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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과학 왜 배우냐고요?” 과학 이야기꾼 천문학자 이명현

“과학도 문학처럼 교양이자 인문입니다.”

2018.12.12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은 점차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과학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야다. 과학서라고 하면 두껍고 어려운 전문 서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교양 과학서들을 모아 소개하는 이가 있다. 천문학자에서 ‘과학책방 갈다’의 책방지기로 변신한 이명현 박사다. 그는 국내외 과학자들의 책 50여 권을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서평에세이 <이명현의 과학책방>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 인문으로서의 과학 이야기를 들어본다.


전파천문학자 이명현



Q. ‘전파천문학자’란 직업이 생소합니다.

A. 전파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일이에요.


천문학자는 이론천문학자, 관측천문학자, 계산천문학자로 나뉘어요. 저는 관측천문학자, 그중에서도 전파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전파천문학자입니다. 거대한 안테나로 구성된 전파 망원경을 사용하여 은하를 관측하고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물리량을 찾아내는 일을 했어요. 건강 때문에 2011년 여름에 은퇴했고, 지금은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소개하는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면서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Q. 과학은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는 전문 분야라고 생각해왔습니다.

A. 일반인들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특히 20~30대 여성, 50대 이상의 남성이 관심이 높아요.


청소년층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20~30대 여성들, 50대 이상의 장년층, 일찍 은퇴하신 분들, 제2의 삶을 찾아가는 분들이 과학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어릴 때는 다들 과학에 관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습 부담 때문에 과학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요. 교과 시험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 경이로움이 사라지고 있어요. 전두엽이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과학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안타까워요.



Q.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반인들까지 과학이론을 알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웃음)

A. 과학을 안다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인식한다는 거예요. 과학을 알면 삶이 좀 더 풍성해져요.


중세시대에는 종교가 세계관을 지배했다면 지금은 과학기술이 지배하고 있어요. 바야흐로 ‘인공지능과의 협력’을 논하는 시대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교육과 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어요. 바로 앞에 닥쳐올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과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습니다. 21세기를 살지만 양식과 가치관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머물러 있는 분들이 있어요.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작동시킨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사는 거죠. 물론 모른다고 당장 사는데 지장은 없습니다만, 더 풍성하고 멋진 삶을 살기는 힘들겠지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니까요.


전파천문학자 이명현


A. 또 과학은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주는 기초교양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에 속해요. 과학을 배우면 세상을 균형 있게 볼 수 있어요.


스티븐 잡스는 ‘테크놀러지’와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두 축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테크놀러지는 기술, 리버럴 아츠는 인문학으로 번역되곤 하는데, 인문학이라기보다는 기초교양이라고 하는 게 맞아요. 서양의 학문 체계를 죽 살펴보면 과학도 여기에 속해요. 1600년대에 설립된 미국의 리버럴 아츠 대학에서는 4년간 109권의 책을 가능한 한 원서로 읽게 해요. 소포클래스와 플라톤도 읽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 논문도 읽지요. 음악, 글쓰기, 수학, 과학을 다 배우는 겁니다. 16세기 수도원에서도 신학, 음악, 지리와 함께 천문을 핵심교양으로 가르쳤어요. 미국과 영국의 대학교 1학년들은 글쓰기와 함께 일반 생화학을 배웁니다. 20세기에는 물리학을 배웠죠. 우리나라도 시험을 위한 교과중심의 과학 교육이 아니라 기초교양으로 과학을 가르쳐야 해요. 세상을 균형 있게, 통합적으로 보려면 과학적 사고가 중요한데, 지금의 과학 교육은 시험에 필요한 지식만 주입하는 식이니까요.



Q. ‘과학적 사고’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A. 과학적 사고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일상의 무엇이든 의심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의 첫 걸음이에요.


과학은 팩트를 외면하지 않고 가상에 투영하지 않으면서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학문이에요. 그래서 과학에서는 뭐든 의심하고 확인하는 태도가 기본입니다. 의심을 하면 균형 있게 보게 돼요. 근거를 알지 못할 때는 상식적으로, 합리적으로 추론합니다. 일상에서도 이런 과학적 사고 훈련이 필요합니다. 세간에 근거 없는 괴담들이 많은데 이럴 때 과학적 사고가 필요해요. 가령 MSG 유해성 논란이 대표적이죠. 흔히들 MSG는 화학조미료라고 알고 있는데, MSG는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이나 당밀을 주재료로 발효한 천연조미료예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MSG가 나온 지 40~50년 지났는데 부작용이 없잖아요. 이런 논란은 식품회사 간 마케팅 전쟁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어요. 뭐든 상식적 사고를 갖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한 단계만 의심하면 물어보고 체크하게 되는데 그 단계를 건너뛰면 맹목적이 됩니다. 친한 사람이 아닌 전문가를 더 신뢰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어떤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하나, 그런 걸 판단하는 게 과학적 사고방식입니다.



Q. 과학적 사고가 삶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A. 과학을 알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가령 청소년기 어느 시점에 전두엽이 바뀌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는 걸 알면, 사춘기 일탈행위를 문제나 미성숙으로 취급하는 대신 뇌가 발달해가는 과정의 과도기로 보게 되겠죠.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게 돼요. 과학적 사고는 누군가 소리를 지르면 단순히 인간성이 나쁘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먼저 왜 소리를 지르는지 살펴보는 거예요. 적절한 치료약을 써서 신경적, 환경적 스트레스를 없애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대가 바뀌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인간 본성에 대한 걸 알게 되고, 더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학을 통해 인간다움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 봐요.



이명헌의 별헤는밤 책 표지, 이명현의 과학책방 책 표지


Q. 과학이라는 분야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 주세요.

A. 지금은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요. 과학책과 유튜브 강연을 통해 과학과 친해져 보세요.


과거 과학책이 어려웠던 것도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데 한몫 했을 거예요. 예전 과학책들은 대개 외국의 과학서를 중역하거나 짜깁기를 한 것들이었어요. 영어나 일본어로 사고하고 번역 어투 문장으로 글쓰기를 하셨던 분들의 책이죠. 지금은 우리나라 과학 연구의 질도 높아지고 분야도 다양해졌어요. 한글로 사고하고 한글로 글쓰기를 시작한 세대들의 과학책이 나오면서 과학책도 쉬워졌어요.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환타스틱 과학책장>, <다윈의 서재>처럼 읽을 만한 과학 도서를 소개하는 책도 많아요. 하지만 꼭 책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과학 강의 코스도 많고 유튜브에도 과학 강연들이 많으니 콘텐츠를 잘 선택해서 보시면 됩니다. 어릴 때 지금처럼 강연이나 책, 팟캐스트로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접했으면 과학에 더 관심을 가졌을 거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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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근미
이근미
경험을 나누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 인터뷰어. 인터뷰 경험을 바탕으로 『+1%로 승부하라』 『프리랜서처럼 일하라』 『대한민국 최고들은 왜 잘하는 것에 미쳤을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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