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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예술가의 방 - ④ 소설가 곽재식

이토록 괴물이 많았던 나라

2019.11.27


<한국 괴물 백과>라니, 제목부터 보는 이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책을 알게 된 후, 곧장 떠오른 의문은 ‘한국에 정리해 출판할 수 있을 정도로 괴물이 많은가’였다. 우리 설화 속 괴물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상식은 기껏해야 ‘구미호’나 ‘도깨비’ 정도기 때문이다. 

곽재식 작가는 2007년 즈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책인 『어우야담』 번역판을 구입한 일을 계기로 한국 괴물에 관한 기록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책값이 아까워’ 책을 여러 번 샅샅이 살폈고, 그 과정 속에서 신기하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우리 옛 기록 속에 존재한다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1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곽재식 작가가 수집한 괴물 자료는 총 282종에 달한다. 상당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개월 수로 따지면 130개월 정도니, 한 달에 한두 건만 봐도 260건이다”고 답하며, “그 정도로 꾸준히 조금씩 작업해 온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말했다. 특이한 수준이 아니라, 무척 놀라운 일이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괴물 기록을 조사하는 일 자체와 그 일을 11년간 지속해왔다는 사실은 상당히 낯선 일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작가도 '괴물'이다.


한국 괴물 백과


책에 수록되어 있는 괴물들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수록된 괴물들에게서 두려움이나 외경심은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인간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두고 서로 경쟁이라도 했나 싶을 만큼 괴물의 모습은 무척 다채롭다. 그 괴물 중에는 한때 우리 문화와 일상 속에 깊게 스며들었으나 이제는 거의 잊힌 존재들도 많다. 곽재식 작가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사료를 뒤져 보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리된 내용을 대중에게 소개하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우리 과거 속 신비한 괴물의 모습에 대해 조금 알 수 있게 됐다. 



11년간 모은 282개의 한국 괴물 이야기   

<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작가 인터뷰



곽재식 작가

▲ 곽재식 작가 ⓒ강신환

 

 

 

한국 괴물 백과는 어떤 책인가요?

한국의 옛 기록에 나오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한국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특징이 있다면 옛날 기록 속에 나와 있는 괴물만 모았다는 점입니다. 언제, 누가 쓴, 어떤 책에 나와 있는 괴물인지가 정리되어 있는 백과사전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괴물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작가로서 소설을 씁니다. 제 소설을 쓰기 위해 항상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즈음에 사극이나 시대물을 써보려고 우리나라 옛 기록 속에 뭔가 재미있는 소재가 없을까 찾다가, 우연히 괴물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기록만 따로 정리해도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몇십 가지 정도 정리해봤습니다. 정리한 내용은 그대로 인터넷에 공개했고요. 누구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응이 좋아서 그 자료를 참조하러 찾아 오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새로 추가될 자료들을 바탕으로 새 책을 출간할 계획도 있나요?

저는 나름대로 있는데요. 계획이 실현될지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출간된 책만 하더라도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받은 게 7,8년 전입니다. 출간 제안을 받은 후 몇 차례 출간이 좌절되었어요. 괴물을 소재로 한 책을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볼까하는 우려도 있었고, 282종의 괴물이니 삽화도 282종을 그려야 하는 일이라, 그것도 보통일이 아니죠. 앞으로 추가되는 자료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다면 물론 좋겠죠. 

 

작업을 진행할 때 남다른 근성과 인내심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래 작업을 이어왔고 또 좋은 반응이 있었기에, 재미가 있었습니다. 취미처럼 꾸준히 했어요. 11년이면 달수로 130개월 이상이잖아요? 한 달에 그런 식으로 괴물이야기를 한두 건만 찾아봐도 260건이거든요. 그냥 그 정도로 꾸준히 계속 조금씩 해온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달까요?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오며가며 보시는 분들이 ‘재밌다, 이거 좋은 자료다’ 이렇게 말씀 많이 해주시니까, 보람도 생기고, 재미도 있고, 그래서 자연히 꾸준하게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옛 기록을 찾는 일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자료 수집의 팁이 있다면요?

의외로 동료 작가 분들도 그 부분에서 장벽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은데요. 사실 한국고전번역원 같은 국가기관 등에서 우리나라 옛기록을 번역해서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도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이나 <고려사절요> 같은 자료는 그냥 다 공개되어 인터넷에 검색할 수 있는 상태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도 꽤 많이 있죠. 거기에 더해서 도서관에 갔을 때 그런 자료를 겁내지 않고 찾아본다든지, 아니면 새로 번역되어 서점의 고전 코너에 비치된 자료를 꾸준히 본다든지, 그 정도만 해서 깊이 있는 단계로 진입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한국 괴물 백과>에 나와 있는 그 정도 자료 얻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공개되어 있는 자료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좋아하는 괴물이 있다면요?

책을 보면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니까 앞쪽에 나오는 괴물인데, ‘강철’이라는 괴물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용하고도 비슷하고, 용이지만 소나 말과도 비슷하게 생긴 괴물인데요.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악한 괴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근데 이 괴물이야기가 17, 18세기에 조선에 굉장히 많이 퍼져있었던 것 같거든요?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기록 속에 ‘강철’이라는 괴물이 있다는 내용이 여러 자료에서 많이 보입니다. 17, 18세기에 조선에 많이 퍼져있던 괴물인데 이상하게 20세기 접어들면서 별로 안 다뤄졌던 괴물인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한국 괴물이라 하면 도깨비나 구미호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고 TV나 영화에도 많이 나왔잖아요? 근데 사실 구미호 이야기는 오히려 17, 18세기 기록에는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당시에 굉장히 흥했고 조선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괴물이야기인데, 갑자기 기억에서 없어진 것처럼 사라졌을까? 요즘에야 비로소 재발굴 되어 동화책에도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왜 한동안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졌을까? 그런 것도 신기하고 나름대로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저런 의문도 들고 해서 기억에 남아있는 괴물입니다. 


<한국 괴물 백과> 속 괴물 '강철'

▲ <한국 괴물 백과>에 묘사된 '강철'의 모습(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한국 설화가 지닌 특징이 있을까요?

<한국괴물백과> 만드는 과정에서 크게 느꼈던 점은 (한국 설화에) 어떤 한쪽으로 기울어진 특징이 없다는 점이에요. 한국의 이야기들이 사실 종류가 많거든요? 무척 다양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가 (한국 설화의) 특색이리 말하기엔 사실 좀 곤란하죠. 그런데 지금까지도 우리가 한국 전설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중국 전설에 비해 한국 전설은 이런 게 특징이다' '유럽 전설, 미국의 전설에 비해 한국 전설은 이런 게 특징이다'와 같이 한국 이야기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측면이 그전까지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국의 전설은 ‘한이 서려 있다’라든가, 이런 이야기 많이 있었잖아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물론 한이 서려 있는 특징을 지닌 전설이 많이 있는데, 한국 전설에 모두 한이 서려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 전설에는 한이 안 서려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 전설이 한이 서려 있는 것만 한국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고, 한이 안 서려 있는 전설은 한국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 판단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오히려 우리 상상보다 전설이 다채롭고, 그 속에 수많은 감정을 다룬, 온갖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런 점이 오히려 특징이라면 특징이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 인터뷰이 - 곽재식 작가


○ 인터뷰어 - 이중일


○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 도움 주신 곳 - 아이디어랩, 워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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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일
글을 다듬고 책을 만든다. 요즘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관심이 확장되어, 종종 사진과 영상을 다룬다. 인문 매거진 <유레카> 미디어콘텐츠팀 팀장. 이미지_ⓒ이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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