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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생태계]생태계와 공존하는 여행의 길
여행

[생태계]생태계와 공존하는 여행의 길

생명과 자연을 생각하는 여행을 꿈꾸다

by 정여울 / 2018.01.30

 

때로는 우리의 여행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행복을 느낄수록 그들은 고통을 느낀다. 바로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타인의 관광 장소가 되어버리는 순간의 복잡한 심경이다. 좀 떴다 싶으면 그 장소는 어느새 관광명소로 탈바꿈해버린다.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에 멋진 풍경을 담느라 바쁜 나머지, ‘이곳에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할 생활공간이 관광명소가 되어버리면 이제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원주민과 멋진 풍경을 포착하려는 여행자 사이에 투쟁이 벌어진다. 밤에도 ‘핫 플레이스’를 순례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면서 주민들은 잠을 설치고, 땅값과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원래의 주민이 이사를 해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 결국 그 장소가 본래 지니고 있던 순수한 매력과 분위기가 사라지기도 한다. 급기야 자연의 오염도 피할 수 없어진다. 제주도에 사는 주민의 수는 백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매년 제주를 오가는 인구는 천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는 동안 쓰레기는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빌라와 아파트를 짓는 건설 붐으로 인해 토양과 지하수는 심각하게 오염됐다. 이렇듯 우리가 관광하는 거의 모든 장소는 거주민들이 본래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던 생태계와 공동체의 안정을 위협받고 있다.

 
  • 호텔 풍경 1
  • 호텔 풍경 2

절약을 통한 자연 친화적 여행의 첫 걸음
경제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 또한 ‘지속가능한 여행’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해마다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좀 더 환경을 생각하고, 원주민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여행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조화를 꿈꾸는 여행의 길은 꼭 어렵지만은 않다. 우선 우리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여행의 첫 번째 핵심은 ‘절약’이다. 나는 여행지의 숙소에서 우선 수건과 휴지를 아껴 쓰려고 노력한다. 여행자들이 보통 하루에 3~4장씩 쓰는 수건을 한 장으로 줄이기만 해도 엄청난 양의 물과 세제를 아낄 수가 있다고 한다. 또한 한 숙소에서 며칠씩 묵는 경우, 침대 위에 ‘시트를 갈지 않아도 된다’는 카드를 올려놓으면 시트를 매일 갈아내느라 쓰는 물과 세제와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수건이나 시트 옆에는 보통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은 카드가 놓여 있다. 수건을 선반이나 가구 위에 올려놓는 것은 ‘이 수건을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시트 위에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자’라는 카드를 그대로 올려놓으면 ‘이 시트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된다. 하루 동안 사용되는 수건이나 시트의 무게와 부피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호텔에서 묵는 여행자들이 이렇게 작은 실천에 한 번만 동참해주어도 엄청난 절약을 할 수 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비누, 샴푸와 린스, 로션, 면봉이나 머리빗 등의 편의용품은 아끼는 것도 훌륭한 환경 친화적 여행이다. 게다가 일회용 편의용품들은 아무리 안에 내용물이 남아 있어도 모두 버려지므로 적게 쓸수록 자연에 이롭다. 일회용품 자체를 아끼는 것이 자연 친화적 여행의 핵심 비결이다. 자신이 평소에 쓰는 샴푸와 린스, 빗 등을 가지고 다니면 호텔에서 제공되는 어메니티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멋진 방법이다. 물이 우리나라처럼 공짜가 아닌 해외의 많은 여행지에서는 텀블러를 휴대하는 것이 좋다. 텀블러를 휴대하여 아침에 음료수를 미리 챙겨 다니면, 여행비도 아끼고 페트병의 사용도 줄이는 훌륭한 환경 친화적 여행을 실천할 수 있다.

 
  • 강 그리고 산 풍경

자연을 대하는 자세
자연 친화적 여행의 두 번째 비결은 ‘배려’다. 즉, 우리가 여행하는 아름다운 장소에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며 오랫동안 공생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해마다 페루의 마추픽추를 찾는 여행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수천 년 동안 끄떡없던 그 신비로운 잉카의 공중도시마저 최근 수십 년 사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마추픽추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유적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있음에도 ‘수많은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 나는 북유럽 여행 중 노르웨이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관점을 듣고 크게 감명받은 적이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그들의 아름다운 피오르와 호수를 비롯한 자연유산을 관광자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다음 세대에 두고두고 물려주어야 할 유산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것보다는 더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성숙한 자연관을 배우고 싶었다. 자연을 우리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까지 보호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것.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가 자연을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를 바꿀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자연을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고, 소중하며, 위대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자연 속에서 경제적 개발가치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찬란함을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토록 아름답고 경이로운 산과 들과 강과 바다를 지켜내는 결정적인 인식의 전환일 것이다.

 
  • slow down 표지판이 있는 시골 풍경

우리는 느리게 걷자
자연 친화적 여행의 세 번째 비결, 그것은 ‘느림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여행하려고 하면 더 많은 비행기를 타게 되고, 더 자주 자동차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목적지를 중심으로 펼치는 여행만을 꿈꾼다면 ‘우리가 그 도시에 갔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정작 그 도시에서 무엇을 배우고, 이해하고, 느끼는지는 뒷전이 되고 만다. 나 또한 처음 유럽여행을 떠날 때는 ‘더 많은 도시를 더 빨리 보고 싶다’는 조바심을 내다가 5개국 11일의 무리한 일정을 짜는 바람에 피곤에 지쳐 멋진 여행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한 도시에서 최소 일주일은 있자’라는 목표로 하루하루 느리게 더 많이 걷고, 탈 것을 줄이는 여행을 하고 있다. 세상은 걸어 다니는 속도와 각도로 볼 때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 도시의 명소만을 급하게 돌아보는 여행보다는 무작정 느릿느릿 걸으며 그 도시가 선물하는 뜻밖의 풍경들을 천천히 호흡하듯 느껴보는 것이 훨씬 멋진 추억으로 남았다. 탈것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더 많이 자기 힘으로 걸을수록 여행이 즐거워질 뿐 아니라 우리 몸도 건강해진다. 아직도 세계에는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수두룩하고, 식량부족과 빈부격차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수질과 토양, 대기의 오염으로 인해 겪는 문제는 전 지구인이 함께 해결해야 할 인류의 숙제가 된지 오래다. 여행과 인생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 그것은 한 잔의 물을 아끼고, 한 장의 비닐봉지를 아끼며, 한 번의 탈 것을 줄이는 작은 실천을 통해 시작될 수 있다. 여행 중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도 지구에 찍히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자연 친화적 여행은 결국 자연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살리는 길이다. 여행을 더욱 알차고 의미 깊은 것으로 만들고 삶을 더욱 아름답게 연주하기 위해, 우리는 내 한 몸의 쾌락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거주민과 후손과 자연환경을 함께 배려하는 성찰적인 여행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1월 생태계 여행 자연 친화적 여행 느린 여행
필자 정여울
정여울
작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저서로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월간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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