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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여행작가 김남희

두려움이 아닌 긍정의 힘

2017.11.21

 

Q.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행에서 인문학적 사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어디로 여행을 가든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어요.”
인문이란 인류가 살아오면서 남긴 발자취 중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인문학적 사고라는 건 ‘생각하는 힘’이라고 보는데요, 남들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더 넓게 들여다보고 더 새롭게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여행 또한 더 깊고, 넓고, 새로워지겠죠. 여행이란 실은 어디를 가느냐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는 방법과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행을 통해 나 자신과 관계 맺는 법, 타인과 관계 맺는 법, 내가 속한 물리적 공간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거니까요.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어디로 여행을 가든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렇게 바쁠 때도 심적으로는 편안해요.

 
  • 여행작가 김남희

Q.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모험에 대해 들려주세요.
A. “서른네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세보증금과 적금을 빼서 세계 일주를 떠난 일이요.”
제 인생의 가장 큰 모험은 서른네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세보증금과 적금을 빼서 세계 일주를 떠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프로필에도 종종 인용하는 최승자 시인의 시 구절처럼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나이에 다른 세상을 보겠다고, 한 번뿐인 인생을 나를 위해 살겠다고 한반도 밖으로 나간 일이 이번 생에 제가 저지른 가장 큰 모험이 아닐까 싶어요.

Q. 처음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제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스스로 정하고 싶었어요.”
저마다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정답이나 모범 답안이 있다고 믿고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버거웠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믿는 삶이 아닌 저만의 삶을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기 위해 우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싶었어요. 제가 아는 아주 작은 세계인 한반도 남단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삶의 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제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스스로 정하고 싶었어요.

 
  • 여행작가 김남희

Q. 여자 혼자 낯선 곳을 여행하는 데 불편하거나 두려웠던 일은 없으셨나요?
A. “많아요. 그러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거죠.”
많죠.(웃음) 제가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 어떻게 보면 여행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하지만 여자 혼자 여행 다녀서 불편했던 점만큼이나 혜택도 많이받았다고 생각해요. 더 큰 배려와 친절을 받았던 적이 많았으니까요. 특히 중동 지역이나 이슬람 국가를 여행할 때면 제가 여성이라 현지의 여성들에게 쉽게 초대받아 그녀들의 내밀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경험이 많았어요. 결국 두려움이 없어서 여행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거죠. 다른 모든 일이 그렇듯이요.

Q. 사람들이 섣불리 모험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두려움을 끌어안고 다독이며 나아가는 거죠.”
앞부분과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두려움을 끌어안고 다독이며 나아가는 거죠. 두려움을 달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외로움이나 불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제거한 삶이 아니라, 그것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인 거죠. 미래에 대한 불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미래를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 모두가 불안한 거죠. 지금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분들도 미래가 두렵기는 마찬가지 아닐까요. 저는 물질적인 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제가 멋지게 나이 들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워요. 늘 열린 마음으로,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서, 쉽게 단정 짓기보다는 늘 질문을 던지는 사람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유연하고 폭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 여행작가 김남희

Q. 작가님에게 모험을 지속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와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죠.”

Q.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을 겪으며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집중하고 현재를 긍정하는 법을 배웠어요.”
우선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점, 그러면서도 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기에 삶의 길은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다양하다는 점을 배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한다면, 긍정의 힘을 배웠죠.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긍정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나와 타인의 존재를 긍정하는 법을 배웠고, 더 나아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집중하고 현재를 긍정하는 법을 배웠어요.

 
  • 여행작가 김남희
  • 여행작가 김남희

Q. 죽기 전에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A.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아름다워서 슬픈 여행기를 남기고 싶어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은 동시에, 지금껏 스스로 선택한 삶을 충만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일 죽는다 해도 감사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충격이야 좀 받겠지만요.(웃음) 그래도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꼭 한 가지 꼽아야 한다면, 제가 죽은 후에도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아름다워서 슬픈 여행기를 꼭 한 권 남기고 싶어요.

 

 

11월 모험 인터뷰 김남희 여행 여행작가 도보
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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