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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담당자

“반짝이고 애쓰는 사업담당자들 없이는 결코!!”

-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보는 지역문화의 힘과 성공 요인 -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 -

by 정종은 / 2022-04-28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은? 세대 갈등, 남녀 갈등, 빈부격차, 혐오와 차별 등 우리 사회에는 갈등거리들이 지뢰밭 같이 널려있습니다. 개인의 존엄성을 높이면서도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을 방안은 무엇일까요? 파시즘처럼 ‘전체’를 강요하지 않고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동체를 가꾸어갈 방법은 무엇일지요?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인문 석학들이 공동체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혜안을 열어 드립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우수 운영사례들은 단순히 예산을 지출하는 것,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과 참여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모든 지역문화 관련 사업들의 성공은 준비하고 초청하는 사람들, 즉 사업 담당자들에게......



우리동네 도서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구독자 1.57만명 [구독중]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유튜브 메인 페이지(이미지 출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유튜브)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2013년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10년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동 사업은 인문학에 대한 인식 제고와 수요 증대를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도서관협회, 전국 도서관들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 및 개선되어 왔으며, 이를 통해 인문학 진흥을 위한 대표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박물관협회, 전국 박물관들 역시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높은 만족도와 효과성을 보이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활발하게 인문학 진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지역 도서관을 인문학 대중화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도서관을 생활 속 인문학 구현의 현장으로 만들기 위해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전문가들과 주민들이 강연과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문학의 일상화, 생활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한편 ‘책, 현장,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문화의 장(場)’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강연과 탐방 등 여러 프로그램 형식에 독서를 결합함으로써 생동하는 독서문화의 장을 구축하고, 도서관 본연의 목적인 책과 독서 활동을 활성화하여 전국 단위에서 다채롭고 흥미로운 내용과 형식의 문화 콘텐츠 및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바, 전국의 다양한 도서관들을 방문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본 사업이 가지고 있는 힘을 직접 체험하였다. 도서관의 사업 담당자, 인문학 전문가, 참여 주민, 기획 협력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이, 도서관이, 또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어떠한 문화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특히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 변화를 위한 긍정적 에너지를 어떻게 산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들을 바탕으로 인문학, 공동체, 지역문화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사례 1) 2018년 강동구립 천호도서관: ‘육아(育我)’ 도전 ‘주부’들이 빚어낸 환상적인 울림

육아는 육아다 발표회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제공)

육아는 육아다 발표회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제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문화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등 문체부 산하기관의 다양한 현장 평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얻게 된 가장 중요한 교훈을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사업 담당자의 열정과 헌신이 있으면 사업 성공이 적어도 80%는 보장된다는 사실이다. 2018년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천호도서관은 이를 실증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된다. 천호도서관을 방문한 날은 2018년 11월 3일 토요일이었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 과정에 대한 영상 상영, 소감 발표, 자신들이 쓴 작품 낭독 등으로 이루어진 출판기념회가 진행되었는바, 참관을 위해 현장에 있던 필자 역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훔치며 감동적인 시간을 경험했다.


강동구립 천호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육아 특화 도서관으로 출발한 천호도서관의 정체성에 걸맞게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들은 각자 자신의 막막한 육아 상황을 공유한 후,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고 이를 글쓰기로 풀어내었고, 향후 재참여 의사율 및 주변 추천 의사도 매우 높았다. 특화된 주제를 가지고 도서관 전체의 방향성을 구현하면서 참여자들에게 인문학적 성찰을 자극하는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발표회의 경우, 강동톡페스티벌의 일부로 진행됐는데 매우 공식적인 분위기에서 주부들이 자신의 작품을 가족, 친구들 앞에서 낭독하고 소감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진 훌륭한 기획이었다. 참여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인터뷰에서는 강사에 대한 만족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도와주는 인문학 강사와 사회학적 관점에서 육아를 객관화해서 살펴볼 수 있게 도와주는 강사의 협업이 잘 이루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육아에 ‘함몰’되어 있던 주부들이 자신의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고 ‘힐링’과 ‘승화’를 경험한 사례가 다수 관찰되었다. 특히 ‘육아’를 주제로 한 글쓰기 과정 자체가 매우 충실하게 이루어지면서 개개인에게 울림을 준 것은 물론, 저자들의 변화를 가족들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천호도서관 사업 담당자는 (단지 준비 작업에 머물지 않고) 모든 모임에 구성원으로서 빠짐없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반영한 글쓰기 작업을 통해 작품집에 자신의 글도 게재하였다. 발표회 사회도 해당 담당자가 맡았는데, 모임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활한 진행과 함께 수강생뿐 아니라 모임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도서관의 마음이 일반 청중들에게 잘 전달되었다. 담당자의 열의와 헌신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고, 효과를 낳게 마련이다.



사례 2) 2020 푸른들 청소년도서관: ‘학교 밖 청소년’ 응원 ‘북튜버 프로젝트’

학교밖 청소년 북튜버 실습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제공)

학교밖 청소년 북튜버 실습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제공)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푸른들 청소년도서관 역시 도서관 사업 담당자들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중간중간마다 그들을 응원해 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여러 제약이 있기는 했지만, 「청소년! 학교 밖 도서관에서 꿈을 찾다: 꿈을 담은 1인 1책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유튜브에 담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푸른들 청소년도서관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북튜버’ 실습을 위해 충분한 공간과 장비를 준비하였고, 본인 스스로 작가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노련한 강사 선생님들을 여럿 섭외하여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달하고 실습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여러 가지 가정적,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벗어난 친구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꿈 드림 센터’와 협업하여 기획 및 진행을 하였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프로그램이 구성되고 운용될 수 있었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대면 강의 병행이, 자신들의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상처와 회복이라는 주제에 직면하여 글쓰기를 진행하는 데 제약이 되었다는 점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애초 계획한 일인 일책 쓰기로 나아가지는 못했고, 여러 친구들의 짧은 글을 모아서 하나의 책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이 축소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강사의 역량이 매우 잘 발휘되면서,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 속에서 지속적인 실습과 피드백, 반성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평가 당일에도 학생들의 작은 변화들이 실제로 확인되었다.


천호도서관과 마찬가지로 푸른들 청소년도서관 역시 ‘청소년 도서관’이라는 정체성 및 특성을 프로그램에 녹였다는 점, 담당자들이 모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참여자들과의 스킨십을 긴밀하게 유지하였다는 점, 이를 통해서 기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각자 말 못 할 사연들이 있고, 이를 통해 자못 어두워 보이기도 하는 친구들이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면서 조금씩 창작자로서의 경험을 쌓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자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었다.



사례 3) 2021 남원 어린이청소년도서관: ‘치유 글쓰기’를 기반 다층적 소통 프로그램

글쓰기 발표 후 토크콘서트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제공)

글쓰기 발표 후 토크콘서트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제공)



2021년 8월 방문한 남원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치유 글쓰기’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회차별로 매우 다채로운 프로그램(신화 강의, 퀴즈, 글쓰기 발표, 발표 후 토크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매번 다양한 활동들이 전문적으로 준비되고 실행되었던 까닭인지, 참여자의 숫자도 많았고 어린이, 청년, 중년, 노년 등 참여자의 구성이 고른 점도 인상적이었다.


남원시가 야심 차게 신설한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원형극장형 공간은 마치 미니 콜로세움처럼 신화에 대한 강연을 듣기에 적절했으며, 자신의 ‘치유’ 글쓰기를 발표하고 공감하고 토론하는 데도 잘 어울렸다. 신화 강의와 이에 대한 퀴즈가 1부 프로그램이라면, 자신이 쓴 글쓰기 결과물을 참여자들 앞에서 발표하고 그에 관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이 2부 프로그램이었는데, 1부와 2부 모두 일방적이지 않고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인문학적 성찰을 위한 고민이 느껴졌다. 필자가 방문한 날 진행된 치유 글쓰기 발표와 토크 콘서트는 ‘어머니의 죽음’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는데, 밝히기 어려운 자신의 개인사를 용기 내 에세이로 써내고 이를 담담하면서도 숙연한 방식으로 ‘발표’하고 ‘토크’를 나누는 것은 여전히 기억에서 지우기 어려운 생생한 장면이었다.


남원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대해 상당히 밀도 있고 강도 높은 경험을 목표치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자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강사 및 도서관 담당자들과도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쓰기 중심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회차별 강연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SNS를 통해 축적 및 공유하고, 이를 발전시켜 발표하는 형식 역시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좋은 접근이었다.



예산 확보와 지출, 그럴듯한 프로그램 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살펴본 세 사례는 문체부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과 관련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수상했던 사례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지역문화 진흥 정책 및 관련 사업들이 지역사회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 및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가 필요하며, 어떠한 요인들이 요구되는지 잘 보여준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을 위해서 본고는 정부의 지역문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정부와 국회가 ‘필요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전달 체계’를 통해 정확히 실행하는 것은 공동체 회복, 인문학 활성화, 지역문화 진흥 등을 위한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우수 운영사례들은 단순히 예산을 지출하는 것, 단순히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과 참여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모든 지역문화 관련 사업들의 성공은 준비하고 초청하는 사람들, 즉 사업 담당자들에게 달려있다. 그들이 과연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면서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이 핵심적인 질문이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 역시 뻔하고 흔한 강의를 듣고, 질문 한 번 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처럼 필수적인 인문학적 관점의 공유와 이를 적용한 함께 읽기, 함께 쓰기의 실험, 이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현장에서의 역동적인 치유와 변화 등이 확인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나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 중인 담당자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이 땅의 모든 반짝거리는 행정 인력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 “반짝이고 애쓰는 사업담당자들 없이는 결코!!”

- 지난 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 공동체를 살려 내는 인문학적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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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은 상지대학교 교수
정종은

상지대학교 교수
학부에서 미학과 종교학을, 석사과정에서 사회미학과 미디어경영학을, 박사과정에서는 문화산업 정책을 전공했다. ㈜메타기획컨설팅의 부소장을 역임했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 장애인정책 조정위원, 문화도시 컨설턴트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자체평가위원, 정부미술품 운영위원, 문화영향평가 전문위원, 박물관 길위의 인문학 운영위원,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평가위원, 한국예술경영학회 연구기획위원장, 원주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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