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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 다른 배열

이성미

2021-02-01

문학과지성 시인선 551 다른 시간, 다른 배열 이성미 시집 문학과 지성사

이성미 지음/문학과지성/2020/126/9,000원

 


사과가 되려 했지만. 사과가 되지 못한 사과의 경우에 대해 쓰고. 제목을 사과라고 붙여야지.

사과나무의 가느다란 가지에 대해 써야지. 나무를 받치는 파이프도. 파이프 옆 사과향기에 대해서도. 너무 많은 사과를 매달고 있는 나무가 쓰러지기 전에.

모자를 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오기 전에. 노래에 맞춰, 장갑 낀 손을 일제히 들어 올리기 전에.

사과에 대한 글을 쓰다가 그만두어야지. 사과가 사과가 아닌 것이 되기 전에. 쓰다가 거기서 멈춰야지._「사과에 대해 쓰기」


『다른 시간, 다른 배열』 책 속에서



이성미 시인의 시는 투명하고 단단하다. 복잡한 은유와 화려한 상징을 쓰지 않고, 곧바로 의미를 향해 직진한다. 불의에 눈감지 않는 용감한 시인의 목소리를 내지만 그것조차도 요란하거나 강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다른 시간, 다른 배열』의 시들은 엄청난 투쟁의 시간 속에서 그야말로 혹독하게 담금질된 언어들로 잉태되었지만, 그 떠들썩한 사건들을 지나면서도 이성미 시인의 언어는 놀랍도록 차분하고 고요하다. 문단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문인들이 제대로 원고료나 인세를 받지 못하는 현실과 용감하게 싸워 온 이성미 시인의 목소리가 언젠가는 ‘시집’의 형태로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시집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 힘든 일들이 없었다면 이성미 시인은 물론 얼마나 더 많은 작가들이 더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썼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여전히 ‘마음 놓고 글을 쓸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미소와 함께 선물하고 싶다.


추천사 : 정여울 위원(『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저자)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2월 추천도서> 문학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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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2001년 『문학과사회』에 「나는 쓴다」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칠 일이 지나고 오늘』이 있다. 제5회 시로여는세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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