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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예술가의 방 - ① 입말음식가 하미현

본질을 이야기하는 맛

2019.07.31


입말음식가

아부레이수나* 하미현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토박이와 농부의 음식과 식재료를 '입말음식(SPOKEN RECIPE)'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후 TV광고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가 2012년에 우연히 한국의 음식을 만나 지금까지 40여군데 이상의 팔도 마을을 찾아다니는 중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상의 입말음식에 관심이 많아 매년 한 달씩 세계의 여러 마을을 찾아 입말음식을 만나고 있다. 

지금은 각 지역 기관 및 브랜드들과 한국 팔도의 입말 음식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한편, 현대에 맞게 개발하는 일과 서울에서 농부와 함께 제철 식재료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아부레이수나: 하미현이 운영하는 입말음식의 브랜드이자 경상도 예천의 모내기 민요.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게 서로 서로 어울리게 살아가 보자'라는 의미.

- Instagram : abuleisuna / abuleisuna@gmail.com



하미현

▲ 하미현 입말음식가 ⓒ이중일 


‘입말음식’이란 말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입말’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말(구어)을 이르며, 그래서 '입말음식'은 글이나 책이 아닌 입말로 전해지는 음식을 뜻한다. 궁중이나 지체 높은 이들이 누리던 음식 문화는 다양한 요리책과 기록으로 그 방법이 오래오래 전해지지만, 농부와 같은 서민의 음식은 그저 구전으로 이어져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진화하거나 때론 사라지고 만다. 구하기 쉬운 제철 재료를 가지고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먹는 음식. 그 소박한 지혜가 담긴 토박이의 요리법을 하미현 씨는 ‘입말음식’이라 이름 짓고, 전국 곳곳의 마을을 다니며 취재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아부레이수나’는 입말음식을 연구하는 브랜드이자 팀명이기도 하다. 

 

 

평창 육백마지기에서 만난 입말음식



어슴푸레한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목적지는 강원도 평창의 육백마지기 농장. 하미현 입말음식가가 이끄는 팀이 9월 평창에서 진행할 입말음식의 로케이션을 확인하고, 그곳의 농부를 만나고자 떠난다고 해서다. 말로만 듣던 ‘입말음식’ 수집 현장을 곁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고즈넉한 평창역을 지나 구불구불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면, 안개 자욱한 육백마지기가 나타난다. 해발 1,200미터 청옥산 정상에 위치한 육백마지기는 고랭지 채소를 주로 재배하는 너른 들녘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저 아래와는 다른 세상인 양, 맑은 바람이 선듯하게 불어온다.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겐 ‘성지’라 일컬어질 만큼 경치가 좋다고 하나, 비가 오다 말다하며 희뿌연 안개가 사방을 채웠다. 안개 아래 희미하게 비치는 고요한 녹음이, 숨죽여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는 듯 했다. 


하미현 입말음식가는 육백마지기 농장에서 이해극 농부를 만나 고랭지 채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농부의 자부심이 싱싱한 채소만큼이나 빛이 난다. 강원도와 같은 고산지대는 그 고도에 따라 작물이 달라진다. 또한 다른 지역보다 한 계절씩 느린 셈이라, 시기에 따라 지역색 강한 토박이 음식이 다양하게 발전했다. 



시간과 일상이 깃든 삶의 맛



입말음식팀은 육백마지기에서 그 중간 고도인 회동으로 자리를 옮겨 정오모 농부를 만나 더 자세한 입말음식 취재를 했다. 흔히 먹는 감자조차 종류에 따라 그 생김새며 빛깔이 모두 다르고, 맛 또한 가지각색이라는 것을 이제야 안다. 또한 ‘고야’라는 귀여운 열매는 우리 토종 자두라 하는데, 당연하지만 정말 자두와 맛이 똑같다는 것을 그 새콤달콤함을 맛보고 처음 깨닫는다. 


토종 자두 고야

▲ 토종 자두 '고야' ⓒ강신환

 

인터뷰 중인 정오모 농부 부부

▲ 입말음식 인터뷰 중인 평창 회동 정오모 씨 부부 ⓒ강신환 


또한 산 아랫동네에 정원옥 농부 댁에서는 강원 지역의 특색이 깃든 음식법을 듣고 배웠다. 입말로 들어 직접 만들고 맛본, 메밀로 얇게 부친 김치전병은 일품이었다. 맛을 일부러 내려하지 않아서 더욱 맛있는 맛. 싱싱한 김치의 아삭함이 메밀의 구수한 향과 어우러졌을 뿐인데 꽤 근사한 풍미를 낸다. 어디에서도 맛본 적이 없지만 익숙하고 친근하다. 


이 땅에서 원래부터 나던, 제철의 식재료를 가지고 해먹는 음식을 이제 우리는 그 지역에 특별히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계절 모두 먹을 수 있는 마트 식재료에 익숙해져, 제철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맛과 멋을 점점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하미현 입말음식가의 인터뷰 중 ‘시간(계절)을 따라잡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마음에 닿는다. 

 

하미현이 재현한 입말음식 밥상


하미현이 재현한 입말음식 밥상

▲ 입말음식가 하미현이 전국에서 수집해 새롭게 재현한 입말음식 상차림 ⓒ하미현 

 

전국을 다니며 입말음식을 배우고 모은 그녀는 서울에서 다시 그만의 해석으로 요리를 재현하고, 많은 이들과 나누고 있다. ‘시간을 쫓아 발품을 팔아서’ 이루어낸 그 입말음식은, 한없이 담백하지만 귀하고 아름다웠다. 토박이 농부에겐 그저 흔하게 매일 먹는 음식이겠으나, 도시 위에서 앞으로만 질주하는 우리에게는 삶의 본질을 더듬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므로. 





○ 영상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사진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 어시스턴트 - 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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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소연
민소연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에 깃든 이야기를 보고 들어 글을 쓴다. 언젠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이미지_ⓒ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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