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eg(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Poco a poco : 나눔 –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하는 것

임진모

2017-06-23

나눔 –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하는 것


나만 알고 내 즐거움을 위해 자극적으로 치달린 통에 ‘나의 10년(‘Me’ decade)’이라고 명명된 1970년대와 달리, 그 이전 1960년대의 청춘들은 새로운 세상과 가치를 이상적으로 꿈꾸고 관념적으로 바라봤다. 히피로도 불린 그들을 역사는 ‘순진무구한 애들’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 세대가 이후 세대들보다 ‘나’ 아닌 ‘우리’를 더 많이 입에 올렸던 것은 분명하다. 그 흥분과 격동의 1960년대를 가장 화려하고도 또 치열하게 살아간 비틀스의 존 레논 역시 ‘우리’를 우선한 인물이었다.

 

이매진(Imagine) 존 레논 앨범

 

흔히 그의 명작 ‘이매진(Imagine)’을 두고 평화의 송가로 규정하지만 존 레논의 메시지는 평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종교가 없다고,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라는 그는 말미에 이렇게 노래한다.

   ‘사유재산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좀 어려울 걸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탐욕의 필요나 기아도 없을 거예요/ 형제애만이 있겠죠/ 모든 사람이 세상을 공유(Sharing)하고 있다고 상상해 봐요.’

이상적 사회주의의 요소마저 엿보이는 이 대목은 평화보다는 물질적 평등, 요즘 말로 나눔 혹은 공유의 정서를 그리고 있다. 나 아닌 우리를 보는 ‘신좌파’ 존 레논 시각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비틀스가 해산하던 해에 발표되어 그의 라이벌인 폴 매카트니와의 차이를 알려주는 곡이기도 하다.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에서 해방된 무렵 거리를 뛰며 사회정의를 외치던 존과 달리 농장으로 퇴거해 은둔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살았다. 거칠게 분류해 존이 ‘우리’였던 반면 그는 ‘나’였던 셈이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는 지금도 막대한 재산과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며 산다. 이때는 그랬다는 것이다.)


투애니원(2NE1) 앨범 / 슈퍼주니어 앨범

 

우리가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시대는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전부인 시대 아니면 ‘우리’를 생각한 시대로 이분할 수도 있다. 대중음악이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그것이 지향하는 메시지는 ‘나’ 아니면 ‘우리’ 그 둘 중 하나에 대한 강조나 편애로 해석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어떤 비교도 난 거부해 이건 겸손한 얘기/ 가치를 논하자면 나는 빌리언 달러 베이비/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알아봐/ 아무나 잡고 물어봐 누가 제일 잘 나가?’ 투애니원(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제목이 말해주듯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있는 반면 슈퍼주니어의 ‘Endless moment’는 내가 아니라 나와 너, 즉 우리로 향하고 있다. ‘우릴 힘들게 할 때도/ 좋은 것들만 다시 기억한다면/ 너를 기다려 온 거야/ 아주 오랜 시간동안/ 나를 꼭 닮은 사랑을 위해/ 외로웠던 시간만큼/ 너에게 다 주고 싶은’ 그렇다고 두 노래를 거대담론의 충돌로 풀이할 사람은 없다. 그저 손을 하나 흔드나, 둘을 흔드나 차이 정도로 여길 것이다. 여기서 나와 우리는 결코 배반이나 대척의 정서가 아니라 동행 혹은 협치의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음의 저항으로 정의되는 록(Rock)은 나 자신을 올곧게 드러내면서 청춘 공동체와 세상이라는 ‘우리’로 향하는 흐름이다. 모든 게 그렇지만, 현실에서부터 나와 우리가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록만이 아니라 모든 대중음악이 그렇다. 도도하게 나를 표현하면서 상대와 우리를 감싸는 노랫말이 대부분이다. 나와 우리가 공존, 동거하는 형식이랄까. 그렇지 못하다면 어찌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싸이 6집 앨범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우리의 K팝을 전(全) 지구적 위상으로 끌어올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나와 우리의 융(融)에 의한 결과물이다. 대충 가사를 봤을 때는 온통 한 사람의 자기애처럼 보이지만 정작 이 곡을 만든 싸이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피곤에 지쳐있고, 날씨도 무덥고, 경제도 어렵고, 사람들 지갑도 얇아져서 그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자는 의미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를테면 ‘우리’를 전제했다는 뜻이다. 영국 런던의 경제무역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강남스타일 열풍의 이면에는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불평등은 우리의 나눔과 공유를 가로막는 이 시대의 아주 불편한 진실이다. 어느덧 조회 수 28억 회를 돌파할 만큼 광대한 반향을 일으킨 강남스타일의 영상은 전 출연자가 모두 나와 말춤과 떼춤을 추는 장면으로 끝난다. ‘다 같이 춤추자!’는 ‘우리’를 빼놓고는 말이 안 될 ‘대중 댄스’의 기반이다. 이분(二分)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그래서 ‘댄스는 우리, 발라드는 나’라고 구분하기도 했지만 공감을 사기는 어렵다.

1980년대에 와서 대중음악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격차와 이기주의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더니 그 반제도적 저항 음악가의 음반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뜻하지 않게 부자가 되는 역설이 야기되었다. 메시지와 실재 간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들은 자선이란 이름의 ‘나눔’이 시대의 저항적 표현임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기근해소를 위한 ‘그들은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까’(Do they know it’s Christmas)와 ‘우리는 세계’(We are the world)와 같은, 인류애를 담은 곡들이 등장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콘서트 포스터

 

 

전설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출신 로저 워터스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폭력과 전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한 ‘더 월(The Wall)’ 콘서트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이를 두고 “이 공연의 기획자가 반 제도권의 이미지를 보여온 로저 워터스라는 사실은 곧 이 무대가 록 뮤직의 점증되고 있는 사회적 양심의 발현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사회적 양심이 공유와 나눔의 정신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가난한 노동계급의 자식으로 태어나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로 신분 상승한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일찍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이었다. 그는 공연 때 입었던 화려한 고가의 의상을 관객에게 벗어주는가 하면 명품 차 캐딜락을 빈곤한 팬에게 즉석에서 희사하기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덤이 있는 미국 멤피스의 ‘그레이스랜드’ 전시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엘비스가 남들과 부(富)를 공유하려는 것은 그의 인성의 중요한 일부를 이룬다!”

상술이 뛰어난 유태인들은 ‘78대 22’를 빈부의 비율이자, 우주의 작동 법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러한 세계관을 비웃는다. 빈부격차와 부의 편중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78대 22’가 아니라 빈부 분할이 ‘8대 2’, ‘ 9대 1’도 아닌 ‘99대 1’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 대한 분노는 마침내 2011년 월 스트리트를 점령한 ‘월가 시위’로 폭발했다. 시위대의 슬로건이 ‘우리는 99%다!(We are 99%)’ 가 아니었던가. 우리는 나눔만이 이 왜곡된 승자독식 구조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엘비스 프레슬리 앨범

 

엘비스 프레슬리의 1969년 빅히트 송 ‘빈민가에서(In the ghetto)’ 한 곡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실로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해주는 행위는 나눔이라는 것을. ‘어느 춥고 흐린 시카고의 아침에/ 불쌍한 아이 하나가 태어났죠, 빈민가에서/ 그 아이의 엄마는 울었죠/ 그녀가 필요로 하지 않는 딱 한 가지가/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할 입(hungry mouth)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었으니까요, 빈민가에선/ 사람들이여 모르나요?/ 그 아이에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는 언젠가 분노에 찬 젊은이로 자라날 거예요/ 당신과 나를 봐요/ 우리는 눈이 멀어 알지 못하는 건가요?’

 

음표, 악기 일러스트

 

  • 6월
  • 나눔
  • 음악
  • 우리
  • 이매진
  • 공유
  • 대중음악
필자 임진모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겸 방송인. 1986년 대중음악 평론가로 입문한 후 평론, 방송, 라디오,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음악 평론가이자 해설자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평론가가 되었고,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는 음악평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저서로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팝, 경제를 노래하다』 등이 있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Poco a poco : 나눔 –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하는 것'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