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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대중음악에 펼쳐진 묘한 ‘관계들’

[관계]대중음악에 펼쳐진 묘한 ‘관계들’

음악적 성공 뒤의 어긋난 관계

by 임진모 / 2018-02-21

 

가수들에게 무슨 계기로 음악을 하게 됐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외롭고 쓸쓸해서 악기를 만지기 시작했고 노래를 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가요든 팝이든 곡목이나 가사를 봐도 ‘Alone’ ‘Lonely’ 같은 어휘가 많다. 외롭다는 것은 한편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갈망을 전제한다. 물론 고독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범인들은 혼자가 아닌 타자와의 관계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다. 결국 대중가요와 같은 예술은 관계를 상정하고 묘사하며 그것과 더불어 산다. “우리는 권력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권력과 함께 살아간다”라고 한 미셸 푸코의 논증처럼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를 소유하는 것처럼 보여도 따지고 보면 그저 관계 속에 사는 것이다.

파격적인 노래가 낳은 오해
저 옛날 1977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혹한의 신년벽두를 강타한 팝송 ‘두 연인 사이에서(Torn between two lovers)’를 기억할는지. 지금 기준에서는 시시할 수 있지만 당시 일부일처제 윤리가 강고했던 시절에 두 연인 사이에서 번민하는 내용의 노래는 충격적이었다. ‘둘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모든 규범을 깨뜨리는 거죠(Loving both of you is breaking all the rules)’라는 대목의 가사를 베이비붐 세대의 음악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 시절 남녀관계의 도덕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삼각관계에 처하게 된 설정은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 메리 맥그리거의 앨범 ‘Torn between two lovers’메리 맥그리거의 앨범 ‘Torn between two lovers’

게다가 곡의 화자가 남자가 아닌 메리 맥그리거(Mary MacGregor)라는 여자여서 더욱 화제를 일으켰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 연정을 나누는 기혼녀. 하지만 그는 남편 역시 사랑한다. 그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음을 확신한다. 남편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면서 두 연인관계에서 갈등하는 자신을 이해해 달라, 떠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한다.
노래를 부른 메리 맥그리거의 실제는 어떠했을까. 그는 언론을 통해 곡의 주인공은 전혀 자신이 아니며 그 여자에 대해 일말의 동정도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행복한 유부녀였다. 사실 작사 작곡자가 자신을 위해 쓴 곡도 아니었다. 우리가 사랑한 포크그룹 ‘피터 폴 앤 메리’의 피터 야로우가 작곡한 이 곡은 원래 남자가수에게 주려던 노래였다고 한다.
하지만 빅 히트의 파장은 가혹했다. 전미차트 정상에 오르고 골드 레코드 대박을 치면서 사람들은 메리 맥그리거의 실생활과 그 곡을 동일시했다.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사람을 실제로도 나쁜 사람일 것이라고 혼동하지 않던가. 거기에 분주한 공연일정은 끝내 맥그리거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오랫동안 집을 떠나게 되고 당연히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남편은 급기야 메리 맥그리거에게 갈라서자고 청하고 부부는 이혼이라는 날벼락을 맞기에 이른다.
가상의 삼각관계 노래가 잘살고 있던 부부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사례다. 메리 맥그리거만 보더라도 우리는 실은 관계를 좌지우지 못 하며 그저 관계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으며, 우호적 관계가 적대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우리 아닌 관계가 권력 아닐까.

 
  • 비틀스 The Beatles비틀스 The Beatles

위대한 음악적 콤비
관계에 매달려 노예처럼 매사 순종적으로 끌려다니는 사람을 우리는 얼마든지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다. 분명 관계는 잘되면 화학적 융합을 만들어내며 반대의 경우 증오와 분리의 상황을 초래한다. 조금은 ‘모 아니면 도’의 극단이다. 특히 인간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라는 말이 생래적으로 내포하듯 그 관계는 ‘케미’ 아니면 파국이다.
이 둘을 한꺼번에 보여준 관계가 바로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콤비로 통하는 비틀스의 두 영웅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지금도 어떻게 기질적으로 정반대인 두 사람이 만나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들을 연이어 쏟아낼 수 있었을까 의아해한다. 두 사람이 등장한 이후 대중음악계는 너도나도 작사 작곡 노래의 콤비를 엮느라 부산했다.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 더 후의 로저 달트리와 피트 타운센드, 엘튼 존과 버니 토핀, 데이비드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가 그랬다.
청소년 시절 곡을 쓰지 못했던 존 레논은 음악 가정에서 자란 천재 폴 매카트니를 보고 자신도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방법은 폴과 음악공동체를 결성해 관계의 케미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둘은 피땀눈물을 흘려 마치 형제와 같은 환상의 호흡을 일궈내기에 이른다. 둘의 합(合)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세기의 케미’로 평가된다. 곡을 같이 만드는 것은 물론 노래에서도 완벽히 서로 스미고 섞이는 모습을 일궈냈다.
둘의 노래가 어느 정도 잘 어우러졌는가 하면, 비틀스의 명곡 ‘일주일이 8일(Eight days a week)’, ‘당일 여행자(Day tripper)’, ‘페니 레인(Penny lane)’ 등을 들으면 존과 폴의 목소리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죽했으면 미국 언론이 애초 존과 폴을 ‘영국의 에벌리 브라더스’ (미국의 형제 듀엣)라고 했을까. 존은 비틀스의 전성기 때 “폴이 있어야 관계가 완성된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 숫양에 빗대어 존을 야유하는 폴 매카트니의 앨범 표지 / 이에 반박하는 존 레논의 앨범 사진숫양에 빗대어 존을 야유하는 폴 매카트니의 앨범 표지 / 이에 반박하는 존 레논의 앨범 사진

음악적 동지에서 적으로
그런데 1960년대 후반 비틀스의 결속력이 약화하고 둘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존과 폴 사이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두고도 신경전이 치열했다. 결국 1970년 두 사람이 건설한 ‘비틀 제국’은 해체했다. 이제 둘은 존과 폴이 아니라 ‘존과 요코’ 그리고 ‘폴과 린다’로 필생의 짝이 바뀌었다. 이러한 분열은 곧 증오로 이어지면서 감정이 악화됐다. 깨진 뒤 존은 ‘어떻게 자니(How do you sleep)’란 노래에서 ‘네 예쁜 얼굴은 1년 이상 가지 못할 거야. 내 귀에 네 음악은 엘리베이터 배경음악과 같다’며 폴을 향해 노골적으로 악감정을 퍼부었다.
충격을 받은 폴은 존에 대한 야유의 의미로 양의 뿔을 잡는 장면의 앨범 커버를 내놓았다. 그러자 존은 돼지 귀를 잡은 장면을 앨범 뒷면에 삽입해 반격을 가했다. 도저히 세기의 콤비였다고는 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이전투구였다. 둘은 사회관이 전혀 달랐다. ‘참여적인’ 존은 서구사회의 혁명 대열에 나선 신좌파였던 반면 ‘개인적인’ 폴은 별장에서 은둔하듯 지내며 세상일에 등을 돌렸다.
비틀스 해산 전후 10년 넘게 소원한 관계에 있던 둘의 사이는 1980년 존 레논이 피격 사망하면서 생전 공식적인 화해를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끝이 났다. 가장 완벽한 경지였다는 합의 관계가 정반대의 분열로 치달은 것이다. 의식했든 그렇지 않았든 관계는 두 사람을 한때는 동지로, 한때는 적으로 만들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실은 관계가 주체로 군림해 우리를 제 마음대로 휘두른다. 우린 ‘권력’과도 같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2월 관계 임진모 메리 맥그리거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비틀스 콤비 음악적 동지
필자 임진모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겸 방송인. 1986년 대중음악 평론가로 입문한 후 평론, 방송, 라디오,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음악 평론가이자 해설자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평론가가 되었고,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는 음악평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저서로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팝, 경제를 노래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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