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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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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ech : 과학을 취미로 하는 보통사람들

by 박재용 / 2017.04.04

과학을 취미로 하는 보통사람들

 

허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독일의 하노버(당시 영국령)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연주가였다. 옛날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도 아버지를 쫓아 연주가 겸 작곡가가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그는 연주가였고 작곡가였다. 단순히 물려받은 직업이 아니라 나름 소질도 있고, 노력도 했는지 꽤 좋은 대우를 받았던 듯하다. 그래서 고향에서 먹을 입을 하나 덜 겸 하여 꽤 나이차가 나는 여동생을 불러와 같이 살았다. 그런데 허셜은 아버지에게서 직업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취미도 물려받았다. 바로 별을 보는 것이다. 더구나 당시 런던은 유럽의 과학 중심지. 그는 곧 동생과 함께 낮에는 연주를 하고 밤이면 별을 보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허셜이 살던 시대는 이미 맨눈으로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망원경은 비쌌고, 그에게 그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추어가 그랬듯이 부품을 사서 자기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었다. 그가 별을 보면서 목표로 잡았던 것은 쌍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늘의 별을 볼 때 두 별이 유난히 가까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어떤 경우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각도상 우리 눈에 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고, 실제로 둘이 가까이 있는 경우가 있다. 맨눈으로는 거의 관측이 힘들고, 망원경으로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허셜은 ‘10년 정도 매일 밤하늘을 보면 나름 성과를 올릴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하늘을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년을 밤마다 천체를 관측한 결과 자신의 목적과는 별도로 천왕성을 최초로 발견하는 행운을 누린다.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

▲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

 

이를 계기로 그는 왕립학회의 회원이 되었다. 아마추어에서 정식 과학자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왕실 공인 천문학자가 되었지만 그로부터 생기는 수입은 이전의 연주자 때보다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동생과 함께 망원경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이후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 이어져 그는 밤하늘에 보이는 성운의 목록을 정리하여 ‘NGC(New General Catalogue)’라는 제목으로 출판한다. 이 NGC목록은 현재도 성운의 목록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허셜이 처음 천문학에 입문한 것은 그의 나이 37살 때였다. 만약 새로운 직업을 모색한 것이라면 당시로서는 너무 늦은 나이였다. 더구나 그는 천문학하고는 완전히 다른, 음악을 하는 이가 아니었는가. 그러나 그에게 있어 천문학은 단지 직업이 아니라 그가 일생을 두고 가까이할 취미였고, 동반자였다. 그렇기에 낮 동안의 연주와 작곡으로 피곤해진 몸으로 잠자리에 드는 대신 기꺼이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았다. 그가 천왕성을 발견하고 전문적인 천문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41살의 일이었다. 그 발견으로 ‘왕의 직속 천문학자’ 칭호를 받았지만 그로 인한 수입은 별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음악 연주라는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직업을 포기하고 천문학을 선택한다.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그는 가난했으며 거의 50이 되어서야 안정된 생활을 꾸릴 수 있게 된다.

 

17세기 이후 유럽에선 여러 분야에서 허셜과 같은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대규모로 등장한다. 허셜은 오히려 특별한 경우로, 그 아마추어들의 대부분은 먹고살 만했다. 박물학과 천문학, 물리학과 수학 등 각 분야마다 이들 아마추어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특히 박물학의 경우 식민지로 파견 나간 군인이나 공무원, 그리고 교역을 위해 방문한 상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식물과 동물의 표본을 모으고, 광물 표본을 만들어 본국에 보냈다. 이들이 보내준 자료들은 본격적으로 생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고 그 결과 생물학과 지리학, 지질학 등은 분과학문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되었다. 또한 수학과 물리학, 화학에서도 이들에 의한 발견은 학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과학은 몇 사람의 천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많은 연구자들과 함께 바로 이들, 훨씬 더 많은 수의 아마추어에 힘입은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연구하고 있는 모습

▲ ©JD Hancock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과학이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학위를 받은 전문가들만 하는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과학을 하나의 취미로 삼아 여러 가지 공부와 연구를 하는 이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 사실 필자도 마흔이 넘어서 10여 년 취미로 공부하던 과학을 내용으로 취미 삼아 강연을 시작했고, 그 인연으로 과학책도 몇 권 내고, 이렇게 과학 칼럼까지 쓰게 되었다. 물론 취미가 취미대로 남아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필자가 주관하는 ‘과학, 인문에 묻다’ 강연이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진행하는 숱한 과학 강연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참석하는 어른들이 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많은 과학 강연들을 무료로,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의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이란 비공개 그룹엔 취미로 과학책을 읽는 회원들이 6천 명을 넘고 있다. 또 ‘모두의 연구소’라는 곳에선 독서를 넘어서서 코딩과 딥러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직접 스터디를 만드는 과학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소수로 모여 생물학이나 물리학 등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는 소그룹들도 꽤 된다. 새로운 지식을 쌓고 합리적 회의주의를 체득하는, 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 취미로 ‘과학을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가족 모두가 과학을 주제로 저녁나절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 또한 보기 좋은 모습일 것이다.

 

점과 선의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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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재용
박재용
(과학 커뮤니케이터)과학을 공부하고 쓰고 말한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과학문화위원회 회원이다.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멸종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등을 썼다. '인문학을 위한 자연과학 강의' '생명진화의 다섯 가지 테마' '과학사 강의'의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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