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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새로고침 <마녀체력> 작가 이영미

운동으로 달라진 삶

백은하

2018-08-15


나이 들수록 더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 이영미가 그렇다. 얼마 전까지 대(大)편집자였던 그. 웅진출판사 퇴직 후 낸 그의 첫 책은 편집에 대한 것도 책에 대한 것도 아닌, ‘체력’에 대한 책이다. 운동을 시작한 뒤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력임을 깨달았다는 그에게 더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법을 들었다. 


마녀체력 작가 이영미


Q. 편집자 출신이 이번엔 저자가 됐어요. 무려 책을 250여 권 이상 만든 대편집자 출신인데, 예상을 깨고 뜬금없이 체력과 관련한 책이라니요?

A. 운동을 하며 삶이 바뀐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이 책은 영웅에 대한 책이에요. 내 몸이 튼튼해져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만들면, 내 삶에서 내가 영웅이지 누가 영웅이겠어요. 이 책을 통해 저는 ‘내가 이렇게 잘했으니 너도 해’ 라고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당신 삶에서 당신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어요.


책을 좋아하고 늘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을 하며, 나는 평생 책을 읽다 죽어야지, 했어요. 저질체력인 저에게는 그게 자연스러웠는지도 몰라요. 그런 내가 어느 날 철인3종 운동을 시작했고, 체력이 생겼고, 삶이 바뀌게 됐어요.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Q. <마녀체력>, 제목도 파워풀한데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할 때’ 라는 부제가 붙었어요. 왜 마흔이죠?

A. 튼튼해져야 해요. 그래야 압박으로부터 당당해질 수 있죠.


마흔은 기혼 여성이나 미혼 여성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일 수 있어요. 기혼 여성의 경우, 체력은 떨어져가는데 육아에, 직장에 안팎으로 시달립니다. 일은 많은데 비전은 모르겠고,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죠.


미혼 여성은 정신적으로 괴로워요. 사회가 압박을 주니까요. 삼십 대만 해도 뭐든 해보라고 등 두드려주던 사회가 마흔에 들어서면 그 나이가 되도록 그것도 못하냐고 몰아세워요. 체력과 미모는 예전 같지 않고,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져요.


이럴 때 내 스스로가 탄탄해지고 에너지가 솟으면 자신감이 붙어요. 그 숱한 시선들에 주눅들지 않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마흔의 체력이 꼭 필요합니다. 그때 운동을 시작하면, 그 다음 인생이 달라지니까요.



Q. 새삼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그것도 철인3종 경기를요.

A. 지리산 등반이 하고 싶었어요. 남편처럼요.


아이 운동회에서 아빠 달리기에 출전한 남편이 망신을 당하고, 자극을 받아 시작한 운동이 철인3종경기였어요. 전 사실 핀잔만 잔뜩 줬는데, 그때부터 남편 체력이 달라지면서 삶이 바뀌는 것을 눈으로 보았어요.


친구들과 지리산 여행을 갔는데, 남편이 지리산 등반을 하겠다는 거예요. 저도 정말 가고 싶었으나 당시 저질 체력이었던 저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죠. 그게 너무 서러웠어요. 등반을 마치고 싱글벙글한 남편 모습도 보기 싫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남편이 하던 철인3종 경기를 택했죠.



Q. 고혈압에 저질 체력이셨는데 어떻게 성공하셨어요?

A. 조금씩 꾸준히 했어요.


전 아주 작은 규칙과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갖고 있어요. 오늘은 팔 굽혀 펴기 열 번만 하자, 는 식이죠. 한 번에 많이 하려고 하면 분명히 포기하게 됩니다. 정말 조금씩,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라 믿으면서 아주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가는 거죠.


작가 이영미


Q. 책상에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동안 당신의 세계관도 바뀌었을 테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A. 편집자들이 운동을 한대요.


이 책을 읽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특히 편집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양이에요. 누구보다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의미예요.



Q. 삼십 대 중반의 지인에게서도 이 책을 읽고 달라진 생각에 대해 들었어요. 사십은 고꾸라지는 나이가 아니라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격려와 함께 도전 의식을 주었다고요.

A. 인간은 성장하는 동물이에요.


‘나는 이제 글렀어’ ‘다시 태어나야 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해요. 늦다니요? 조금도 늦지 않았어요! 더 건강한 나를 만들어서 어제보다 더 좋은 내가 되자고 다짐하고, 매일 조금씩 성장해서 남은 인생 더 잘 살자고 생각하길 바라요. 인간은 나이 들수록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이영미


Q. 인생학교의 교감으로서 ‘삶을 즐기는 법’ 강의도 하고 계세요.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A. 새로운 시선과 작은 규칙부터 시작하세요.


인생학교는 제가 편집한 <스페인, 너는 자유다>의 저자 손미나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했어요. 인생학교에서는 ‘나’에 대한 연구를 해요. 획일적인 수업이 아니라 질의와 답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쌍방향 수업이죠. 저 역시 이곳에서 ‘나에 대해 내가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한 훈련을 받았어요.


삶이 즐거워지려면 나의 시선을 바꾸는 게 중요해요. 우선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매일 먹는 아스파라거스를 새롭게 보고, 또 새롭게 보았어요. 그래서 <아스파라거스>라는 명작을 만들어냈죠.


또, 자신에게 작은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이뤄보세요. 스쿼트 30회를 한번에 하면 힘들 테니까 15회 먼저 하고, 설거지를 끝낸 뒤 15회를 더 하는 거예요. 이렇게 작은 계획들로 하루를 채우고, 실행해가면 삶이 즐거워지고, 자신감이 따라붙어요.



Q. 책은 앞으로 또 쓰실 건가요?

A. 육아와 외국어 책을 써볼까 해요.


육아에 관한 책과 어학에 관한 책을 써볼까 생각 중이에요. 제발 육아에서 손 좀 떼라고(웃음). 요즘 엄마들은 육아에 너무 열심이에요. 자신을 희생하면서 모든 걸 다 해주려다 보니 엄마도 힘들고, 따라오기 바쁜 아이도 힘들어요. 엄마가 행복하게 잘 살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와요.


체력만큼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또 있어요. 어학입니다. 체력을 잘 끌어올렸다면 이제 외국어에 도전해보길 권해요. 저질 체력도 다시 살려냈는데, 외국어가 뭐 어렵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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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백은하
백은하

말린 꽃잎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꽃그림 작가', 그림과 글을 통해 감동과 유머가 있는 삶의 풍경을 배달하고자 한다. 책으로 『너에게 花를 내다』『엄마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기차를 놓치고 천사를 만났다』『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썼다.
www.fullbu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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