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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유진 박사

대한민국 토종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만드는 사람들

이중일

2019-10-23


우주와 인간. 무한한 가능성



오는 2021년 2월이면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된다. 지난해 11월 28일, 누리호 3단 중 2단에 해당하는 75톤급 시험발사체 발사 테스트가 성공함에 따라, 누리호 3단 완전체의 발사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사업본부 연구원들은 누리호 부분별 조립과 기술 점검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우주 강국에 비해 30년 이상 늦게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3년 고체연료추진 로켓인 소형 과학 로켓 KSR-1 발사에 성공했으나, 이후 발사체 개발 속도는 더뎠다. 2002년 국내 기술로 만든 액체연료추진 로켓 KSR-3 발사에 성공하고, 2013년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소형 위성 발사체 ‘나로호(KSLV-Ⅰ)’ 개발에 성공하며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되는 누리호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1993년 발사된 소형 과학 로켓 KSR-1

▲ 1993년 발사된 1단형 과학관측로켓 KSR-I ⓒKARI

 

나로우주센터는 고흥군 외나로도에 자리하고 있다. 순천에서 고흥으로 접어들어서도 차로 한 시간가량 부지런히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외딴 곳이다. 안전을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입지로 삼은 것이지만 동시에 오로지 연구를 위해 존재하는 시설과 장소다. 개발팀 연구원들은 사생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 채 주중에는 대부분 센터에 머물며 연구에 몰두 중이다. 철저하게 통제되는 보안구역이라 시설 내부로 진입하기까지 거쳐야 할 몇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 


개발 시설로 진입하자 현재 개발 중인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료 탱크와 엔진, 부품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집채만한 기계 장치에 세부 부속들이 촘촘히 조립되어 있다. 연구원들은 작업할 때 안전모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안전 문제에 태만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빼곡하게 조립된 기계장치 탓에 안전모를 쓰고는 도저히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 기계장치 내부에서는 ‘요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두 시간 남짓의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 연구원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유진 박사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종합팀 원유진 책임연구원/공학박사 ⓒ강신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책임연구원 원유진 박사(공학박사)는 “누리호는 우주에 대한 대한민국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켜줄 수 있다”며 발사체 개발 능력 보유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우주 개발 능력은 크게 인공위성 개발 능력과 우주 탐사 기술 보유 여부, 그것을 실현해 줄 수송수단 보유 여부로 가늠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발사체 개발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원유진 박사는 “원할 때 우주 공간으로 위성이나 탐사선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여태까지 우리나라가 수송 수단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 같은 외국 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간 설움이 컸다고도 덧붙이며 현재 필요한 기술을 하나하나 국산화하는 과정 중이라고 했다. 또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우주 강국, 참여자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장면

▲ 2018년 11월 28일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장면 ⓒKARI

 

지난해 11월 28일, 누리호의 2단부 핵심 엔진인 75톤급 액체 엔진의 비행 성능 테스트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크게 3단으로 이루어지는데, 1단에는 75톤 엔진 4개가 클러스터링(clustering, 4개의 엔진이 하나의 엔진처럼 결합된 형태)되어 있고, 2단에는 75톤 고고도 엔진이 1개, 3단에는 7톤 엔진이 1개 장착된다. 작년 시험발사 때 다행히 문제없이 작동되어 누리호에 해당 엔진을 탑재해도 될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원유진 박사는 이러한 성능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엔진이 75톤의 힘을 발휘하려면 연료와 산화제 등 어마어마한 양의 추진제가 주입되어야 하고, 동시에 추진제가 안정적으로 연소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추진제 탱크를 가볍게 만들면서 막대한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서로 반비례하고 상충하는 기술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 하지만 이미 극복한 과제도 있고, 남은 난제들도 곧 풀어낼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개발 연구원뿐 아니라 나로우주센터 연구원, 이들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동료인 대한민국의 각 참여 기업들이 한 몸으로 누리호 발사 성공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될 누리호. 아직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도 우주 개발 국가의 대열에 당당히 서게 된다.

누구나 우주여행을 꿈꿔볼 수 있다는, 바야흐로 '뉴스페이스'의 시대다. 늘 먼 이야기로만 여겨지던 우주가 성큼 다가온 지금, 누리호의 성공은 수많은 가능성을 약속한다. 취약한 기술로 겪어야 했던 설움을 딛고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라, 그 미래는 더욱 빛나고 가치 있다. 



 

○ 인터뷰이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유진 박사


○ 인터뷰어 - 이중일


○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 도움 주신 곳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유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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