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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괴물 백과

정성들여 수집한 기상천외한 한국 괴물의 보고

곽재식

2019-11-08

한국괴물백과 / 문구 : 한국 괴물 백과 sf작가 곽재식이 11년간 채집한 한국의 괴물 282종 WORKROOM

곽재식 지음 / 워크룸



 

거잠(巨蠶) - 소나 말만 한 커다란 누에. 뽕잎을 많이 먹는다. 이것을 죽이면 세상의 누에들이 대를 잇기 위해 이 누에가 죽은 곳으로 몰려든다. 이것을 발견했을 때 뽕나무밭으로 끌어들여 죽이면 누에가 모여들어 많은 고치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인수사신(人首蛇身) -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것이다. 두꺼비나 개구리 같은 무리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흉하고 악한 것으로 여겨 이것을 낳으면 숨기려 한다. 1223년 충주에서 발견된 이야기가 『고려사』에 나온다.


재차의(在此矣) - 되살아난 시체로, 손발은 썩은 색깔에 가깝게 검고 갑자기 문득 손을 내미는 동작을 하고 사람의 말을 듣고 대답한다. 이것을 불러내는 무당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서 의식을 치르면 되살아나 손을 뻗고 말을 한다.


적색일괴(赤色一塊) - 하늘을 날아다니는 밥그릇 모양의 거대한 해파리 같은 것. 크기는 사람 키의 열 배만 하다. 색깔이 붉은색과 흰색을 오간다. 비단처럼 윤기가 나고 천처럼 너울너울 펼쳐질 수 있다. 움직일 때는 몸이 마음대로 구부러진다. 평소에는 머리와 발을 숨기지만 머리를 내밀면 용만큼 무섭다.


출목축비(出目縮鼻) - 돌탑 구멍에 산다. 무척 크며 네발짐승의 형체다.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찌그러지고 입꼬리는 귀까지 닿아 있고 귀는 늘어지고 머리칼은 솟아 있고 양 날개가 활짝 펼쳐진 모양이며 몸은 붉고 푸른빛으로 알록달록하다. 악취를 풍긴다. 밤에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데 딴청을 부리거나 별것 아니라고 여기면 덤비지 않는다.

 


_ 곽재식, 한국 괴물 백과 중에서




이것이 진짜 한국 괴물, 괴물을 둘러싼 상상력의 기원을 찾아


곽재식은 2007년부터 ‘게렉터(gerecter)’라는 필명으로 한국의 괴물을 채집해 자신의 블로그(https://oldstory.postype.com)를 통해 공개해왔다. 여기에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써보기 위해 자료 조사차 시작한 일이었다. 사극이나 영화를 통해 알려진 모습이 아니라 진짜 옛날 사람들이 남긴 진짜 옛날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바람이 있다면 자신 같은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것 정도였다. 그 사이에 그의 블로그는 그동안 민속학 연구자, 소설가, 게임 및 웹툰 시나리오 작가,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학생 등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면서 암암리에 ‘온라인 괴물 소굴’로 알려졌다.


이 책 『한국 괴물 백과』는 곽재식이 채집한 한국 괴물 가운데 282종을 이강훈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엮은 것이다.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곽재식은 오늘날 널리 알려진 괴물들에 관한 묘사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에게 도깨비는 모름지기 정수리에 뿔이 돋아나 있고 거적 비슷한 천을 몸에 두른 채 울퉁불퉁한 방망이를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구미호는 풀어헤친 머리에 소복을 입고 둔부 근처에 여우 꼬리 아홉 개가 달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정확한 근거 없이 평소에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경우가 제법 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곽재식은 괴물을 채집하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문선』, 『대동야승』 등 18세기 이전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괴물로 한정하고, 괴물을 소개할 때 되도록 자의적 해석을 배제했다. 괴물의 이름이 불분명한 경우, 임의로 이름을 붙이는 대신 괴물이 기록된 문헌의 특징적 구절을 이름으로 삼고, 괴물을 설명할 때는 괴물이 기록된 문헌이나 괴물을 묘사한 공예품 등을 참고했다. 그 이후에 기록된 괴물, 작자가 불분명한 문헌에 기록된 괴물,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괴물, 기록 없이 구전된 괴물은 배제했다. 성격이 비슷한 괴물은 한데 합치고, 이름이 같더라도 모습과 성격이 다르면 다른 괴물로 분리했다. 괴물을 묘사한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곽재식이 정리한 자료에 기반을 두었다. 어떤 면에서 ‘괴물’보다는 ‘한국’에 방점이 찍힌 이 책은 괴물을 둘러싼 상상력의 기원을 찾아보려 한 결과물, 또는 궤적이다.



○ 자료 제공 - 워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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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
곽재식

곽재식은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140자 소설』 등 다수의 장단편 소설을 비롯해 글쓰기에 관한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등을 썼다.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는 영화화 계약이 완료되어 제작을 기다리고 있으며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는 드라마 「스위치」의 소재가 되기도 이미지_ⓒ곽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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