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에서, 일본사람의 학구열과 기록성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된 한 분의 이야기가, 친일의 시대적 배경과 정서는 접어두고 그 행적만을 쫓는 요즘 세태의 지적으로 이어졌다. 교수를 마친 분이고 말을 아끼며 중의적 표현을 하는 듯해서, 필자는 식민주의와 민족주의는 친연성(親聯性)이 있다는 것, 그보다 제 3의 길이 있다는 말로 가벼이 받아 넘겼다.
진열된 상품은 많고 손님이 없는 한산한 매장에서 점원과 눈 마주침은 어색한 일이다. 생산과잉 시대에 자본의 고민이 크고 2차 산업의 구조는 무겁다. 혹자가 말하는 공유경제의 시대, 3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 페이스북의 창안자 마크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의 52조 원 기부가 화제지만 오히려 핵심은 비켜 있는 듯하다. 핵심은 한 젊은이의 아이디어가 단박에 천문학적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자체인데. 일반 노동의 대가와 비교할 수 없는 격차, 커도 너무 크다. 현실의 처지를 벗어나려는 소박한 바람은 순진한 것이고 사람들은 이루지 못할 허상에 집착해 더욱 갈증에 목이 탄다.
차선 삼선보다 최우선을 추진했던 일들이, 내용보다 형식에 맞추는 방법이 그동안 어땠을지라도 지금의 양상은 다르다. 공적인 일에서 형식과 제도가 겉도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창조는 구호보다 비옥한 토양이 더 나은 생육 조건일 터. 현상을 보며 회의하는 곳에서 창의적이며 참된 인간이 태어난다. 특히 형식 아래 순응하지 않는 적극적인 전문인의 역할이 필요하며 자발적 시민 활동의 장 또한 왕성해야 한다. 법 제도가 구비된 약대국(弱大國)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강소국(强小國)의 길도 있을 것이다.
사물에 담긴 많은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조차 뭔가 지시하고 의미하는 것들이 있다. 요즘 서울 살리기 정책의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의 일들에 비춰서 반작용의 법칙이 생각나지만 같은 전략을 취하는 듯 대체로 성급해 보인다. 상징과 실재의 간극, 담론이 형성되는 사이에 드러나는 것이 있다. 차이와 입장들을 무시하고 소홀히 했던 지난 실책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일까, 머릿속을 맴도는 소리 하나.
“네가 뭔가를 하려거든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 함부르크 아트센터
「제7의 인간」
-아틸라 요제프(Attila József)-
네가 이 세상에 나서려거든
일곱 번 태어나는 것이 나으리라
한 번은, 불타는 집 안에서
한 번은, 얼어붙은 홍수 속에서
한 번은, 거칠은 미치광이 수용소에서
한 번은, 무르익은 밀밭에서
한 번은, 텅 빈 수도원에서
그리고 한 번은 돼지우리 속에서
여섯 아기가 울어도 시원치 않아 :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네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때면
너의 적에게 일곱 명을 내보여라
한 명은, 일요일에 일을 쉬고
한 명은, 월요일에 일을 시작하고
한 명은, 돈을 안 받고 가르치고
한 명은, 익사하면서 수영을 배웠고
한 명은, 숲을 이룰 씨앗이 되고
한 명은, 원시의 조상들이 보호해 주는 사람
그러나 그들 모두의 책략도 충분치 않아 :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네가 어떤 여자 하나를 찾고 싶거든
일곱 남자를 보내어 찾게 하라
한 명은, 말만 듣고 자기 마음을 내주는 자
한 명은, 제 몸조심만 하는 자
한 명은, 몽상가를 자칭하는 자
한 명은, 치마 밑으로 그 여자를 만질 수 있는 자
한 명은, 단추와 여밈고리에 환한 자
한 명은, 그녀의 비단수건을 밟는 자 :
그들이 그녀 주위에서 파리떼처럼 윙윙거리게 하라
그리고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네가 글을 쓰고 또 그럴 힘이 있다면
일곱 명이 너의 시를 쓰게 하라
한 명은, 대리석 마을을 건설하는 사람
한 명은, 자면서 태어난 사람
한 명은, 하늘의 해도(海圖)를 그리고 외고 있는 사람
한 명은, 글로 이름이 불리는 사람
한 명은, 자기 영혼을 완전케 한 사람
한 명은, 산 쥐들을 해부하는 사람
둘은 용감하고 넷은 현명하지만 :
너의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이 씌어진 대로 되면
너는 일곱 명을 위해 죽어야 한다
한 명은, 요람에서 젖을 빠는 자
한 명은, 단단한 어린 젖가슴을 움켜쥐는 자
한 명은, 빈 접시들을 내던지는 자
한 명은, 가난한 자들의 승리를 돕는 자
한 명은,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일을 하는 자
한 명은, 달만 마냥 바라보는 자
온 세상이 너의 묘비석이 되리니 :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출처
* 제7의 인간(눈빛출판사, 번역: 차미례)
** 「일곱 번째 사람」은 요제프가 1932년에 발표한 시로 존 버거(John berger)의 이주 노동자 에세이 『제7의 인간』에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 비트 세대의 지도적인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는 「일곱 번째 사람」을 애송시로 꼽을 정도로 요제프에게 큰 애정을 나타냈다. 심보선 시인은 「일곱 번째 사람」이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을 담고 있는 시라고 말한다. 일곱 번째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자 가능성으로 충만한 삶의
주인공이며, 오늘의 일곱 번째 사람은 바로 내일의 첫 번째 사람”인 것이다. (아티초크 출판사 서평 中)
사진가.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건축, 인간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왔다. 1998년 『POAR』가 꼽은 ‘11인의 주목받은 건축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 2: 봉인된 시간』 외 『셧 클락 건축을 품다』 등이 있고, 2003년 한미문화예술재단에서 주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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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가를 하려거든
생각을 탁!
김재경
2016-01-07
아현1동(2008) ⓒ 김재경
어느 자리에서, 일본사람의 학구열과 기록성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된 한 분의 이야기가, 친일의 시대적 배경과 정서는 접어두고 그 행적만을 쫓는 요즘 세태의 지적으로 이어졌다. 교수를 마친 분이고 말을 아끼며 중의적 표현을 하는 듯해서, 필자는 식민주의와 민족주의는 친연성(親聯性)이 있다는 것, 그보다 제 3의 길이 있다는 말로 가벼이 받아 넘겼다.
진열된 상품은 많고 손님이 없는 한산한 매장에서 점원과 눈 마주침은 어색한 일이다. 생산과잉 시대에 자본의 고민이 크고 2차 산업의 구조는 무겁다. 혹자가 말하는 공유경제의 시대, 3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 페이스북의 창안자 마크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의 52조 원 기부가 화제지만 오히려 핵심은 비켜 있는 듯하다. 핵심은 한 젊은이의 아이디어가 단박에 천문학적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자체인데. 일반 노동의 대가와 비교할 수 없는 격차, 커도 너무 크다. 현실의 처지를 벗어나려는 소박한 바람은 순진한 것이고 사람들은 이루지 못할 허상에 집착해 더욱 갈증에 목이 탄다.
차선 삼선보다 최우선을 추진했던 일들이, 내용보다 형식에 맞추는 방법이 그동안 어땠을지라도 지금의 양상은 다르다. 공적인 일에서 형식과 제도가 겉도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창조는 구호보다 비옥한 토양이 더 나은 생육 조건일 터. 현상을 보며 회의하는 곳에서 창의적이며 참된 인간이 태어난다. 특히 형식 아래 순응하지 않는 적극적인 전문인의 역할이 필요하며 자발적 시민 활동의 장 또한 왕성해야 한다. 법 제도가 구비된 약대국(弱大國)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강소국(强小國)의 길도 있을 것이다.
사물에 담긴 많은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조차 뭔가 지시하고 의미하는 것들이 있다. 요즘 서울 살리기 정책의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의 일들에 비춰서 반작용의 법칙이 생각나지만 같은 전략을 취하는 듯 대체로 성급해 보인다. 상징과 실재의 간극, 담론이 형성되는 사이에 드러나는 것이 있다. 차이와 입장들을 무시하고 소홀히 했던 지난 실책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일까, 머릿속을 맴도는 소리 하나.
“네가 뭔가를 하려거든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 함부르크 아트센터
「제7의 인간」
-아틸라 요제프(Attila József)-
네가 이 세상에 나서려거든
일곱 번 태어나는 것이 나으리라
한 번은, 불타는 집 안에서
한 번은, 얼어붙은 홍수 속에서
한 번은, 거칠은 미치광이 수용소에서
한 번은, 무르익은 밀밭에서
한 번은, 텅 빈 수도원에서
그리고 한 번은 돼지우리 속에서
여섯 아기가 울어도 시원치 않아 :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네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때면
너의 적에게 일곱 명을 내보여라
한 명은, 일요일에 일을 쉬고
한 명은, 월요일에 일을 시작하고
한 명은, 돈을 안 받고 가르치고
한 명은, 익사하면서 수영을 배웠고
한 명은, 숲을 이룰 씨앗이 되고
한 명은, 원시의 조상들이 보호해 주는 사람
그러나 그들 모두의 책략도 충분치 않아 :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네가 어떤 여자 하나를 찾고 싶거든
일곱 남자를 보내어 찾게 하라
한 명은, 말만 듣고 자기 마음을 내주는 자
한 명은, 제 몸조심만 하는 자
한 명은, 몽상가를 자칭하는 자
한 명은, 치마 밑으로 그 여자를 만질 수 있는 자
한 명은, 단추와 여밈고리에 환한 자
한 명은, 그녀의 비단수건을 밟는 자 :
그들이 그녀 주위에서 파리떼처럼 윙윙거리게 하라
그리고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네가 글을 쓰고 또 그럴 힘이 있다면
일곱 명이 너의 시를 쓰게 하라
한 명은, 대리석 마을을 건설하는 사람
한 명은, 자면서 태어난 사람
한 명은, 하늘의 해도(海圖)를 그리고 외고 있는 사람
한 명은, 글로 이름이 불리는 사람
한 명은, 자기 영혼을 완전케 한 사람
한 명은, 산 쥐들을 해부하는 사람
둘은 용감하고 넷은 현명하지만 :
너의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이 씌어진 대로 되면
너는 일곱 명을 위해 죽어야 한다
한 명은, 요람에서 젖을 빠는 자
한 명은, 단단한 어린 젖가슴을 움켜쥐는 자
한 명은, 빈 접시들을 내던지는 자
한 명은, 가난한 자들의 승리를 돕는 자
한 명은,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일을 하는 자
한 명은, 달만 마냥 바라보는 자
온 세상이 너의 묘비석이 되리니 :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출처 * 제7의 인간(눈빛출판사, 번역: 차미례)
** 「일곱 번째 사람」은 요제프가 1932년에 발표한 시로 존 버거(John berger)의 이주 노동자 에세이 『제7의 인간』에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 비트 세대의 지도적인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는 「일곱 번째 사람」을 애송시로 꼽을 정도로 요제프에게 큰 애정을 나타냈다. 심보선 시인은 「일곱 번째 사람」이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을 담고 있는 시라고 말한다. 일곱 번째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자 가능성으로 충만한 삶의
주인공이며, 오늘의 일곱 번째 사람은 바로 내일의 첫 번째 사람”인 것이다. (아티초크 출판사 서평 中)
사진가.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건축, 인간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왔다. 1998년 『POAR』가 꼽은 ‘11인의 주목받은 건축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 2: 봉인된 시간』 외 『셧 클락 건축을 품다』 등이 있고, 2003년 한미문화예술재단에서 주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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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人文)은 ‘인간다움’을 추구한다
함돈균
생각의 1°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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