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문학 글쓰기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박상

박상 장편소설 『예테보리 쌍쌍바』 중에서

by 박상 / 2021.02.05

인문깜짝퀴즈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인문학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인문 도서 내용을 토대로 출제합니다. 퀴즈는  객관식 1문항, 주관식 1문항으로 이루어집니다. ‘깜짝’ 퀴즈답게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에 출제될 법한 정형화된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퀴즈를 선보입니다. 특히 객관식 퀴즈는 질문과 보기, 결정적 힌트만 찬찬히 읽어보면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도 답이 훤히 보여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응답자 맞춤형’ 인문 퀴즈입니다. 매회 출제마다 출제자가 직접 응답자 세 명을 선정, 소개된 책과 소정의 사례품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박상 장편소설 『예테보리 쌍쌍바』 중에서




 

ㅇ 출 제 자 : 소설가 박상

ㅇ 응모기간 : 2021년 2월 5일(금) ~ 2021년 3월 7일(일)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참여

ㅇ 당첨자 발표 : 2021년 3월 10일(수) 예정



 


예테보리 쌍쌍바 이미지 출처 알라딘

박상 장편소설 『예테보리 쌍쌍바』(이미지 출처 : 알라딘)



1. 제가 소개할 소설은 꽤 오래전 출간했던(아이 깜짝이야 7년 전이라니) 제 장편소설입니다. 웃기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던 시절에 쓴 소설이라 다시 읽어보니 상당히 겸연쩍은데요, 대략의 줄거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주인공 이원식은 수능시험을 치러가다 낙뢰를 목격합니다. 눈앞의 가로수가 불타는 걸 보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걸 깨닫고, 수능시험을 때려치웁니다. 원하는 대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는 수능성적 같은 보편적인 것 말고 좀 유구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처음에 그는 세차원이 되어 스포츠 경기의 아름다운 기록처럼 세차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차 한 대 닦는 데 걸리는 마의 5분 벽을 깨고, 그다음엔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종목을 바꿔 주류도매상에서 술 빨리 나르기, 도서 총판에서 책 빨리 싸기 등 새로운 직종에서 아름다운 기록을 만들며 선수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나 재능 있는 신인에게 지고, 선수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져 경쟁에서 자꾸만 뒤처지다 못해, 그의 신기록들을 도와준 신비한 에너지 폭발 현상인 ‘스뽀오츠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지요. 그는 하염없이 방황하다 어느 날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설거지 선수로 재기하게 되고 스뽀오츠 정신을 되찾고, 아름다운 설거지 속도 기록을 남기며 끝납니다.



황당한 소설입니다만 되게 재미있습니다. 서사보다는 문장의 개성과 낯선 이미지에 집중하며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개그맨도 아닌 소설가가 왜 웃기려고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는 인생의 비애에 지기 싫어서라고 대답했는데 지금 생각은 좀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지식과 지혜를 가진 고등 생명체잖아요. 그런데 고작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물질들이나 죽어라 만들어 내면서 서로를 죽이고 환멸을 느끼며 살아가죠.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쟤네 왜 저러니, 바보들인가?’ 할 만큼 매우 웃길 것 같습니다. 이런 허무 속에선 소설을 웃기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죠. 그런데 인간이 이러는 건 우주라는 유머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주 자체가 그냥 거대한 유머 아닐까 싶어요. 저 미친 듯이 광대한 시공간이 도대체 웃기려는 게 아니라면 왜 존재하는 건지 모르겠거든요. 제가 쓴 문장들이 웃기는 데 성공한 적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아주 웃깁니다. 한국문학의 기저 또한 너무 엄숙하게만 흘러가는 게 안 웃겨서 우주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만 같습니다만, 이런 쓸데없는 소설 소개는 이쯤 하고 깜짝 퀴즈를 위해 소설 본문에서 몇 문장을 옮겨보겠습니다.



― 이원식 씨는 스포츠가 아니라 스뽀—오츠 하고, 가운데 발음을 특이하게 늘렸다. 일반적인 ‘스포츠 정신’과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발음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 스뽀―오츠 정신은 꼬꼬마 딱지치기 단계였다. 쓰고 싶을 때마다 백 퍼센트 발동되진 않았다.


― 세차 기계를 통과해 나온 차들은 물방울이 더덕더덕 붙어 있고 굴곡진 부분은 세차 솔이 전혀 닿지 않아 시커먼 때가 남아 있었다. 내 눈엔 ‘세차’의 ‘세’ 자를 반쯤 발음하려다 입에 호빵을 처넣어버린 것 같은 상태로 보였다. 그건 세차 경기의 아름다움을 모독하는 것에 가까웠다.


― 이것이 내가 잠깐 몸담았던 세차 선수 생활의 은퇴 직전 장면이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병원에 있었고 곧이어 인대가 엿처럼 늘어나 버려 팔을 힘 있게 휘두르는 동작 같은 건 앞으로 할 수 없다는 의사의 엿 같은 진단을 받아들고 깁스를 한 채였다.


― 배달을 다녀온 나를 사장이 질책했다. 그는 내가 일하는 ‘중화요리 이소룡’의 경영자이자 존경하는 배달 선배 전광석 씨였다. 주문 전화를 끊자마자 벨 누르는 소리가 나더라는 일화를 만든 레전드급 선수였다. 내게는 ‘전꼰대’로 불리지만 한때 별명이 ‘학동 테제베’였던 남자다. 그는 나를 어여삐 여겨 배달의 궁극기들을 무상으로 전수해줬다. ‘말죽거리 날벼락’이란 내 별명도 그의 아류로 생성된 조어였다.


― “세상 사람 모두 잘 견디고 있는 걸 왜 너만 못 참는다고 난리야?”

    “그래도 어딘가 더 좋은 일자리가 있지 않을까요?”

    “어딜 가든 마찬가지야. 월급을 탄다는 건 모멸감을 견디는 거다.”

 


●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객관식 문제입니다. 보기 중 제가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지 않은 문장이 딱 하나 끼어 있는데요, 5개 중에 골라잡아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보기가 안 웃길 수도 있겠지만 퀴즈는 어려워야 제맛 아닙니까.)


1) 스뽀-오츠

2) 세차의 ‘세’ 자를 반쯤 발음하려다 입에 호빵을

3) 엿처럼 늘어나 버렸다는 의사의 엿 같은 진단

4) 학동 떼제베 전광석 씨

5) 월급을 탄다는 건 모멸감을 견디는 거다.


*결정적 힌트 : 콧김을, 나노 단위로라도 ‘피식’했으면 그것은 답이 아닙니다. 참 쉽죠?



● 다음은 주관식 퀴즈입니다.



“세상 사람 모두 잘 견디고 있는 걸 왜 너만 못 참는다고 난리야?”

“그래도 어딘가 더 좋은 일자리가 있지 않을까요?”

“어딜 가든 마찬가지야. 월급을 탄다는 건 모멸감을 견디는 거다.”



주인공은 왜 월급과 모멸감을 맞바꿔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 역시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를 평등하게 교환 받는 곳이 정상적인 일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곳은 많지 않기보단 거의 없었죠. 그래서 다른 분들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여러분께서 돈 버는 현장에서 느낀 부조리 중에서 갑질이든 을질이든 병질이든 가장 안 웃겼던 것 하나만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예)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면 희한하게도 배가 살살 아픈데 근무 시간에 똥 싸러 가면 월급도둑이라고 비난받습니다.

-상사(혹은 갑)가 금요일 오후 5시 50분에 업무 지시를 하면서 월요일까지 제출하라고 합니다.

-신입 직원이 헤매고 있어서 요령을 알려줬더니 간섭하지 말라며 대듭니다.


등등 안 웃기기만 하면 됩니다.


 

*댓글 작성 시 휴대전화번호 끝 두자리를 함께 작성해주세요.

퀴즈 퀴즈이벤트 이벤트 이벤트진행 이벤트참여 인문깜짝퀴즈 인문학이벤트 문제이벤트 이벤트진행중 경품이벤트 박상 박상소설 예테보리쌍쌍바 소설추천 책추천 장편소설 베스트셀러 추천도서 인문 인문학 인문360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박상
박상
소설가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운 좋게 얻어걸렸다. 그 뒤로는 되는 일이 없다. 그 와중에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폼』, 장편소설 『말이 되냐』, 『15번 진짜 안 와』, 『예테보리 쌍쌍바』 등을 출간했으나 지속적이면서도 지나칠만큼 무명인 작가로 유명하다. 돈 없어 알바 뛰느라 집필 커리어가 7년 간 단절 됐다가 카드빚내서 쓴 대망의 복귀작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공공누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유한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박상'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댓글 (7)

  • 5번, 옛날에 다니던 회사에서 '회사에서 주는 돈에는 상사 술 시중 값도 포함되어 있는거야' 라고 했던 것이 몇 년이 흘러도 기억에 남네요.. ㅎㅎ 정말 재미없죠? (휴대폰 뒷자리 : 59)

    김채린 2021.02.07

  • 5) 월급을 탄다는 건 모멸감을 견디는 거다. / 방송국 비정규직 조연출로 일할 때 '여자라서 약한 척하지 말라'고 '조연출엔 남자 여자 없다'라고 하던 선배^^ 촬영 가서 주민과 갈등 생기니까 '여자니까 니가 가서 애교 좀 부려봐'라고 한 거 생각나네요. 하하하하하.

    고은지 2021.02.11

  • 5) 월급을 탄다는 건 모멸감을 견디는 거다. / '억울하면 회사 일찍 들어왔어야지, 하하하~' 젊은 꼰대인 동기가 후배직원들에게 했던 말인데요....참...진짜 웃기지도 않았죠. (휴대폰 뒷자리 66)

    김정미 2021.02.19

  • 박상 작가님 팬이에요. 한국 문단에서 젤 웃기신 분! 아니, 어쩜 우주에서? ㅋㅋㅋ 하여간 박상 작가님 퀴즈라서 넘 기쁘고 좋네요. 퀴즈 문제만 봐도 넘너무 웃기네요. 일단 객관식 문제 정답은 5번입니다!

    최우아 2021.02.26

  • 주관식은.. 재벌가에서 태어나 평생 돈 걱정이라곤 한 번도 안 해본 사장이 우리 직원들 앞에서 늘 '너희는 내가 부럽지? 사장님 되고 싶지? 세상에 남의 돈 받는 것처럼 쉬운 일이 없다는 것만 알아둬. 나도 정말 사장 때려치고 직원 되고 싶다. 때 되면 다달이 알아서 월급 주는데 무슨 걱정이 있어?'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회사에 몸 담고 있던 동안 대체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최우아 2021.02.26

  • 5번) 옛날에 다니던 회사에서 사장이 선거 때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 및 정치인들을 미친듯이 선전하면서 직원들 동의를 요구했던 때 제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웃고 있었던 거요. 그때 정말 지독한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ㅜㅠ

    이수민 2021.02.27

  • 정답 - 5 / 제가 일 처리에서 실수를 하긴 했는데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부장이 저에게 '너네 엄마 아빠 뭐하시냐? 너처럼 멍청한 애 낳고 미역국 드셨대?' 했을 때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화 나네요. (휴대폰 뒷자리 -52)

    윤미원 2021.02.28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