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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영화 철학 심리

“정신질환, 분리와 배제 말고 사회적 연대, 공생이 답!!”

- 철학자, 영화(드라마)에 빠지다 - - 위 캔 두 댓!(We Can Do That, 2008)과 백재중 著 『여기 우리가 있다』

by 신승철 / 2020.11.17

[철학자, 영화(드라마)에 빠지다] “정신질환, 분리와 배제 말고 사회적 연대, 공생이 답!!”

[철학자, 영화(드라마)에 빠지다] <매트릭스>, 데카르트의 전지전능한 악마 사고실험을 영화로!!

 


철학자, 영화(드라마)에 빠지다는?

 


은 단서와 특이점은 곧 발견된다. 마룻바닥을 까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정신질환자들의 특이성은 곧 ‘협동조합 180’이 일과 활동 전반을 재편하고 하나의 사업체로서의 면모를 갖게 만든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가 가진 역량에 따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결국 활력과 생명 에너지를 북돋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누구든 1인 1표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민주적 질서가 자리잡은 협동조합은 정신질환자들의 자율성을 더욱 배가시키는... ...

 

 

바살리아 법, “정신질환은 자유가 곧 치료!!"

 

 

위캔두댓 영화 포스터

▲ 영화 <위 캔 두 댓!> 홍보 포스터



이 영화는 1983년 시점에서 이탈리아에서는 바살리아법(편집자주: 1978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전국의 공공 정신병원을 폐쇄하도록 했음.) 이 통과된 이후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바살리아 법에 따라 폐쇄병동은 사라지게 되고 정신질환자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위 캔 두 댓》이라는 영화는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프랑코 바살리아(Franco Basaglia)의 철학인 ‘자유가 곧 치료’라는 선언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취지 역시도 설명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넬로라는 급진주의자는 분명 바살리아의 정신을 잘 체현하고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래 소속이었으나 법 때문에 해체된 정신병원 대신 기력저하와 의기소침, 절망감 등을 느끼고 있던 ‘안티카 협동조합 180’은 물리적인 구속복 대신 화학적 구속복인 약물에 의존하여 개인적 소외와 더불어 사회적 소외를 함께 겪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격리되고 분리된 삶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현장이다. 



정신질환자의 역량 발견, 사회성 제고라는 과제

 


영화 위캔두댓 스틸 이미지

▲ 영화 <위 캔 두 댓!> 스틸컷(이미지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다. ‘협동조합 180’의 매니저인 넬로가 마치 촉매제이자 판 까는 자처럼 이들의 삶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와 일거리를 만들고 사건을 만든다. 모든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배제와 격리지대에서 살아가던 정신질환자의 사회성은 바닥이며, 모든 일은 엉망진창이고 뒤죽박죽이다. 해도 안 된다는 기력저하의 상황, 의지조차도 퍼 올릴 수 없는 협착(狹窄)의 상황이 그들 앞에 기다린다. 


정신질환자들을 지역사회가 온전히 책임지기 위해서는 이들의 심리상황만이 아니라, 일과 활동, 삶의 방식 전반에 대한 전환점이 필요하다. 작은 단서와 특이점은 곧 발견된다. 마룻바닥을 까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정신질환자들의 특이성은 곧 ‘협동조합 180’이 일과 활동 전반을 재편하고 하나의 사업체로서의 면모를 갖게 만든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가 가진 역량에 따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결국 활력과 생명 에너지를 북돋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누구든 1인 1표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는 민주적 질서가 자리잡은 협동조합은 정신질환자들의 자율성을 더욱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실상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유와 처방은 강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성의 신화를 보증하기 위한 분리와 배제 역시도 아니다라는 것. 그것은 정신해방, 무의식 해방을 향한 강렬한 자율성에 대한 열망에 있다. 정신질환의 문제는 그저 질병만의 문제를 떠나 낙인찍기와 사회화학적인 반응을 동반한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을 유폐시키는 제도적인 시도는 바로 베드수를 채워 병원의 재생산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영리활동의 메커니즘이나 정신질환자들을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려는 공공영역의 정상성의 신화를 추구하는 것 등을 통해 나타난다. 결국은 폐쇄병원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는 정신질환자들의 상황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결국 미셀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보선(편집자 주 : ‘바보선’이라는 순례선은 광인을 태우고 항해를 하게 되는데 이 광인의 항해는 엄격한 분리인 동시에 절대적인 항해이다. 종합병원에 갇힌 정신병 환자를 생각해 보면 된다.)이 사회의 주변부와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1인 1표 민주적 질서, 협동조합의 힘을 보여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중 한곳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 중 한 곳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즈)



영화의 주인공 넬로는 개혁가이자 급진주의자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현장에서의 소위 판 짜는 사람이다. 영화 속 넬로가 보여주는 모습은 협동조합을 이끄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한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처럼 더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면 더 큰 권력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라 1인 1표를 행사하는 민주적인 운영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협동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업체인 동시에 결사체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이 가진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이 오래되고 낡고 비효율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나서서 하려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은 윤리와 미학을 선물한다. 그것은 배치의 윤리이자 관계망의 미학이다. 관계망이 성숙되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빈틈이 생기고 나야 일을 하는 사람과 판을 짜는 사람간의 균형과 조화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넬로의 모습이 법을 제안했던 정신과 의사 바살리아의 모습의 현현(顯現)인 것만은 분명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는 『분자혁명』(푸른숲, 1998)에서 바살리아가 만든 민주정신의학협회l'association Psychiatria Democratica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이 새로운 형태의 개입 방식의 출현은 물론 이탈리아의 사회투쟁이 매우 특수한 상황 하에서 발전한 것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실제 아마도 10년 전부터 다수의 이탈리아 노동자는 새로운 문제들을 자각하고, 주거, 교통, 의료 구조 등에 관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 조직을 만들어왔다. 민주정신의학운동은 이미 이러한 문제들을 둘러싸고 노동자조직, 기업위원회, 조합, 좌익정당 등과 직접 접촉할 수 있었고 그 발전에 박차를 가해왔다. (Guattari, 1998: 175) 


사회의 민주화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온전히 책임지는 지역사회에 대한 구성과 계획 등을 가진 혁신가들을 출현시킨다. 이에 따라 제도의 차원에서 혁신을 단행한 바살리아의 배후에는 사회의 민주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가 민주화 되는 과정은 반드시 무의식해방, 욕망해방, 정신해방과 동근원적인 차원을 갖고 있다.



한국사회의 과거, 정신질환자 사회적 거세까지

 


여기 우리가 있다 책 표지

▲ 『여기 우리가 있다』 책표지(이미지 출처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한국의 정신질환자 억압의 미시사는 또 어떠한가? 근대화 이전에 정신질환자들의 존재를 지역사회가 책임지고 농촌 등에서 생산을 함께 했던 시대가 끝나고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자 정신요양원, 기도원 등의 대규모의 민간 격리시설이 탄생했던 한국의 역사는 결국 정신을 옥죄는 구속과 격리의 상황을 민간의 차원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왔던 시설의 역사와 연동된다. 시설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형제복지원이라는 절멸캠프의 기억은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열망을 낳았던 암울한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생학이 만든 절멸캠프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생물학적 거세가 이루어졌던 역사가 한국사회에서 있었다. 이 모든 정신질환자에 대한 억압과 배제의 미시사를 바살리아의 프리즘으로 바라본 책이 백재중님의 『여기 우리가 있다』(2020, 건강미디어협동조합)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신보건센터에 대한 투자와 기금은 열악하기 그지없고 낮 병원 보다 폐쇄병동이 여전히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의 실질적인 생활조건 개선보다는 정신병동에서의 격리를 동반한 치료가 더 우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인 삶을 보장받아야 하는 정신질환자들이 우범자나 잠재적 범죄인과 같은 낙인을 찍힘과 함께 더불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보조와 생활환경 개선이 전혀 없는 사회적 소외의 상황에서 결국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많은 시설들은 부랑아와 노숙인 수용을 목적으로 하지만, 사회에서 정신질환자들을 격리하고 분리하기 위한 배치물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 정신 보건 예산의 집행을 보면 이탈리아는 예산의 80% 이상이 지역사회 정신 보건에 쓰이는데 우리는 80% 이상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신 보건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돌아가느냐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느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예산이 지역사회로 흘러가도록 해야 지역사회 정신 보건이 살아날 수 있음이 확실이다. (백재중, 2020: 228p)



정신해방은 심리가 아닌 사회적 배치, 제도의 변화에서

 


프랑코 바살리아


바살리아는 지역사회의 구성원 – 지역사회사업가, 정신보건종사자, 지역주민, 사회사업가 등 – 이 중심이 되어 하나의 사회적 배치를 형성한 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정신의료시스템을 재편하는 실천을 해왔던 사회개혁가였다. 영화 《위 캔 두 댓!》과 『여기 우리가 있다』라는 책은 사실상 정신보건 영역에서의 개혁조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구조를 선보인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억압의 미시사가 계속 존재하는 한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음을 명백히 의미한다.


우리는 정신해방, 무의식해방이 단지 심리적인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배치의 변화, 제도의 변화,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가 따라야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 정확히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형제, 자매들인 정신질환자들의 인권과 복지의 수준이 열악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가족의 짐으로 남게 되는 문제는 정신질환자나 가족들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책임이자 제도적인 책임의 영역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 분명히 직시하고 대면할 때 우리는 정신질환 치유와 인식에 대한 사회적 성좌와 무의식의 성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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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신승철
철학자
문래동예술촌에서 《철학공방 별난》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ecosophialab.com)을 연구자, 활동가들과 함께 만들어서 기후변화와 생명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탐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생태계의 도표』(2020, 신생), 『모두의 혁명법』(2019, 알렙), 『탄소자본주의』(2019 한살림),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알렙) 등이 있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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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맞는 말씀이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흥미롭네요

    장수현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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