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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2020-06-29

 

 지구행성에서

김민경/사계절/2020/252/12,000원

 

 

무슨 말부터 적어야 할까…….

지난주, 문득 일기장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 숙제로 일기를 썼을 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 한 달여 다녔으니 뭐라도 적었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었다. 내 방 말고 다른 곳을 더 찾아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러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이었나. 어떤 모습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나…….

천천히 쓸 수 밖에 없다. 키보드로 한글을 입력하는 게 서툴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읽거나 머릿속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힘들면 잠시 쉴 것이다. 하지만 쓰는 일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나만이 나 자신을 알 수 있고, 나만이 나 자신에 대해 쓸 수 있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25~26쪽

 

 

자전거 타던 엄마가 차에 치여 죽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새봄이. 공포와 상처 속에 오래 웅크려 있던 그 아이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의연하게 일어선다. 그 계기가 되고 정신의 축을 만들어주는 것은 『모비딕』이라는 소설. 그 외에도 몇몇 책이 그의 치유와 성장에 날실과 씨실이 되어준다. 새봄에게 관심을 갖게 된 평범한 남학생 재석이 『모비딕』을 함께 읽으며 인생의 공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비의에 눈뜨고 풋사랑에도 눈뜨는 과정이 함께 짜이면서 멋진 무늬의 소설을 만들어낸다. 책이 인간에게, 특히 성숙해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을 일이다. 맑고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주제에 더해 두 아이의 풋풋하면서도 품위 있는 사랑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비딕』이 읽고 싶어질 것이고, 책을 사이에 둔 연애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청소년소설이지만, 독서력 높은 초등학생이라면 얼마든 읽을 수 있겠다.


추천사 : 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0년 <6월의 추천도서> 그림책·동화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