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 가네요. 나는 누구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올해는 잘 살았나,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대안연구공동체>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책 읽고, 토론하고, 강의와 세미나도 하고 불어, 독어, 일어, 중국어, 한문, 라틴어, 희랍어도 배우고 소설 쓰기도 공부하고 건축이나 사진, 드로잉, 수채화도 하는 재밌는 공간이더라구요.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키워드로 읽는 철학사 특강 : 현대 철학>을 해서 강의도 듣고, 공동체 대표님도 만나 좋은 얘기 많이 듣고 돌아왔습니다.
<키워드로 읽는 철학사 특강 : 현대 철학>은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번 세션에서는 후설과 현상학, 베르그손과 생명철학, 소쉬르와 구조주의, 하이데거, 프랑크푸르트학파, 데리다, 라캉, 푸코, 들뢰즈, 그리고 영미철학을 다룹니다. 어렵다구요? 하지만 철학사의 전모 뿐 아니라 현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사상가, 또는 철학 사조들이라고 합니다. 특강에서는 우리가 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그리고 철학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모색해 갈 거구요. 강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강내용
개강
10월 3일(토) 이후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10강)
내용
1. 후설과 현상학 : 조광제 –10월 3일
2. 베르그송과 생명철학 : 황수영- 10월 17일
3. 소쉬르 : 임상훈 –10월 24일
4. 하이데거 : 서동은 – 10월 31일
5. 프랑크푸르트 비판이론 : 김원식 –11월 7일
6. 영미분석철학 : 권병진 –11월 14일
7. 푸코 : 허경 –11월 21일
8. 라캉 : 유충현 –11월 28일
9. 들뢰즈 : 김재인 – 12월 5일
10. 데리다 : 민승기 – 12월 12일
대표와 소중한 대화를 나누고 강의도 들을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듣고 왔는데요.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힘이 느껴지더군요. 탈(脫)도시적 느낌이랄까, 제가 좋아하는 책이 있고 조용한 공간이어서 하루 종일 책 보고 싶을 땐 카페 대신 가 있어도 되겠더라구요. 센스 있게 커피도 제공이 된답니다. 이 공간은 2011년에 문을 연 대안연구공동체의 대표인 김종락 선생님께서 운영 중인데요. 반갑게 맞아 주시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김종락 대표는 20여년을 문화일보 신문기자로 일하며 주로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에서 기사를 썼습니다. 현재는 여러 학자들과 뜻을 모아 서교동에 시민 인문학 공부 단체인 ‘대안연구공동체’를 설립하고 대표로 일하고 있지요.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보통 인문학 하면 문사철을 떠올리시고 문화, 예술, 비평 정도로 생각하시는데요. 이 공간은 여기에 더해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해요. 그래서 표현, 드로잉, 건축, 사진, 목공예 등의 프로그램이 있어요. 손수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고 창작해 보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변화시켜 가는 것이지요.
대안연구공동체의 대표 김종락 선생님은 이 공동체의 목표 5가지를 얘기해 주셨어요. 첫째, 시민과 학생의 인문학 교육. 둘째, 새로운 학문 생산(새로운 담론, 가치) 셋째, 사회참여(강의록 출판, 공동체의 연구 결과물 생산). 넷째, 학문 공동체 자체에서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이 그것인데요. 대학 등 제도권에서 안하는 것이나 못하는 인문학들을 공부하며 실용성과도 거리를 두려 애쓴답니다. 이른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인문학이나 ‘인문학은 밥이다’ 식이 아닌, 인문학의 비실용성을 추구한다는 이야기지요. 흥미롭죠.
▲연구 모임
▲ 드로잉 동아리 활동
▲ 사진전
실용성과는 관계 없이 인문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려는 움직임은 도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제도권 안에서는 한계가 있고, 당장 입시나 실용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움직임들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언론 등에서 인문학의 붐이라고들 하나 봐요.
인문학의 미래,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 인문학 열풍이다 뭐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얼마 전에도 요새 인기 있는 대중적 인문학이라는 게 이유식 인문학이다 떠먹여주기식 인문학이다,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도 했는데요. 약간의 성찰과 위안으로 삶에 지친 사람들을 달래주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는 인문학이 진정한 인문학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인 거죠. 인문학이 붐이라는 말이 맞다면 무엇보다 인문학 책이 팔려야 하는데, 그것부터 아니랍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문학 책 초판을 2000부 정도 찍었는데요. 요샌 500부도 소화가 힘들다고 하니까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특강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
인문학 책을 안 읽는데 무슨 인문학 붐이냐는 것이죠. 저도 뜨끔했어요. 저 같은 사람들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면 언제나 시간 빈곤 현상으로 책을 맘 놓고 읽기가 어렵거든요. 직장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노동시간이 제일 길다는 나라니까요.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간단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대안연구 공동체는 숙제를 풀어 가는 하나의 모델인 건 분명해 보여요. 일을 하고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스터디나 강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니까요. 사회 변화는 이런 작지만 위대한 시작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우리의 사회, 정치적 문제들이 어찌되든 관계없이 책만 보는 건 아니에요.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 각종 사회적 사건들에 대해 철학자들이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들의 프리즘으로 재고해 보고 서로 토론하며 대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훈련을 합니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가르치는 학자들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 인문학 삶을 말하다’시리즈를 내기도 했답니다.
이런 활동의 연장으로 이번 특강도 개설된 것입니다. 이제 오늘 푸코 강의를 맡아주신 허경선생님의 푸코 강의를 잠깐 들여다 볼까요.
▲ 대안연구 공동체 푸코 특강의 모습
미셸 푸코는 1926년 생이구요, 1970년에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임명되어 활동했던 프랑스의 지식인이죠. 한국에서는 <감시와 처벌>이나 <광기의 역사>가 유명하지요. 오늘의 주제는 푸코의 고고학과 계보학인데요. 푸코의 고고학은 말하자면 ‘진화의 관점에서 관념의 역사를 연구하는 대신, 어떤 특정 시기에 출현한 새로운 대상의 구성으로부터 다양하게 지식들이 결정되는 방식’이 있는데 그걸 밝혀 내는 작업을 말해요. 가령 조선 시대의 사랑과 오늘날 우리의 현대적 사랑이 같은 걸까요? 우리의 ‘카톡 같은 사랑’과 김소월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한걸음 한걸음 즈려밟으라고 깔아놓는 ‘진달래꽃’ 같은 사랑이 같은 걸까요. 아니겠죠.
푸코는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믿는 개념들도(사랑 같은) 시대마다 지역마다 달랐고 그러한 관념이나 가치가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방식이 있었다는 걸 지적했어요. 그래서 푸코는 ‘지도도 달력도 없는 관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했죠. 여기에 더해 푸코의 계보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게 힘/ 권력의 논리이고 그 자체로 ‘정치적’이라는 걸 밝혀냈어요. 내가 정상이라고 믿는 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요? 이성애가 정상이고 동성애가 비정상이라고 내가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건 누구의 담론일까요? 정상이라고 자처하는 이성애자들의 주장이겠지만 이성애자는 그런식으로 이미 권력("너는 비정상, 비합리적이야!")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죠.
한 사회나 국가가 만들어낸 지배적 담론이나 가치관이 늘 옳은 걸까요? 어떤 사회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 성과주의, 학벌주의 등으로 사회를 양극화 하고 신계급주의를 양산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영구적인 불평등과 실업, 고용 불안정을 묵인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배제하는 논리를 사회의 규범과 정상으로 삼는다면? 괜찮을까요.
합리성이나 효율성, 보편 담론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이러한 ‘정상의 논리들’은 정말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걸까요. 푸코는 이런 질문들을 던졌던 비판적 지식인이었죠. 사실 혼자서 푸코의 책들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대안연구공동체에 가면 어려운 텍스트들도 함께 모여 재밌게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엄진희는 여러 인문학 단체들이 모여있는 홍대 인근에서 주로 활동한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으며, 서평, 기사, 연극이나 영화 리뷰 쓰는 일들을 주로 한다. 아무튼 읽고 보고 듣고 나서, (기승전)‘쓰는’ 일들이다. 소설가 카프카를 만나고 싶고, 그의 음울한 유머를 가지고 싶다. 인문쟁이를 보는 순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심쿵’ 함이 있었다. 아무나이지만 아무나가 아닌 사람이 좋다. kafka2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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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공동체
대안은 인문학이다
인문쟁이 엄진희
2016-01-05
한해가 저물어 가네요. 나는 누구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올해는 잘 살았나,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대안연구공동체>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책 읽고, 토론하고, 강의와 세미나도 하고 불어, 독어, 일어, 중국어, 한문, 라틴어, 희랍어도 배우고 소설 쓰기도 공부하고 건축이나 사진, 드로잉, 수채화도 하는 재밌는 공간이더라구요.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키워드로 읽는 철학사 특강 : 현대 철학>을 해서 강의도 듣고, 공동체 대표님도 만나 좋은 얘기 많이 듣고 돌아왔습니다.
<키워드로 읽는 철학사 특강 : 현대 철학>은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번 세션에서는 후설과 현상학, 베르그손과 생명철학, 소쉬르와 구조주의, 하이데거, 프랑크푸르트학파, 데리다, 라캉, 푸코, 들뢰즈, 그리고 영미철학을 다룹니다. 어렵다구요? 하지만 철학사의 전모 뿐 아니라 현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사상가, 또는 철학 사조들이라고 합니다. 특강에서는 우리가 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그리고 철학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모색해 갈 거구요. 강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강
10월 3일(토) 이후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10강)
내용
1. 후설과 현상학 : 조광제 –10월 3일
2. 베르그송과 생명철학 : 황수영- 10월 17일
3. 소쉬르 : 임상훈 –10월 24일
4. 하이데거 : 서동은 – 10월 31일
5. 프랑크푸르트 비판이론 : 김원식 –11월 7일
6. 영미분석철학 : 권병진 –11월 14일
7. 푸코 : 허경 –11월 21일
8. 라캉 : 유충현 –11월 28일
9. 들뢰즈 : 김재인 – 12월 5일
10. 데리다 : 민승기 – 12월 12일
대표와 소중한 대화를 나누고 강의도 들을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듣고 왔는데요.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힘이 느껴지더군요. 탈(脫)도시적 느낌이랄까, 제가 좋아하는 책이 있고 조용한 공간이어서 하루 종일 책 보고 싶을 땐 카페 대신 가 있어도 되겠더라구요. 센스 있게 커피도 제공이 된답니다. 이 공간은 2011년에 문을 연 대안연구공동체의 대표인 김종락 선생님께서 운영 중인데요. 반갑게 맞아 주시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김종락 대표는 20여년을 문화일보 신문기자로 일하며 주로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에서 기사를 썼습니다. 현재는 여러 학자들과 뜻을 모아 서교동에 시민 인문학 공부 단체인 ‘대안연구공동체’를 설립하고 대표로 일하고 있지요.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보통 인문학 하면 문사철을 떠올리시고 문화, 예술, 비평 정도로 생각하시는데요. 이 공간은 여기에 더해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해요. 그래서 표현, 드로잉, 건축, 사진, 목공예 등의 프로그램이 있어요. 손수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고 창작해 보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변화시켜 가는 것이지요.
대안연구공동체의 대표 김종락 선생님은 이 공동체의 목표 5가지를 얘기해 주셨어요. 첫째, 시민과 학생의 인문학 교육. 둘째, 새로운 학문 생산(새로운 담론, 가치) 셋째, 사회참여(강의록 출판, 공동체의 연구 결과물 생산). 넷째, 학문 공동체 자체에서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이 그것인데요. 대학 등 제도권에서 안하는 것이나 못하는 인문학들을 공부하며 실용성과도 거리를 두려 애쓴답니다. 이른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인문학이나 ‘인문학은 밥이다’ 식이 아닌, 인문학의 비실용성을 추구한다는 이야기지요. 흥미롭죠.
▲연구 모임
▲ 드로잉 동아리 활동
▲ 사진전
실용성과는 관계 없이 인문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려는 움직임은 도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제도권 안에서는 한계가 있고, 당장 입시나 실용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움직임들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언론 등에서 인문학의 붐이라고들 하나 봐요.
인문학의 미래,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 인문학 열풍이다 뭐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얼마 전에도 요새 인기 있는 대중적 인문학이라는 게 이유식 인문학이다 떠먹여주기식 인문학이다,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도 했는데요. 약간의 성찰과 위안으로 삶에 지친 사람들을 달래주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치는 인문학이 진정한 인문학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인 거죠. 인문학이 붐이라는 말이 맞다면 무엇보다 인문학 책이 팔려야 하는데, 그것부터 아니랍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문학 책 초판을 2000부 정도 찍었는데요. 요샌 500부도 소화가 힘들다고 하니까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특강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
인문학 책을 안 읽는데 무슨 인문학 붐이냐는 것이죠. 저도 뜨끔했어요. 저 같은 사람들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면 언제나 시간 빈곤 현상으로 책을 맘 놓고 읽기가 어렵거든요. 직장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노동시간이 제일 길다는 나라니까요.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간단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대안연구 공동체는 숙제를 풀어 가는 하나의 모델인 건 분명해 보여요. 일을 하고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스터디나 강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니까요. 사회 변화는 이런 작지만 위대한 시작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우리의 사회, 정치적 문제들이 어찌되든 관계없이 책만 보는 건 아니에요.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 각종 사회적 사건들에 대해 철학자들이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들의 프리즘으로 재고해 보고 서로 토론하며 대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훈련을 합니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가르치는 학자들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 인문학 삶을 말하다’시리즈를 내기도 했답니다.
이런 활동의 연장으로 이번 특강도 개설된 것입니다. 이제 오늘 푸코 강의를 맡아주신 허경선생님의 푸코 강의를 잠깐 들여다 볼까요.
▲ 대안연구 공동체 푸코 특강의 모습
미셸 푸코는 1926년 생이구요, 1970년에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임명되어 활동했던 프랑스의 지식인이죠. 한국에서는 <감시와 처벌>이나 <광기의 역사>가 유명하지요. 오늘의 주제는 푸코의 고고학과 계보학인데요. 푸코의 고고학은 말하자면 ‘진화의 관점에서 관념의 역사를 연구하는 대신, 어떤 특정 시기에 출현한 새로운 대상의 구성으로부터 다양하게 지식들이 결정되는 방식’이 있는데 그걸 밝혀 내는 작업을 말해요. 가령 조선 시대의 사랑과 오늘날 우리의 현대적 사랑이 같은 걸까요? 우리의 ‘카톡 같은 사랑’과 김소월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한걸음 한걸음 즈려밟으라고 깔아놓는 ‘진달래꽃’ 같은 사랑이 같은 걸까요. 아니겠죠.
푸코는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믿는 개념들도(사랑 같은) 시대마다 지역마다 달랐고 그러한 관념이나 가치가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방식이 있었다는 걸 지적했어요. 그래서 푸코는 ‘지도도 달력도 없는 관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했죠. 여기에 더해 푸코의 계보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게 힘/ 권력의 논리이고 그 자체로 ‘정치적’이라는 걸 밝혀냈어요. 내가 정상이라고 믿는 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요? 이성애가 정상이고 동성애가 비정상이라고 내가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건 누구의 담론일까요? 정상이라고 자처하는 이성애자들의 주장이겠지만 이성애자는 그런식으로 이미 권력("너는 비정상, 비합리적이야!")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죠.
한 사회나 국가가 만들어낸 지배적 담론이나 가치관이 늘 옳은 걸까요? 어떤 사회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 성과주의, 학벌주의 등으로 사회를 양극화 하고 신계급주의를 양산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영구적인 불평등과 실업, 고용 불안정을 묵인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배제하는 논리를 사회의 규범과 정상으로 삼는다면? 괜찮을까요.
합리성이나 효율성, 보편 담론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이러한 ‘정상의 논리들’은 정말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걸까요. 푸코는 이런 질문들을 던졌던 비판적 지식인이었죠. 사실 혼자서 푸코의 책들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대안연구공동체에 가면 어려운 텍스트들도 함께 모여 재밌게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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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정보
[인문쟁이 1기]
엄진희는 여러 인문학 단체들이 모여있는 홍대 인근에서 주로 활동한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으며, 서평, 기사, 연극이나 영화 리뷰 쓰는 일들을 주로 한다. 아무튼 읽고 보고 듣고 나서, (기승전)‘쓰는’ 일들이다. 소설가 카프카를 만나고 싶고, 그의 음울한 유머를 가지고 싶다. 인문쟁이를 보는 순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심쿵’ 함이 있었다. 아무나이지만 아무나가 아닌 사람이 좋다.kafka2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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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대안연구공동체 '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조문국의 성군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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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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