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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예술가의 방 - ② 북디자이너 이경란

책에게 얼굴을 만들어주다

2019.08.28


북디자이너 이경란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계절에 태어났다.

2008년에 계원조형예술대학 출판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그해 여름 문학동네에 입사했다.5년간 북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13년에 독립했다.

하루하루 크고 작은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욕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버릴 줄 아는 삶을 꿈꾼다. 




어쩌면, 책은 표지가 반이다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영어 속담을 보고 어린 마음에 끄덕이며 납득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상대의 내면을 살피라는 교훈적인 의미이지만, 요즘의 책 구매에 적용시키기엔 이제 무리가 아닐까? 아름다운 표지와 장정의 책은, 내용을 떠나 그 물성(物性) 자체로 독자를 매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의가 없어 보이거나 지나치게 미감이 떨어지는 디자인의 책은 그런 표지만으로 구입을 하고 싶지 않아진다. 


이러한 경향은 전자책이나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가 생겨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디바이스로 내용은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다. 굳이, 부득이하게 책을 사는 경우는 소장을 하고 싶을 때다. 소장품은 가까이에 오래 두고 싶어야 하고, 대체로 멋지거나 아름다울수록 그러하다. 그러므로 표지는, 현대의 독자가 책을 판단하는 주된 기준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북디자이너의 작업실



이경란 북디자이너

▲ 작업실에서. 이경란 북디자이너 ⓒ강신환


늘 궁금했다. 수백 페이지의 두꺼운 내용을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하여 그려내는 북디자이너란 직업이. 북디자이너 이경란의 작업실은 아늑하고 그녀의 취향으로 가득한 다락방 느낌이었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책이 무척 많았는데, 그중 대부분이 직접 디자인을 한 것이었다. 살펴보니 그녀를 알기 전부터 이미 표지로 만났던 경우도 꽤 많았다. 반가움이 더한다. 


궁금한 점들을 두서없이 많이 물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끊임없이 요구되는 창의성, 영감을 어디에서 얻느냐는 문제. 이경란 디자이너의 경우 넷플릭스 등의 영상 플랫폼이 아이디어를 주는 창고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타이틀이야말로 극 전체를 상징하는 표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이 영상화되는 움직임도 점점 많아지니, 앞으로 책 디자인과 타이틀 디자인 영역의 경계가 옅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경란 디자이너가 즐겨 찾는 송도 북카페, '카페 꼼마'

▲ 이경란 디자이너가 즐겨 찾는 송도 북카페, '카페 꼼마' ⓒ강신환

 

이경란 디자이너와는 책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미디어의 변화와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의 등장으로 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책이 가진 그 특유의 물성, 그리고 가치는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책을 읽어보고 내린 판단이다. 그러니 자신은 앞으로도 계속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음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어린 소녀가, 어른이 되어 음악 대신 텍스트를 시각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 년에 80권에 이르는 책을 작업할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살아도, 다른 이는 재미로 보는 미드를 일로 볼 수밖에 없어도, 이경란 디자이너는 밝고 즐거워 보인다. 그것은 가장 꿈에 가까운 현실을 삶에 덧댄 사람이 가진, 반짝임 같았다.


이경란 작가가 디자인 작업한 책들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마이 셰발, 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H Y P o I HER MI A 저체온증 저지 코진스키 지음 | 이재경 옮김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장편소설 | 김이선 옮김 Säffle a Malmö a Dalagatan JOHN LE CARRÉ THE LITTLE DRUMMER GIRL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어느 끔찍한 남자 - Hotel Savoy IN SCI 정원사 챈스의 외출 Martin Beck Martin Beck Polis, polis, potatismos! Den vedervärdige mannen från Säffle | “셰발과 발뢰의 등장과 함께 고전적 살인 미스터리의 순진함은 사라졌다!

▲ 이경란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한 책 표지들 ⓒ이경란

 

 

 


 

 

 

추천! 북디자이너가 권하는 책

 

 

다가오는 말들

 

《다가오는 말들》 

은유 지음, 어크로스 펴냄

디자인 - 정은경디자인


"<다가오는 말들>은 우리가 가진 공감과 차별에 대한 언어들을 찬찬히 짚어볼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이었어요. 우리는 일상의 흔적속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해야한다는걸 자주 잊는것 같아요.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 있지만 자주 지나치는 말들을 배울 수 있는 깊은 읽기였습니다."

 

나를 과시하거나 연민하기 바쁜 시대,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지만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신형철)이 되는 시대. 《다가오는 말들》은 이런 ‘나’ 중심의 시대에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일의 가치를 역설한다. 은유는 우리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때 내가 가진 편견이 깨지고 자기 삶이 확장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나와 타인을 돌볼 수 있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우리가 서로 연결되면서 세상도 좋은 쪽으로 약간의 방향을 틀게 된다.

“글쓰기를 배우려다 인생을 배웠다”는 독자들의 반응을 얻은 《글쓰기의 최전선》과 《쓰기의 말들》, 여성이자 엄마로서 살아오며 겪은 편견과 차별, 외로움과 절망, 울분을 여러 편의 시와 엮어 풀어내면서 독자들이 잊었거나 몰랐던 감각을 깨워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그 책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은유의 말을 빌리자면 《다가오는 말들》은 “나에게서 남으로, 한발 내디뎌 세상과 만난 기록”이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은유의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과 시야를 열어주며, 독자들은 더욱 성숙하고 단단해진 은유의 문장들을 통과하다 보면 자신 역시 성장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지도 / 클라우지우 테바스 지음 비올레타 로파즈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마음의 지도》 

클라우지우 테바스 지음,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오후의소묘 펴냄

디자인 - 소요이경란


 

"<마음의 지도>는 포르투갈의 시인 클라우지우 테바스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비올레타 로피즈가 그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의 장소인 골목이 사라지고 사람 사이가 단절되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짓게 된 시인데요, 본문을 진행하면서 조금 어리둥절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글과 그림이 만나는것 같으면서 어긋나고.. 그러다가 다시 만나고.. 몇 번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점점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 비밀이 숨어있다는것을 알게 되었지요(독자분들이 꼭 직접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각자의 마음 지도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예요. 개인적으로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켜주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국내에 소개되는 비올레타 로피즈의 두 번째 그림책이자 세계적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ILUSTRARTE 2016 대상 수상작이다. 각종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휩쓸고 있는 비올레타 로피즈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섬 위의 주먹>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우정의 공간을 투명하면서도 깊은 풀숲의 정원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책 <마음의 지도>는 아이와 친구들의 우정의 공간을 도시의 다채로운 모습으로 구현했다. 그는 포르투갈어로 쓰인 이 책을 작업하기 위해 리스본으로 이사해 그 거리를 거닐며 텍스트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고 한다. 그가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완성한 ‘마음의 지도’에는 그 장소의 풍광이 양 페이지 가득 아름답게 펼쳐진다.




자료 제공 - 어크로스, 오후의 소묘, 알라딘

 


 


○ 영상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사진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 어시스턴트 - 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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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소연
민소연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에 깃든 이야기를 보고 들어 글을 쓴다. 언젠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이미지_ⓒ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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