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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만화가 박광수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황효진

2018-11-14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될 때가 있다. 누가 누구보다 더 많이 가졌는지, 더 앞서나가고 있는지, 더 뛰어난지 재어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세상이다. 그런 비교에서 이기지 못하면 가치 없는 삶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담은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는 “세상이 정의한 기준과 방식으로 특별하지 않아도 모두 의미 있는 삶이라고,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화가 박광수



Q. 이번에 출간하신 신작 <참 잘했어요>의 부제가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딱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사실은 과거의 저에게 보내는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저 자신뿐 아니라 모두가 저를 미운 오리로 봤어요. “말썽꾸러기, 문제아, 공부 못하는 애” 그렇게 불렸죠. 저는 초등학교 내내 ‘나머지 공부반’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늘 뒤처진다고 생각했고, 따라잡기 급급했어요. ‘빨리 어른이 돼서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죠. ‘나는 나중에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길게, 오랫동안 했고요. 그런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책을 낸다는 건 아주 막연하게 느껴지는 일이었죠.


그런데 지금까지 벌써 22권의 책을 썼어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잘 몰랐던 제가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했네, 괜찮게 살았네’ 싶어요. 일단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에서도 저를 자기 앞가림은 하는 애로 인식해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을 겪으면서 계속 저 자신에 대해 성찰해나가는 과정을 겪었다는 게 중요하죠. 유명하니까 좋은 사람이라거나 괜찮은 사람으로 봐주는 세상의 평가와 상관없이, 저 스스로가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믿음이 좀 생겼어요. 어릴 때 상상했던 삶보다는 조금 나은 어른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밥벌이하고, 사람들한테 폐 끼치지 않는 정도.


참 잘했어요, 광수생각 표지

▲ <참 잘했어요> ⓒ메이븐,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Q.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그 연장선에 있을까요.

A. 누가 뭐라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강연을 나가보면 주부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해요. 칭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사는데, 자기 자신에게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주고 싶다고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스스로 계속 칭찬을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나의 어두운 면도 자꾸만 밝은 쪽으로 내디딜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조금 숨을 돌리면서 자신에게 웃어줄 수 있는 여유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부류의 이야기들을 싫어해요. “이런 세상을 너희에게 물려줘서 미안하다”라고 하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말들도 싫고요. 그런 말을 하는 어른이기보다는,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지 않을래?”라는 말을 건네고 싶은 쪽이에요. 누군가가 젊은이들에게 꾸준히 그런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서 실패도 많겠지만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Q. 그게 박광수가 세상을 보는 방식일까요.

A. 비판적으로 세상을 보는 시니컬함과 따뜻함 두 가지가 다 담겨 있어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대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굉장히 따뜻하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상처를 준다고 말해요. 그게 제 스타일인 거죠. 하지만 무작정 비아냥대거나 대책 없이 “너 이러면 안 돼” 하고 비난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방향이 있는데 이것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더 좋죠.


<참 잘했어요>에도 썼지만, 저는 대안 같은 걸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너무 망나니였기 때문에 “너는 아주 망할 놈이 되거나, 아니면 아주 크게 될 놈이야”라는 말을 부모님만 해주셨어요.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그걸 희망으로 삼았던 거죠. ‘어쩌면 나는 크게 될 놈인지도 몰라’ 하고요.


만화가 박광수



Q. 실패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은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A. 자신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지 말고,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질 줄 알아야 해요.


저는 실패를 이기는 과정의 한 점이라고 봐요. 끝내 이겨내기까지의 과정 사이사이에는 계속 실패할 수 있죠. 저는 강연에 오시는 분들께도 오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강연이라는 건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요. 사실 운 좋게 성공한 경우들이 많고, 이후에 부풀려서 이야기하는 거죠. 차라리 실패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실패담을 많이 듣는 게 인생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봐요.


지금 아이들과 따로 떨어져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어떤 부분이든지 찾아내서 꼭 칭찬을 해줘요. 하지만 이런 말도 함께 하죠. “어느 것에도 너무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어떤 것에도 매몰되지 말라, 아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네가 어떤 행동을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유관한 듯하지만 실은 무관하다, 아빠는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너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Q.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A. 행복의 가짓수가 다양해야 세상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거의 평생 고민하는 주제예요. 주변 친구들에게 "너는 어떨 때 행복하니?”라고 물어보면 다들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면서도, 어떨 때 행복한지는 잘 모르더라고요.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지 고민해보고, 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걸 추구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아마 교육 문제가 크겠죠.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말하는 행복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거기서 엇나가거나 비켜설 만한 용기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나만 혼자 다르게 사는 건 아닐까.’ 무서운 거죠.


돈에 어떤 가치를 두느냐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모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되게끔 해주는 게 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돈의 가치도, 행복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내 생각이 같을 수는 없어요. 지금은 행복이라는 게 물질적 가치에만 모여있기 때문에 서로 뺏으려고 하면서 불행한 삶을 사는 게 아닐까요. 행복의 가짓수가 다양해야 세상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봐요.


만화가 박광수



Q. 작가님은 언제 행복하신가요?

A. 무탈하게 소소한 일상을 보냈을 때 행복감을 느껴요.


저는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노트에 나열해놔요. 거기 쓴 대로 살려고 하는 거죠. 우선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보면서 라면 먹을 때, 고등학교 동창들과 소주 한잔 마시면서 웃고 떠들 때 굉장히 행복해요. 또 요즘에는 차를 직접 운전해서 다니기보다 가능하다면 버스를 타고 다녀요. 버스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어요. 분명히 학생 때는 버스에서 공상하고, 상상하고,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재미있어했는데 어느 날부터 그런 행복을 잊어버렸던 거죠. 계속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한때는 비싼 차를 타고 동창들 앞에서 우쭐거리는 걸 멋지다고 여기기도 했어요. 지나고 나니 악의적인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삶을 전시장에 늘어놓듯이 자랑하면서 친구들에게 상처를 줬던 거예요. 행복의 모양은 나이와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제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돼서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무탈한 하루를 보낸 날이면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요. 이대로 살다가 건강한 노인으로 나이 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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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황효진
황효진

웹매거진 <ize>에서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글을 기획하고 쓰거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긴다. 읽고 듣고 쓰고 말하는 일 전부를 좋아한다. 인터뷰집 <일하는 여자들>과 에세이집 <아무튼, 잡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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