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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ech : 휴식은 의무다

인류의 먼 조상이 ‘온혈’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큰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생대 어느 시점에선가

박재용

2017-08-01

휴식은 의무다


인류의 먼 조상이 ‘온혈’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큰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생대 어느 시점에선가 우리 포유류의 조상은 온혈이 되기로 결심한 듯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공룡을 피해 낮에는 숨고 밤에만 다니던 우리의 조상들은 추운 밤에 재빠른 동작을 취하기 위해, 또는 고온에 취약한 기생충 및 세균과 싸우기 위해 온혈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우리의 조상은 온혈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 많은 먹이를 먹어야 했다. 보통 포유류는 자신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70% 이상을 체온을 유지하는 데 쓴다. 비슷한 크기의 파충류에 비해 3배 혹은 그 이상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한 먹이잡이 활동에 소모되는 것까지 치면 결국 파충류보다 네 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덩치가 커다란 구렁이가 닭 한 마리를 잡아먹고는 한 달 정도를 쉽사리 버티는 모습은, 온혈동물인 우리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광경이다. 온혈을 선택한 순간 우리 포유류는 바쁘게 살도록 운명 지어진 것이다.

 

사자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상위 포식자는 한가롭다. 사자는 하루에 서너 시간 사냥을 하고는 나머지 시간동안 자거나 어슬렁거리며 논다. 일단 먹잇감이 크고, 또 고단백 영양식이라 한번 사냥을 해서 먹으면 최소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여유 있게 쉴 수 있는 것이다. 호랑이나 표범, 늑대, 북극곰, 범고래와 같은 포식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구상 최고의 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별로 쉴 틈이 없다. 시작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열대우림에서 쫓겨나 초원에 섰을 때, 사람들은 오랫동안 걷고 달릴 수 있는 직립보행을 무기로 얻었다. 열대우림을 둘러싼 영장류 간의 경쟁에서 패배한 대가는 끊임없이 노동에 시달리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불과 언어를 사용하고 사냥 도구도 섬세해지면서 삶은 조금씩 나아졌다. 무리를 지어 과일을 모으고, 냇가에서 조개도 캐고, 때로는 사냥을 하면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채집, 수렵하며 조금씩 삶의 여유를 넓혀갔다. 신석기 혁명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유가 생기니 자식도 많이 낳게 되고, 자식들이 번창하니 필요한 영역도 커진다. 인간만큼 빠르게 개체수가 증가한 최종포식자는 아마 지구 역사상 없을 것이다. 불과 몇 만 년의 시간 동안 감당할 수 없는 개체수 증가가 이어졌고, 지구 곳곳으로 인류가 퍼져 나갔다. 더 이상 수렵과 채집만으로는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자 사람들은 대안으로 양과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흔히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라고 하지만 개미도 인간을 보면 한숨을 쉴 터이다. ‘뭐하려고 저리 열심히 일을 하나’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일손이 모자라니 자식도 많이 낳는다. 영아 사망률이 높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는 했다. 먼저 나온 자식이 뒤에 나온 자식을 업어 키우던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용접작업을 하는 노동자 모습

▲ 용접작업을 하는 노동자 @frankiefoto


그래도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며 긴 역사 동안 발버둥친 끝에 19세기가 되자 일 인당 생산력이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이제 인간답게 살자는 요구들이 비등해지고, 그동안 남들 먹을 것까지 생산하느라 등골이 빠지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더 된 이야기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주 4일 근무가 진지하게 고민되고, 우리나라도 10여 년 전에 (표면적으론) 주 5일 근무제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곳곳에선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하장으로 가선 물건을 싣고 밤이 되도록 날라야 일이 끝나는 택배노동자나 우체국노동자뿐만이 아니다. 소위 ‘크런치 모드’라고 해서 게임이 출시되기 몇 달 전부터 매일 야근에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게임회사 직원들, 여름이 되면 안정장치를 할 시간도 부족한 에어컨 설치 노동자들, 직장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집안일이 기다리고, 집안일을 끝내면 다시 출근해야 하는 여성들. 조금만 눈을 돌리면 휴식이 뭔지 모르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1. 우체국 집배원


2. 사무직 여성
▲ 1. 우체국 집배원 ©Roadgo / 2. 사무직 여성


인간이 자연에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는 여기서 따지지 말자. 그 대가로 우리는 이미 충분히 우리 스스로를 건사할 에너지며 물품을 생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제 스스로를 건사하고, 가족을 건사할 시간을 가질 때다. 자본이 이를 방해하면 자본을 없애야지 “기업 발전을 위해서 제 한 몸 희생하겠습니다”라고 할 때가 아니다. 국가에서도 야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뒷받침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마침 최저임금도 부족하지만 10%가 넘는 비율로 올랐다.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해서 누구나 최소한 8시간을 일하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옛말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다.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데 무슨 가정을 지키겠는가. 가정을 돌볼 시간도 확보해주지 못하면서 무슨 나라를 다스리고, 평화를 이야기 하는가.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국가나 기업을 위해서라면 더더구나 밤샘 따윈 하지 말자. 노동이 권리이자 의무이듯, 휴식도 권리이자 의무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일러스트

  • 8월
  • 휴식
  • 과학기술
  • 의무
  • 권리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필자 박재용
박재용

(과학 커뮤니케이터)과학을 공부하고 쓰고 말한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과학문화위원회 회원이다.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멸종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등을 썼다. '인문학을 위한 자연과학 강의' '생명진화의 다섯 가지 테마' '과학사 강의'의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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