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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각도의 다양한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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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의 서가 :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

by 조선영 / 2017.06.09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1인 가구로, 전체 가구 중 27.3%에 달한다. 근대화가 가져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세상은 예전보다 더욱 편리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사람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 사람이 있으나 사람이 없는 외로움과 소외의 시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체 회복 등이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 공동체의 상징인 ‘마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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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취미 & 여자의 취미』남우선 지음 | 페퍼민트


간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통해 영국 식민 지배로부터 민족을 해방시키고자 한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간디는 외세에 대한 직접적 지배가 끝났다고 하여 식민주의가 저절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며, 이의 극복을 위해 서구적 근대문명, 산업주의, 기계문명을 배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도의 참다운 미래는 근대적 도시가 아니라 자립적인 농촌마을에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에 따라 마을을 중심으로 하는 ‘스와라지’ 즉 ’자치‘ ’자립’의 사상에서 새로운 인류문명의 가능성을 발견하려 하였다. 이 책에는 간디의 방대한 저작물 중 다양한 출처에서 발췌된 글들을 ‘마을 스와라지(자치, 자립)’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항목별로 재배치한 것으로, 그는 스와라지를 이루기 위한 노동의 원칙과 협동, 교통 ,통화, 세금, 심지어(!) 건강과 위생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세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는 이상적인 마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을은 지적인 사람들을 포함할 것이다. 그들은 짐승들처럼 더러움과 어둠 속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남자, 여자들 모두 자유롭고 세상의 누구 앞에서도 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페스트도 콜레라도 천연두도 없을 것이고, 아무도 할 일 없이 놀지 않고, 아무도 사치 속에서 빈둥거리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다 자기 몫의 육체노동을 해야 할 것이다. —63쪽, 제5장 마을 스와라지 중에서

간디는 미래세계의 희망은 아무런 강제와 무력이 없으며 모든 활동은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작고 평화로우며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와라지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모두가 평등할 것이고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되리라 생각하였다. 이 작은 책에 담겨 있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간디학교’ 등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간디가 단순히 ‘인도 독립의 아버지’를 넘어 왜 ‘위대한 영혼’이라 불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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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화국의 끝, 홍동마을 이야기』남발전연구원, 홍동마을 사람들 지음


| 한티재


앞에서 소개한 책에서 말한 것처럼, 간디는 농업에 기반한 경제,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경제가 지속가능한 경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마을’을 주목하며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홍동마을은 충남 홍성에 있는 작은 농촌 마을로, 겉모습은 우리나라의 여느 농촌 풍경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작은 농촌 마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서 협동조합, 유기농업, 귀농∙귀촌 운동을 주도했으며,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와 녹색정치 운동까지 적극 실천하고 있다. 홍동마을이 이렇게 변모한 데에는 1958년 이 마을에서 개교한 풀무학교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이 책은 홍동마을을 함께 만들어왔던 마을 사람들이 직접 쓴 것으로, 글쓴이들의 직업은 풀무학교 교사부터 학부모, 학생, 귀농한 마을 농부, 마을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사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이들이 써 내려 간 만큼 글 솜씨도 분량도 모두 제각기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마을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이웃과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이 마을을 가꾸고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마음으로 함께 어우러진다. 풀무학교의 전공부(우리 교육제로 치면 전문대 과정)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쓴 글 속에 ‘마을’이 주는 충만함의 매력이 잘 표현되어 있다.

   …아빠, 전 지금처럼 많이 웃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처럼 매 순간 집중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처럼 내 자신이 어딘가에 속해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지금처럼 머리와 손과 몸이 일치하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처럼 손 글씨를 많이 써본 적이 없어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없는 것들과 부족한 것들에 대해서 불평하고,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신중하게 살피기란, 언뜻 쉬운 것 같지만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132쪽, ‘일노래 삶노래’ 중

거대한 변화의 흐름도 바로 마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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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마을에서 논다』 유창복 지음 | 또하나의문화


앞에 소개한 두 권의 책은 농촌을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를 이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귀농·귀촌을 제안하며 ‘마을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린 마을에서 논다』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한켠에 자리 잡은 ‘도시형 마을’인 ‘성미산마을’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쓴 저자 역시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등으로 일하고 있는 1세대 마을 일꾼이다. 그는 내부자이자 관찰자의 시선으로 일하는 엄마들이 종일반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그 주변에 모여 살게 되고, 그도 부족해 야근하는 엄마들을 위해 품앗이 육아망이 절로 생겨나고, 지역과 함께 자라고 싶어 방과 후 교실에 대안교육까지 시도하고, 기존 제도 교육에 회의를 느낀 엄마 아빠들이 팔 걷어붙이고 같이 하겠다 모여들어 시작해 오늘날에 이른 ‘성미산마을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성미산마을은 도시에서 일군 공동체의 성과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칭찬하고 그 의미를 높게 봐주는 것 같다. 사실 게딱지처럼 붙어살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들고나며 한번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자기 가족들 외엔 만날 사람도 만날 일도 없는 일상이 도시의 삶이다. 그런 삭막한 도시 한복판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겠다고 모여 먹을거리를 나누고, 학교를 짓고, 카페를 만들어 수다를 떨고, 연극을 하네, 밴드를 하네, 밤마다 모여 수선 피우고, 마실 가서는 날밤 새는 줄 모르고, 애들은 애들대로 이집 저집 몰려다니면서 내남 형제가 따로 없고, 그러다가도 산 헐린다고 하면 어느샌가 다 모여 으쌰으쌰하고, 해마다 동네 사람들 다 불러 놓고 장터 같은 잔치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극장을 지어 매일 함께 놀 궁리를 하고… 끝도 없을 마을살이가 여전히, 그것도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사연과 내력을 지니고 있으니 예삿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35쪽, 지속 가능한 마을살이 중

저자가 쓴 것처럼 이 책에는 성미산을 온 나라에 알리게 된 계기였던 ‘성미산 투쟁’의 과정부터 마을 사람들의 쓸모와 노력에 따라 대안학교부터 생협, 라디오 방송국, 공동주택까지 숨가쁘고도 즐겁게 이어온 마을살이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마지막에 실린 좌담을 보면, 이들은 책 한 권으로는 자기들 얘기를 다 담아낼 수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사실 마을살이라는 것은 일견 즐겁고 행복해보일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기까진 경계와 문턱을 넘어야 하고, 내가 스스로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을 해야 그만큼 얻어갈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이 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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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 | 황소자리


『이토록 멋진 마을』은 일본 후쿠이와 도야마를 중심으로 하여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했던 지방 소도시가 어떻게 행복한 마을로 변모했는지를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리포트이다. 앞에서 소개한 마을공동체를 다룬 세 권의 책은 ‘마을’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면 이 책은 통계와 인터뷰, 취재 등을 중심으로 지방 정부가 마을을 통해 어떤 다양한 정책을 펼쳐 ‘살고 싶은 동네’ ‘활력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작은 도시 도야마의 마을 만들기는 혼자의 힘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흔히 지방은 도시에 비하여 배타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후쿠이와 도야마로 대표되는 호쿠리쿠 지역은 달랐다. 주민들의 아이디어에 행정의 지혜를 엮었고, 여기에 마을을 중심으로 한 가게들과 작은 기업들이 함께했다.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보조금을 주며 전통 양식을 적용한 디자인을 활용하게 한다거나, 빈 집을 개조하여 젊은 예술가들에게 빌려주거나 관광객들의 숙박 시설로 쓰는 등의 방식으로 지방 소도시들은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또한 토착민과 외지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일에도 스스럼없었다. 이에 힘입어 후쿠이현은 항상 일본 내 행복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또한 취업율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 등 다양한 1위 타이틀을 차지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지역 약진의 배경에는 후쿠이만의 교육 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후쿠이현은 ‘10년 앞을 내다본 수업’을 교육의 기초로 삼아 학습지도 요령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왔다. 지식을 습득하는 대신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 사고과정을 가시화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가를 자신의 말로 써내도록 하는 수업. 한마디로 바뀐 세상에 맞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을 키워주는 ‘자발교육’이 핵심이다. 

저자가 2년여에 걸친 취재를 하는 동안 만났던 후쿠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부지런하였으며, 여성이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였기에 마을 전체가 나서 육아를 했고, 일상 자체가 학교 역할을 했다. 끈끈한 향토애로 뭉쳐 있었으나 외지인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관용의 자세가 널리 퍼져 있었다. 저자가 만났던 정부 관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외쳤다고 한다. ‘일본의 미래는 후쿠이의 모델을 전 일본에 적용하여 성공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좋다.’

많은 이들이 파편화, 비인간화된 자본주의의 대안은 공동체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공동체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마을’들은 일상과 교육과 경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간디의 이야기처럼, 자급자족할 수 있고 누구나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이 결국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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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의서가 마을 조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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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
예스24 도서팀장.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2년 가량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고 싶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바람과는 달리 책에 깔려 지낸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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