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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되기

정항균

2021-04-05

동물 되기 정항균 지음 비판적 동물학으로서의 인간학과 변신의 문학사 세창출판사

정항균 지음/세창출판사/2020년/22,000원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동물은 단순히 주변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함께 구성해 온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역사적 발전에 있어서 동물이 수행한 역할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 되기』 22쪽


인간의 동물-되기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작가들이다. 그들은 꿈과 같은 문학적 세계에서 온갖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카프카는 쥐-되기, 개-되기, 원숭이-되기를 수행하였다. 그러한 동물-되기를 통해 그는 휴머니즘의 이면인 ‘폭력적인 인간중심주의’를 폭로할 수 있었다.


『동물 되기』 39쪽


우리가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나 읽었던 동화책에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설화나 민담, 동화 속에 나오는 동물은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동물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띤다. 그 동물들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사람처럼 생각하며 행동한다. 또 동화나 설화의 주인공은 사람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자유롭게 변신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변신’이라는 주제에 착안하여 서양의 역사와 문학에 나타난 ‘동물-되기’의 다채로운 측면들을 탐구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1부에서 저자는 원시시대에 인간과 상호 변신 가능한 존재자로 간주되던 동물이 신석기 이후 문명이 발전하면서 점차 도구화되고 희생의 대상이 되어 왔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2부에서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카프카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학에서 다채롭게 나타나는 ‘동물-되기’의 양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서양 근대 사상에 깔려 있는 인간 중심주의 또는 인간 종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입장에 서 있다. 이러한 비판적 관점에서 저자는 한편으로 ‘동물-되기’의 다양한 역사적ㆍ문학적 측면들을 소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인간-동물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책의 중요한 장점은, ‘동물-되기’라는 단일한 주제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고 흥미로운 인문학적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평범한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큼 평이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이라고 본다. 주제의 진지함과 내용의 충실성, 폭넓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가독성을 지닌 좋은 저작을 많이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국내 인문학에서 여전히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은 그런 갈증을 채워줄 만한 좋은 책이다.


추천사: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4월의 추천도서> 인문예술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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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항균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19세기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대화의 개방성. 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ählwerk Theodor Fontanes)』(2001),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typEmotion. 문자학의 정립을 위하여』(2012), 『메두사의 저주』(2014), 『아비뇽의 여인들 또는 폭력의 두 얼굴』(2017)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공역, 2004), 『커플들, 행인들』(2008),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2017)가 있다. 기타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의 주된 관심 주제는 ‘고향’이며, 현재 다와다 요코에 관한 저서를 준비 중이다. (이미지 출처: 세창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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