 온 시낭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누정에 앉아 황인숙 작가의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라는 시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현재 진행 중인 ‘마음에 시 한편’ 프로그램 (사진=전재민)
도서관 방문객의 대다수는 가족단위로, 실제로 부모님과 아이가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한옥이라는 특성과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멀리서도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역주민인 듯 옷차림이 가벼웠다. 청운문학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생활 밀착형 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도서관법 구분상 공공도서관에 속하지만, 기존 시립도서관들과는 달리 ‘작은도서관’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작은도서관’이란 말은 절대적인 규모가 작다는 뜻보다는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더 친근하고 친밀하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지역주민의 생활의 터전이 되는 문화공간이라는 중요한 특성이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측에서는 도서관 운영과 더불어 인근 독서동아리에 활동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역 친화적 활동을 이어나가고, 사용자는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도서정리 및 사서보조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도서관과 지역주민의 상생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지하1층과 한옥채의 열람실 내부 (사진=전재민)
우리 동네 도서관
최근 시행된 국가도서관통계에 의하면 지자체에 등록된 도서관이 약 3,5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는 종로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10분 거리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이번 겨울, 집 주변 작은 도서관을 찾아 책 속에 깊이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전재민은 서울 이문동에 살고, 경희대학교 도서관 원형자료실 2층이 아지트다.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만나고 싶다. 인문학을 배우고자하는 발칙한 도전의 표현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으며, 이 활동을 통해 인문의 '인(人)' 자를 배워가고 싶다. ufop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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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문학도서관 : 우리 동네 도서관
청운문학 도서관 우리동네 도서관
인문쟁이 전재민
2016-02-17
사람이 모이는 곳
종로는 예로부터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정치적 중심 지역이었던 세종로와 육의전을 위시한 많은 상점들이 즐비했던 종로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였다. 지금은 광화문 앞 고층빌딩의 회사원과 경복궁, 삼청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로를 지키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지역 사람들의 새로운 사랑방을 찾아 경복궁 옆 한적한 청운동으로 향했다. 인왕산 자락 끝 청운 공원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2014년 종로의 16번째 도서관으로 개관한 이래 벌써 3만 2천여 명의 이용자가 도서관을 찾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 특성화 도서관으로, 시민에게 독서·사색의 장소, 쉼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 청운문학도서관 가는 길(사진=전재민)
한옥과 문학의 만남
청운문학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중 최초로 우리 전통건축 양식인 한옥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주변의 인왕산과 북악산이 도서관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다. 지하 1층의 열람실은 건축물 이용의 효율성을 고려한 현대식 구조로 구성됐다. 지상 1층의 한옥채와 누정은 한옥으로 만들어져 한옥과 양옥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독특한 형태로 되어있다. 한옥 특유의 분위기와 현대식의 편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방문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준다. 이러한 점들이 반영되어 청운문학도서관은 지난 10월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한옥 공모전에서 준공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청운문학도서관 외부 전경(사진=전재민)
종로구에서는 인사동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길을 ‘문학둘레길’로 지정하였는데, 청운문학도서관은 바로 이 ‘문학둘레길’에 포함되어 있다. 종로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문학 특성화 도서관’ 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학둘레길은 종로구에서 시행 중인 ‘골목길 관광’ 17코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사동~만해당(한용운 가옥)~보안여관(시인부락)~이상 옛집~윤동주하숙집터~세종대왕 생가터~정철 생가터~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 코스를 말한다)
따라서 시, 소설과 같은 문학을 중심으로 테마가 있는 인문학 위주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종로에서 활동한 근현대 유명 작가 10인(윤동주, 노천명, 최정희, 이상, 현진건, 김동환, 박종화, 염상섭, 이광수, 주요한)을 선정하고 해당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내가 사는 동네의 작은 골목길 어귀를 함께 걸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근대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또한, 역사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이며 도서관과 주민의 지역 밀착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학둘레길 안내도 (사진=종로구청 관광체육과)
이 밖에도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인문학 강연, 작품 낭송회, 문학창작교실 등의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가들에게 창작 활동 공간을 지원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한옥과 문학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진행하고 있는데, 2015년 한 해에만 주제도서 기획전 2회, 인문강연 3회,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한옥독서캠프, 한학+예절교육 ‘청운까치서당’, ‘시 읽기 캠페인 마음의 시 한편’ 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현재는 7월부터 이어져 온 시낭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누정에 앉아 황인숙 작가의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라는 시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현재 진행 중인 ‘마음에 시 한편’ 프로그램 (사진=전재민)
도서관 방문객의 대다수는 가족단위로, 실제로 부모님과 아이가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한옥이라는 특성과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멀리서도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역주민인 듯 옷차림이 가벼웠다. 청운문학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생활 밀착형 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도서관법 구분상 공공도서관에 속하지만, 기존 시립도서관들과는 달리 ‘작은도서관’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작은도서관’이란 말은 절대적인 규모가 작다는 뜻보다는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더 친근하고 친밀하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지역주민의 생활의 터전이 되는 문화공간이라는 중요한 특성이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측에서는 도서관 운영과 더불어 인근 독서동아리에 활동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역 친화적 활동을 이어나가고, 사용자는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도서정리 및 사서보조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도서관과 지역주민의 상생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지하1층과 한옥채의 열람실 내부 (사진=전재민)
우리 동네 도서관
최근 시행된 국가도서관통계에 의하면 지자체에 등록된 도서관이 약 3,5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는 종로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10분 거리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이번 겨울, 집 주변 작은 도서관을 찾아 책 속에 깊이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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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문학도서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36길 40 청운문학도서관
(경복궁역, KT광화문지사 버스정류장에서 7212번, 1020번, 7022번 버스 탑승 후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하차 후 윤동주문학관 방향으로 도보 5분)
☎ 070-4680-4032
http://lib.jongno.go.kr/local/html/libGuide16
장소 정보
[인문쟁이 1기]
전재민은 서울 이문동에 살고, 경희대학교 도서관 원형자료실 2층이 아지트다.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힘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힘썼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만나고 싶다. 인문학을 배우고자하는 발칙한 도전의 표현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으며, 이 활동을 통해 인문의 '인(人)' 자를 배워가고 싶다.ufop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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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를 기리기 위해 부르게 된 충북 영동군 고얏골(하)
지역N문화
지역 인문학 커뮤니티 ‘루드베키아’
인문쟁이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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