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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테마로 읽는 이주의 양식

러브 레플리카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공백을 향한 성실한 질문

2020.02.28


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소설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싫은 것을 좋다고 하기는 절대 싫다는 성난 마음 때문에 눈매가 사나웠으나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그만큼 강해서 전체적으로 주눅 든 표정의 덩어리가 되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였다. 일하기 싫은 이유를 말하면 성실하게 출근하는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을 테고 그냥 다니다간 내가 죽겠고, 길게 말하자면 그렇지만 짧게 말하자면 나는 그저 겁이 많았다. 

_ 「루카」, 『러브 레플리카』 119p

 

 

사람은 아무리 슬프고 불행해도 사소한 행운 하나로 며칠을 웃으며 보내기도 하니까. 너에게 행운을, 당신에게 새 신 한 켤레가 생기기를, 여자들 앞에서 말을 더듬지 않게 되기를, 머리카락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몸에 살집이 도독하게 붙기를.

_ 「엘로」, 『러브 레플리카』 295p 







우리는 서로 같을 수 없고 어떤 일들은 그저, 어쩔 수 없다


소설가 윤이형의 세 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꼼꼼하게 응시하면서 그 치유의 대화적 지평”(우찬제)을 모색한 『셋을 위한 왈츠』(2007), “견고한 현실의 장벽에 대응하여 환상의 공간을 한껏 확장시키는 모험의 서사”(백지연)를 펼친 『큰 늑대 파랑』(2011) 이후 5년 만에 묶어낸 단편들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총 8편의 수록작 중에는,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쿤의 여행」, 제6회 젊은작가상과 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루카」 등 일찍이 그 탁월함을 인정받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윤이형의 집요한 시선은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 언제부턴가 윤이형 소설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은 SF적 상상력은 이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도저한 사유의 실마리로서 삽입된다. 그리고 작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포착되는 미묘한 순간들, 인간 내면의 사소한 변화들을 따라가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자들은 윤이형의 소설을 읽고자 마음먹을 때면 기상천외하고도 잔혹한 ‘윤이형 월드’로 튕겨나가기 전에 저도 모르게 정신의 안전벨트부터 채웠을 터. 그런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저공비행하는 윤이형의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는 또 다른 의미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 자료 제공: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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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윤이형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검은 불가사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4년, 2015년 젊은작가상, 2015년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작은마음동호회』, 중편소설 『개인적 기억』, 『붕대 감기』, 청소년소설 『졸업』, 로맨스소설 『설랑』 등이 있다.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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