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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인문360 테마토크 - 횡단 #1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다

2020.01.22

 


횡단의 의미  



횡단, 동시성의 세계, 글로벌에서 생략된 실제 세계를 마주하는 일


인문360은 2020년 첫 주제인 ‘횡단’을 중심으로 김현민 기자와 김봉석 인문360 편집장, 그리고 백민석 작가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어본 테마토크를 진행했다. 3개월 동안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긴 여행을 다녀온 백민석 작가의 흥미로운 경험과 깊이 있는 성찰, 김현민 기자와 김봉석 편집장의 다각도의 관점과 의견은 우리가 지금까지 막연하게 느낀 ‘횡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중 몇 가지 화두를 소개한다. 전체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테마토크 '횡단' 편 영상은 1,2부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왜 우리의 로망이 되었을까? 



횡단 테마토크 현장


김현민 기자


김봉석 편집장오랜 시간의 열차 여행이 엄청나게 지루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망설여지지만, 언젠가 경험하고 싶다. 시베리아, 그리고 미국에서 대륙 횡단을 한 번 꼭 해보고 싶다. 예전에 우리 역사를 봐도 만주라든가 이런 쪽을 자유롭게 왕래했는데, 한국의 근 100년 동안은 갖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뭔가 욕망 같은 것이 터져 나오는 게 아닐까?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도 무척 많이 나가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인과 유대인과 이런 사람들 못지않게 한국인들이 상당히 많이 나가 있는, 그래서 자유분방한 성정 같은 것이 있다. 그런 지점에서 (살펴보면) 한국인들이 횡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김현민 기자 - 나 같은 경우에도 제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데, 그 이유가 단절되지 않고 곧장 대륙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유라시아 지역을 ‘오래된 미래’라고도 많이들 이야기하지 않나. 


백민석 작가 - 우리 민족이 처음 한반도에 정착하게 된 게 그 지역을 거쳐서 왔을 것이다. 아마 거기에 대한 원시적인 기억 같은 거? 원형질적인 기억? 아니면 그리움? 이런 게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런 요소가 우리나라 사람 무의식에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큰 대륙에 가지는 동경, 하얗게 눈이 쌓인 설원에 대한 미적 동경, 이런 것들도 있을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울창한 숲이나 토양 같은 것, 풍요로움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 그 여러 요소들이 섞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 싶어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횡단의 가치, 실제로 가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 



김봉석 편집장


백민석 작가 - 횡단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실제로 가서 체험한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베르나르 앙리 레비’라는 철학자가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난 후 프랑스에 있던 그는 미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프랑스에서 내가 알고 있던 상상 속 미국이 실제의 미국과 어떻게 다른가, 실제의 미국은 어떤가를 하나하나 검증한다. 우리는 그런 것을 실증적인 태도라 말한다. 앙리 레비는 횡단 열차를 타고 실제 미국을 바라본 그 이야기를 ‘아메리카 버티고’라는 책에서 풀어냈다. 

또 같은 시기에, 그러니까 9.11테러 직후에 프랑스의 ‘기 소르망’이라는 철학자 역시 똑같이 미국을 횡단한다. Made in USA』라는 책에서 그는 미국이 얼마나 현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가를 실증한다. 이처럼 횡단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막연하게 지식으로만, 사진이나 글이나 책이나 영화로만 알고 있던 사실을, 직접 가서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과정과 행위라고 생각한다. 


김봉석 편집장 – 낯선 시골 마을에 간다면, 이를테면 전통적인 것들은 보통 다 특색이 있고 서로 다르지만 현대적인 것들은 다 비슷하다. <투어리즘>이라는 영화가 있다. 젊은 일본 여자 두 명이 싱가폴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그 친구들은 도쿄 근교의 조그만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싱가포르에 가서 구경하다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똑같은데?”, “도쿄와 똑같은데?” 그러다가 길을 잃고 우연히 이슬람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거리로 가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싱가포르라는 큰 도시의 관광지는 모두 같다고 이야기하다가, 정작 일상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니까 모든 면이 다른 곳으로 느낀다. 진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 테마토크 참여자 - 백민석, 김현민, 김봉석


○ 영상, 스틸 촬영 - 이중일, 백승화,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이중일


○ 도움 주신 곳 - 명필름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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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소연
민소연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에 깃든 이야기를 보고 들어 글을 쓴다. 언젠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이미지_ⓒ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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