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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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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M : 보통의 존재라도 괜찮은 삶

by 장근영 / 2017.01.12

보통의 존재라도 괜찮은 삶


중산층, 1980년대 경제성장 이후 한국 사람들이 꿈꾸는 사회계층의 대명사가 된 단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중산층일까? 꿈을 가지려면 크게 가지라는 말도 있듯, 기왕이면 상류층을 꿈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워비곤 호수 효과’라는 말이 있다. 원래 1970년대 미국의 라디오 쇼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만든 영화로 알려진 <프레이리 홈 컴패니언>이라는 가상의 마을 사람들 이야기에서 시작된, 옛날 미국 사람들끼리만 쓰는 단어다. 이 가상 마을은 워비곤 호숫가라는 가상의 지역에 존재하는데, 이 마을의 어른들은 모두 잘났고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이다. 그래서 워비곤 호수 효과는 자기가 최소한 평균보다는 높다고 스스로 평가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심리학자 토마스 길로비치는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에서 이 워비곤 호수 효과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라는 증거들을 제시한다. 1977년에 미국의 고등학교 3학년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자신의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넘었다. 심지어 남들과 잘 지내는 능력에서는 자기가 평균 이상은 된다는 응답이 100%였다. 상황은 대학교수들도 비슷해서, 자기가 평균적인 동료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교수의 비율은 94%였다.


프레이리 홈 컴패니언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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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비곤 호수 효과’는 자기가 평균보다 높다고 평가하는 말이다.

워비곤 호수는 미국 드라마 <프레이리 홈 컴패니언>에 나온 가상의 지역이다.


겸손을 배우고 자라온 우리는 함부로 자신이 잘났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못난 편은 아니라고 믿는다. 내가 뭐든 남들보다 못하지는 않다는 이 믿음은 사실 우리가 삶을 계속하게 만드는 자존감의 기반이다. 워비곤 호수 효과를 중산층 현상에 적용하면, 많은 사람이 말하는 중산층의 심리적인 기준은 통계학자들이 생각하는 기준과는 다를 것이라 봐야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건 통계적으로 평균 범위 이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말은 그렇게 할지 몰라도, 실제 원하는 건 언제나 평균보다는 조금 더 나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에서 통계적으로 산출된 중산층의 기준과 사람들이 기대하는 중산층의 기준이 늘 한 방향으로 어긋나는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해준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에서 중위소득 50%~150% 범위는 월소득 188만 원부터 564만 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중산층의 월소득 최저선은 515만 원이다. 실제 평균인 월 374만 원보다 141만 원이나 많다. 심리적으로 우리는 평균을 원하지 않는다. 평균 이상을 원한다.

이렇게 평균 이상을 기준으로 삼다 보면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기준 미달자로 여기게 되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게 된다. 실제로 2016년도 한 금융기관의 설문조사에서 자신은 중산층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80%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소득 550만 원 이상은 상위 20%뿐이니 당연한 결과다. 상위 20%면 그건 어느 모로 보나 중산층이 아니라 상류층이다. 결국, 이렇게 높아진 중산층의 심리적 진입 기준은 대다수의 사람을 그 좁은 20%를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서 최소 5대 1의 경쟁에 뛰어들게 만든다. 물론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통계적 중산층의 최저선이 비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한 달에 188만 원으로 보통 중산층의 삶을 누린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따라서 평균 이상을 기대하는 심리적인 본능을 탓하기 전에 먼저 최소한 주 5일을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먹고사는 걱정은 할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회의 변화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길고 험난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 긴 절차들보다 더 하기 쉬운 것도 있다. 그건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일이다.

토마스 길로비치는 ‘평균 이상’이 되는 것보다 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세상 사람들이 내 편이다’라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짬뽕보다 짜장면을 좋아한다면, 그는 한국 사람들 중 자기처럼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최소 절반은 넘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똑같이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의견다툼을 할 때 쉽게 튀어나오는 말이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다 내 말이 맞다고 하지!”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렇듯 사람들이 내 편일 거라는 믿음은 내가 평균 이상이라는 믿음보다 더 중요하다. 이 믿음이 있어야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사회적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이걸 ‘사회적 자본’이라고 말한다. 혼란이 심하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사회와 안정되고 안전한 사회는 이 사회적 자본, 사람들이 내 편일 거라는 믿음의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우리가 중산층이 되기 위한 5대 1의 경쟁에 몰입하다 보면, ‘남들이 내 편’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내 경쟁자이고, 내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적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평균 이상의,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경쟁도 한다. 하지만 그 경쟁이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을 흔들 정도가 된다면, 그건 결국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어떻게 해야 그런 결과를 피할 수 있을까? 경쟁의 승자가 소수인 것은 나머지 패자들이 무능하거나 나태해서가 아니라 그저 평균이고 보통이기 때문이라는 것. 중산층에 들지 못한 그 평균이자 보통인 사람들도 나머지 모두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Stress Syndrome Psychology Emotion Mentality Identity

 

심리 중산층 장근영 경제성장 워비곤호수효과 평균인상
필자 장근영
장근영
(심리학자)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과 일본 리니지 유저의 라이프스타일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소년 문화심리학과 매체 심리학, 사이버공간의 심리학 연구를 수행했으며, 영화와 만화, 게임 등을 이용한 심리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팝콘 심리학』 『심리학 오디세이』 『싸이코 짱가의 영화 속 심리학』 『소심한 심리학자와 무심한 고양이』 등을 저술했고, 『시간의 심리학』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등을 번역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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