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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요리인류> 이욱정 PD

식탁에서 구하는 질문

2017.08.10

 

 

  •  이욱정 PD

Q. 음식과 인문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음식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거죠.”
음식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고리라고 생각해요. 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하나 자연으로부터 오지 않은 것이 없거든요. ‘날 것’ ‘자연 그대로’라고 얘기하는 것들조차 사실 인간에 의해서 선택되고 인간의 손길을 거친 것들이에요. 재료를 자연으로부터 얻고, 조리하고, 나눠 먹고, 거기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어떻게 다시 처리하느냐 하는 질문까지도 모두 음식 안에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음식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거죠. 또, 우리가 인문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이 식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수렵채취, 농경, 산업화 시대,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인 요리를 준비하고, 밥상에 앉아서 먹고, 먹으면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이런 과정들이 사실 식탁을 중심으로 이뤄져요. 그런 면에서 음식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요.
한편으로는 인류학에서 많이 얘기하는 것으로 ‘상상의 질서’라는 것이 있어요. 인간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남녀의 성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것들은 모두 우리들이 상상해낸 거예요. 자연에 내재된 불변의 속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머릿속 상상에서 만들어낸 거죠. 음식, 요리도 상상의 질서와 맞닿아 있어요. 가령 부족이 다르면 같은 재료를 가지고서도 완전히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잖아요. 같은 재료를 인식하는 방법도 다르고요. 그래서 인문이라고 하는 것은 상상의 질서 관념에 대한 것인 거죠. 요리도 마찬가지고요.

 

 

  • 요리인류키친 책을 들고 있는 이욱정 PD
  • 이욱정PD의 요리인류키친 책표지

Q. 인문학의 통로로서 다큐멘터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음식의 경우는 시각, 영상적인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글이나 소리로 표현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인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영상 인류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인류학의 현주소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인류학은 다른 문화를 가진 어떤 조직, 공동체에 들어가 그 사람들이 되어 보는 것이에요. 그 사람들의 문화적인 신발을 신고,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이 인류학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것은 결국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하는 과정이었고, 그것을 영상이라는 표현기법을 통해 전달하는거죠.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졌어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생각했을 때 영상 다큐멘터리만큼 파급력 있는 것이 없겠더라고요. 상상을 하는 데 있어서 비주얼은 굉장히 중요해요. 특히 음식의 경우는 시각, 영상적인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글이나 소리로 표현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에요. 선(先) 경험이 있으면 글과 소리를 통해서 상상할 수 있지만, 전혀 모르는 음식을 글과 소리만으로 알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선택했어요. 허구의 얘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근거한 표현법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음식 다큐멘터리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 보고 싶어요.

 

 

  •  이욱정 PD 그리고 주방용품들

Q.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인문을 더 쉽게 즐기기 위해서 학습을 하는 순간, 심미학이 생기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돼요. 학습이 되는 순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고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거죠.”
'책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기도 전에 어렵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음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순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어하죠. 그런 면에서 ‘푸드멘터리’는 인문을 쉽게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러 가면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아요. 사진을 찍고 그 식당이나 요리사,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하기도 하고요. 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확산해요. 모두가 스토리텔러인 셈이죠. 예전에는 어른들이 맛집이라고 할 때 인테리어라든지 어떤 그릇에 담았는지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죠. 이렇게 맛집을 찾고, 사진을 찍고, 먹고, 느끼는 모든 과정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자신의 먹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도 중요한 행위라고 볼 수 있죠. 물론 그런 행위를 안 좋게 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자랑'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화적 행위예요. 자기자신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거거든요.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표현의 일종이기도 하고요. 옛날 같으면 밥을 먹기 위해 다같이 모이는 시간이어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거죠. 인문을 더 쉽게 즐기기 위해서 학습을 하는 순간, 심미학이 생기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돼요. 문화라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멋있고 예쁜 것은 본능적으로 알아요. 학습이 되는 순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고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거죠.

 

 

  •  이욱정 PD

Q. PD님께서 생각하는 최고의 휴식은 어떤 것인가요?
A. “저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제일 행복해요.”
저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제일 행복해요. 한 끼라도 맛없는 데서 먹으면 기분이 안 좋아져요. 차라리 안 먹고 말죠.(웃음) 실은 맛이라고 하는 건 가격도 중요해요. '가성비'라는 말도 있잖아요. 아무리 맛있어도 내 주머니 사정에 비해 비싸면 먹어도 불편하죠. 그런 면에서 누구랑 먹는지도 중요하고 가격도 중요하고, 그 합이 딱 맞을 때 제일 행복해요.
저는 밥 먹으면서 프로그램 얘기하는 것 자체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컴퓨터로 치면 제가 창이 너무 많이 열려있는 사람이라고요. 그래서 수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유일하게 창이 많이 안 열리는 순간이거든요.

Q.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A.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가장 분리되지 않은 삶이 제일 좋은 삶이겠죠.”
일단 걱정이 없어야죠. 저는 걱정이 없는 사람인데 걱정할 일이 생기더라고요.(웃음)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가장 근접해있는 삶, 분리되지 않은 삶이 제일 좋은 삶이겠죠. 저 같은 경우는 지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망설임 없이 PD를 할 것 같아요.

 

 

 

8월 휴식 인터뷰 도시의맛 푸드멘터리
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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