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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생태 발자국을 줄이는 건강한 건축

동물원과 정원에서 찾는 자연과의 공존

양용기

2018-01-16

 

생태계의 메시지
1793년 설립된 파리동물원을 시작으로 각 나라에 동물원이 만들어졌다. 동물들이 울타리에 갇혀 사는 것은 인간들에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동물도 인간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연구논문이 쏟아져 나오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1975년 건축가 데이비드 행콕스가 경관 몰입형 기법으로 계획한 시애틀의 우드랜드파크 동물원은 기존 동물원의 구조를 변경하면서 자연환경을 그대로 축소하여 동물들의 터전을 재현했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을 앓고 폐사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동물원 디자이너 존 코는 동물원의 역발상인 ‘언주’(Unzoo)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언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 데빌처럼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로 들어가 생태계를 관찰하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에게 한발 양보한 것일까? 동식물은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이 변화가 한계에 도달하면 멸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한계의 원인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유가 인간에게 있다면 이를 중지해야 한다.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이밍이다. 인간이 자연에 양보한다는 생각은 실로 교만한 자세이다. 소참진드기(살인 진드기)가 숲에 살 수 없어 집먼지진드기로 진화한 것은 생태계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 몰입형 동물원. 시애틀의 Woodland Park Zoo
  •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니아 데빌 UnZoo 시스템
    몰입형 동물원. 시애틀의 Woodland Park Zoo /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니아 데빌 UnZoo 시스템.

자연을 위협하는 생태 발자국
우리는 인간이 자연의 최상위층에 존재한다는 자부심으로 인해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생태계 메시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급속히 팽창했던 산업혁명 이전의 도시는 상대적으로 그 수와 규모가 적었고 자연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제한적이었다. 현재의 도시형태는 최근에 나타난 것인데, 18세기 후반부터 현대 산업이 성장하면서 농촌 사회에서 도시로 엄청난 인구가 유입되어 대도시화가 시작된 것이다. 도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철도였다. 1860년부터 1910년까지 미국에서는 철도의 발명으로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었으며 인간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인간의 생태 발자국(사람이 사용하는 토지 및 자원)이 곳곳에 생겨났다. 이것이 문제였다. 각 생물 간에는 안전한 경계영역이 존재하는데, 인간의 생태 발자국이 영역을 넓힌다는 것은 반대로 다른 동식물의 경계영역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동식물은 좁아지는 영역 안에서 환경에 적응하며 오히려 인간에게 양보하며 변화한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영역 문제가 아니라 공기, 수질, 소음 그리고 토양의 변화였다. 이 요소들에는 경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더 편해지지만 자연은 그만큼 더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폐기물 중 특히 건축폐기물이 자연에 위협적이었다. 처음부터 건축자재가 생태계를 위협했던 것은 아니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회자되는 것으로 ‘미국 식민지 건축’ 양식이 있는데 이것이 초기 전원주택이다. 산업이 점차 발달하면서 식민지 양식은 사라지고 지금과 유사한 건축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1871년에서 1914년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외벽의 두께가 평균 64cm가량 되었다. 그런데 1885년에 다임러 자동차가 ‘폭발기관’이라는 휘발유 내연기관을 완성하여 특허를 신청하면서 휘발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건축물의 중요한 난방원료가 되었다. 건축형태가 변화하면서 외벽의 두께가 30cm 정도로 얇아지고 난방을 위한 휘발유 사용은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만 해도 기름값이 단열재보다 저렴해 단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그러나 1973년 오일파동(Oil crisis)이 일어나면서 단열의 필요성이 생겼고, 단열을 위한 건축재료가 생태계와 상관없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조직인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에서 단열에 관해 토의하게 된다. 이 조직은 천연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등 인류의 위기 타개를 모색, 경고, 조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자연에 문제가 있는 건축재료의 사용을 피하자고 선언한다. 근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발표한 건축의 5원칙 중 하나로 옥상정원이 있다. 옥상정원은 단열 효과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자연으로부터 취한 생태계를 다시 돌려주자는 의미도 가진다. 이 외에도 콜롬비아의 메데인(Medelin)에서는 아파트 벽면에 92m 높이의 수직 정원을 조성한 ‘살아있는 벽’이 등장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발코니에 녹색 스트립 측면을 갖게 된 것이다. 개인 생태 발자국을 줄여가면서 자연에 돌려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옥상정원
  • 콜롬비아 메데인의 수직정원 ‘살아있는 벽’
    옥상정원 / 콜롬비아 메데인의 수직정원 ‘살아있는 벽’

진흙 생태학
이렇게 인간이 생태 발자국을 줄이면서 생태계 일부로서 생존하려면 우리의 환경 및 다른 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문명, 전통, 가치관 및 정책이 변화하더라도 각 도시의 자연환경은 인간 공동체가 구축해야 하는 지속 가능한 견고한 틀로 남아야 한다. 실행 가능하고 건강한 환경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사회적 요인이 있다. 문화적 다양성 및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다문화 리더십의 인정은 건강한 도시 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도시 생태학(Urban Ecology)은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과 도시의 풍경, 도시 환경에 생태학의 원리를 적용하는 생태계 연구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최초의 본능은 진흙을 지키려는 두려움”이라는 대사가 있다. 건축은 최초 재료인 진흙을 지키지 못한 두려움에 생태 발자국을 넓히려고 하지만 건강한 건축 성장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분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메시지는 온갖 생물이 살아가는 진흙이 건조해질 때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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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용기
양용기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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