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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열아홉 살
문학 음악 영화

나는 언제나 열아홉 살!

- 당신은 어떤‘가요’ -윤시내, 이미자, 조애희 등이 부른 열아홉의 노래들

by 박상률 / 2021.05.31

당신은 어떤‘가요’는? 누구에게나 살면서 기쁘고 즐겁고 놀라고 슬프고 우울했을 때, 혹은 무심코 한 시절 건너가고 있을 때 가슴 한구석 갑자기 훅 들어와 자리 잡았던 노래 한 곡 있었을 터. 인생의 어느 순간에 우연히 만났지만 참 특별했던 자신만의 노래에 얽힌 추억과 이야기를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고자 한다.


청소년은 그런 존재이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그런 것 모르고, 그런 말만 들어도 겁이 나고 얼굴이 뜨거워지고, 들어보긴 했지만 가슴이 떨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런 걸 했다간 엄마가 화낼 거라 생각하지만, 사랑이란 소리가 싫지는 않단다! 아, 그런데 그들은 열아홉 살이다. 이 노래에 청소년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열아홉 살, 청소년 취급당하고 어른 대접 못 받는



열아홉 살

열아홉 살짜리들은 어른 대접을 받기는커녕



우리 가요에는 열아홉 순정이니 어쩌니 하며 열아홉 살을 찬양(?)한 노래가 많다. 하지만 열아홉 살짜리를 두고 제대로 어른 대접을 하지는 않는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스무 살이 되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지만……) 열아홉 살짜리들은 어른 대접을 받기는커녕 오나가나 어린이나 청소년 취급을 ‘당한다’.


나는 누가 나이를 물을라치면 열아홉 살이라고 대답한다. 환갑, 진갑 다 지난 사람이 열아홉 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맞는 이유는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가 13살에서 18살로 일컬어지는, 일반적으로 1318이라 하는 청소년 시기와 가장 가까워서이다. 이제 막 청소년 티를 벗은 어른. 아니, 아직 청소년티가 나는 어른. 그게 열아홉 살이다. 열아홉 살은 열여덟 살 다음에 오니까…….


청소년 문학을 하는 어른은 육체적으로 청소년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청소년과 가장 가까운 나이대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열아홉 살이 좋다! 늘 위태위태하지만 세상 모든 어른들이 거친 나이, 열아홉!



청소년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노래



가수 윤시내 (이미지 출처: EBS)

가수 윤시내 (이미지 출처: EBS)



난 그런 거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괜히 겁이 나네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난 정말 몰라요 들어보긴 했어요

가슴이 떨려오네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난 지금 어려요 열아홉 살인걸요

화장도 할 줄 몰라요 사랑이란 처음이어요

웬일인지 몰라요 가까이 오지 말아요

떨어져 얘기해요 얼굴이 뜨거워져요


난 지금 어려요 열아홉 살인걸요

화장도 할 줄 몰라요 사랑이란 처음이어요

엄마가 화낼 거예요 하지만 듣고 싶네요

사랑이란 그 말이 싫지만은 않네요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 이장희 작사/작곡, 윤시내 노래



노랫말과 같이 청소년은 그런 존재이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그런 것 모르고, 그런 말만 들어도 겁이 나고 얼굴이 뜨거워지고, 들어보긴 했지만 가슴이 떨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런 걸 했다간 엄마가 화낼 거라 생각하지만, 사랑이란 소리가 싫지는 않단다! 아, 그런데 그들은 열아홉 살이다. 이 노래에 청소년 문학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영화 <별들의 고향> 홍보 포스터(좌), 원작자 최인호 소설가(우)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부산일보)

영화 <별들의 고향> 홍보 포스터(좌), 원작자 최인호 소설가(우)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부산일보)



물론 이 노래를 작사한 사람은 청소년 문학 따위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인호의 소설 『별들의 고향』을 원작으로 하여 1974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었다. 이 노래 역시 여느 가요와 비슷하게 사랑 타령을 했을 뿐 청소년 문학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를 비롯하여 좋은 문학 작품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신문 연재소설을 바탕으로 한, 상업 영화의 주제가였지만 청소년 문학을 하는 작가 자리에서 보면 청소년 문학을 할 때 의식하는 많은 것들이 노래 안에 들어있다. 인제 와서 새삼 옛 가요가 다른 느낌이 왜 드는 걸까? 그건, 예전엔 몰랐지만 청소년이 처한 모습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열여섯 춘향과 몽룡은 어른처럼 놀았는데 지금은……



영화 <춘향전> 속 춘향과 몽룡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춘향전> 속 춘향과 몽룡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조선 시대의 판소리 ‘춘향전’에서 춘향과 몽룡은 열아홉 살보다 더 어린 나이인 열여섯 살 때에도 어른처럼 놀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학생 나이인 열여섯 살에 그렇게 놀면 안 된다. 세상이 앞으로 나아간 것 같지만 어쩌면 조선 시대보다 더 뒤로 물러났는지도 모른다. 지금 중학생 나이는 어른도 아니고 어린아이도 아니다. 그냥 청소년일 뿐이다. 그러나 청소년이라고 어른의 삶에서 자유로울까? 또 어린아이티를 완전히 벗어났을까?


노래에선 사랑을 가지고 얘기했지만, 사랑 아닌 다른 것을 두고 볼 때도 어른들의 삶에서 청소년들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사랑이란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정작 사랑했다간 엄마가 화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들.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은 어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일까?


글머리에서, 우리 가요를 보면 열아홉 순정이니 어쩌니 하며 열아홉 살을 찬양(?)한 노래가 많다, 고 했다. 엘레지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가히 국민 가수라 할 만한 이미자의 데뷔곡인 <열아홉 순정>을 보자.



울렁대는 가슴 못 숨기는 풋풋한 나이



가수 이미자 <열아홉 순정>이 수록된 ‘전집 Vol.1’ 앨범 (이미지 출처: YES24)

가수 이미자의 <열아홉 순정>이 수록된 ‘전집 Vol.1’ 앨범 (이미지 출처: YES24)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 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


세상의 그 누구도 다 모르게

내 가슴속에만 숨어있는

음~ 내 가슴에 음~ 숨어있는

장미꽃보다 더 붉은

열아홉 순정이래요


바람이 스쳐도 울렁

버들이 피어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 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


그대의 속삭임을 내 가슴에

가만히 남몰래 담아보는

음~ 내 가슴에 음~ 담아보는

진줏빛보다 더 고운

열아홉 순정이래요


<열아홉 순정> 반야월 작사, 나화랑 작곡, 이미자 노래



<열아홉 순정>은 1959년에 발표되었다. 2021년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62년 전에 나온 노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열아홉은 ‘풋풋한’ 나이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기만 하여도 울렁거리고 생각만 하여도 울렁거린다. 자신의 가슴속에 숨어있는 순정은 장미꽃보다 더 붉단다. 그런 가슴에 ‘그대’의 속삭임을 가만히 남몰래 담아본다. 하여튼 그렇게 할 수 있는 나이 열아홉 살. 그래서 나는 늘 열아홉 살이라 우긴다. 열아홉 살은 열여덟 살의 다음이다. 청소년 문학의 독자는 열세 살에서 열여덟 살을 상정한다. 청소년 소설을 쓰는 나는 그래서 막 청소년을 지난 열아홉 살! 열아홉 살은 1318의 청소년만큼, 예나 지금이나 풋풋하다.



조애희 ORGINAL HIT SONGS 가수 조애희 <내 이름은 소녀>가 수록된 ‘조애희’ 앨범 (이미지 출처: 지니뮤직)

가수 조애희의 <내 이름은 소녀>가 수록된 앨범 (이미지 출처: 지니뮤직)



내 이름은 소녀 꿈도 많고

내 이름은 소녀 말도 많지요

거울 앞에 앉아서 물어보면은

어제보다 요만큼 예뻐졌다고

내 이름은 소녀 꽃송이같이

곱게 피면은 엄마 되겠지


내 이름은 소녀 눈물도 많고

내 이름은 소녀 샘도 많지요

거리마다 쌍쌍이 걸어가면은

내 그림자 깨워서 짝을 지우고

내 이름은 소녀 꽃송이같이

곱게 피면은 엄마 되겠지 아


<내 이름은 소녀> 하중희 작사, 김인배 작곡, 조애희 노래



어른 여자들은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절을 ‘소녀 시절’이었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소녀를 소년이라 바꾸면 남자 어른들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굳이 남녀를 따질 까닭이 없다. 그 나이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마음은 남녀불문하고 위 노랫말에 다 있다.



기성세대 사고에 균열, 스스로를 위한 면역 체계도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청소년을 억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억압은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사고를 불가능하게 한다. 명령하는 자와 명령을 이행하는 자만 존재한다. 나아가 개인의 상상력은커녕 사회 전체적으로도 숨이 막혀 개인은 물론 사회도 죽게 한다.


젊은이의 특권은 기성세대에 쉽게 편입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게 더 편한 소녀 소년도 있으리라. 그런 소녀 소년들은 어찌 보면 스스로 사는 게 아니라 사육되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고, 눈높이에 맞는 재주를 보여줌으로써 어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리라. 그런 소녀 소년일수록 사육장을 벗어나면 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자연스러움에 대한, 자신의 본성에 대한 항체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을 제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맞는 면역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스스로를 건강하게 해주는 면역이 무엇일까? 눈 감고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꿈만 꾸며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는 걸까? 아닐 것이다. 꿈을 깨고 나와 현실을 정면으로 보듬어 안고서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사고와 사회 전체의 분위기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처음엔 기성세대로 이루어진 사회가 그 균열을 못 견뎌할 것이다. 그러나 그 틈은 점점 커져 나중엔 대세가 될 것이다. 1318 청춘들은 대세가 된 그 틈을 지키고 받치며 버텨 나아갈 세대이다. 그런데도 나중엔 스스로 또 기성세대가 되고 만다. ‘나 클 땐 말이야…….’ 이런 소리 지껄이지 않으려면 올챙이 시절을 까먹지 않는 개구리가 되어야 한다.



청소년(靑少年)이라는 말은 성별과 관계없어



청소년

청소년(靑少年)이라는 말은 성별과 관계없어



그런데, 소녀라는 말은 있지만 ‘청소녀’라는 말은 없다. 이는 ‘청소년’이라는 말속에 이미 남자 청춘 여자 청춘이 다 들어있어서이다. ‘年’ 자는 ‘생애 중 어떤 연령의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지 남성을 대표하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유년(幼年)은 있어도 유녀는 없고, 청소년(靑少年)은 있어도 청소녀는 없으며, 청년(靑年)은 있어도 청녀는 없으며, 중년(中年)은 있어도 중녀는 없으며, 장년(壯年)은 있어도 장녀는 없으며, 노년(老年)은 있어도 노녀는 없다.


‘소년’이라는 말을 ‘소녀’라는 말의 상대어로 곧잘 쓰나 ‘소년’이라는 말은 이미 ‘소녀’를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년’이라는 말 가운데 한자어 ‘년(年)’자를 ‘남성’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는 성싶다. 그런데 옛 한자 자전은 물론 현대 중국어 사전 어디에도 ‘年’ 자에 남성의 뜻은 올라 있지 않다. ‘年’ 자는 한 해, 두 해 할 때 쓰는 말이라 하거나, 나이를 세는 말을 대표적인 뜻으로 올려놓았다. 좀 자세한 사전엔 ‘생애 중 어떤 연령의 기간’을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해놓았을 뿐이다.



[당신은 어떤'가요'] 나는 언제나 열아홉 살!

[당신은 어떤'가요] 열여섯 살은 아주 오래전에 지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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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박상률
시인, 청소년 문학가
사람보다 개가 더 유명한 진도에서 ‘58년 개띠’ 해에 태어나 자랐으며,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진도아리랑』, 소설 『봄바람』, 동화 『미리 쓰는 방학 일기』, 희곡집 『개님전』등을 펴냈습니다. 2018년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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