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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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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철학 사회/이슈

엠디의 서가 : 늙는 게 뭐라고

by 조선영 / 2016.11.10

 

늙는 게 뭐라고


많은 이들은 오래전부터 청춘을 찬양하고 노년을 서글픈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노년은 찾아온다. UN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0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전 세계가 유례없는 고령화 사회를 맞은 지금, 노년층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숲

▲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숲

 

노년의 삶에 대하여 다룬 책 중 가장 오래된 고전 중 하나인 이 책은 로마의 사상가이자 웅변가, 그리고 문장가였던 키케로가 평생지기인 앗티쿠스에게 헌정한 대화편으로, 기원전 150년, 삼십 대의 스피키오와 라일리우스의 요청에 따라 여든네 살의 대(大) 카토가 노년의 짐을 어떻게 견디고 극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일러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노년의 삶은 마치 태산처럼 무거운 짐으로 생각되었기에, 이를 어떻게 극복해냈는지 묻는 두 젊은이에게 카토는 자신의 경험과 선현들의 이야기, 책을 통해 접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포도주가 오래되었다고 모두 시어지지 않듯이, 늙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비참해지거나 황량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노년에 대하여 역설한다.

   인생의 주로(走路)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 번만 가게 되어 있네.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 (44쪽, 10장 33절 중에서)
 
키케로는 카토의 입을 빌어 사람들이 노년에 대해 걱정하는 네 가지—큰일을 하기 어렵고, 몸이 쇠약해지며, 모든 쾌락을 잃게 되고 죽음을 앞두게 된다는 것—를 조목조목 반박한 후, 이는 어디까지나 젊었을 적에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놓은 이에게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권위라는 것은 백발이나 주름살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명예롭게 보낸 지난 세월에 대한 마지막 결실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 대화편은 단순히 노년의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의 육신은 비록 유한하나 그 영혼은 불멸하리라는 철학적 명제까지 담고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 지음 | 리수

▲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 지음 | 리수

 

로마의 큰 어른이 들려주는 노년의 마음가짐에 대해 살펴봤다면, 이제 대표적인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으로 떠나보자. 이 책은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가 아직은 노인이 되기 전인 마흔 무렵, ‘어떠한 노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하며 시간 날 때마다 한 권의 노트에 적어 내려갔던 메모를 엮은 것이다. 작가는 ‘늙음을 경계하는 기록’이라는 의미의 ‘계로록(戒老錄)’이라는 제목을 이 책에 붙였고, 처음 출판된 이후 51세와 65세에 다시 한 번씩 가필하여 오늘날의 모양새에 이르렀다. 저자가 써내려 간 메모의 내용은 엄청난 결심 같은 것들은 아니다. “남이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하려고 노력할 것”과 같은 자신에 대한 엄격한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부터 죽음을 대비하는 자세는 물론, “화장실 사용 시 문을 꼭 닫고 잠글 것” “저녁에는 일찌감치 불을 켤 것” 등과 같은 소소한 것까지 기록되어 있다. 아직 노인이 되기 전에 쓰기 시작한 것이다 보니, 출간 이후 “아직 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라는 어느 고령자의 비판도 받았고, 젊은이들에게는 “괜한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핀잔을 듣지나 않을까 걱정했다는 저자는 만년에 있어서 필요한 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며 책을 끝맺는다.

나는 요즈음 만년에 있어서 필요한 네 가지를 허용(許容), 납득(納得), 단념(斷念) 그리고 회귀(回歸)라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중략) 즉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선과 악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허용이며, 내 자신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상황을 정성을 다해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 납득이다. (중략)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은 어떠한 인간의 생애에도 있으며, 그때 집착하지 않고 슬그머니 물러날 수 있다면 오히려 여유 있고 온화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단념이다. 그리고 회귀란 사후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무(無)라도 좋으나 돌아갈 곳을 생각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두 번째 후기 중에서)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폴 어빙 엮음 | 아날로그

▲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폴 어빙 엮음 | 아날로그

 

이제 고령화는 일부 개인이나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고민이다. 이러한 글로벌 고령화는 과연 위기로만 보아야 할까? 이 책은 미국의 밀켄 경제연구소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고령화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연구를 폭넓게 진행해온 그 결과물로, 의료, 교육, 노동, 재정, 자원봉사 등의 분야 전문가 16인이 이야기하는 고령화 사회의 현재와 미래 조망이 담겨 있다. 장수는 오랫동안 인류의 염원이며 꿈이었지만, 정작 장수를 이뤄낸 오늘날에는 고령화 사회가 경제성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거라거나, 개인의 삶 차원에서는 ‘노후파산’이나 ‘고독사’ 등의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책은 인류가 등장한 이래 가장 젊고 활기차며 경제력을 갖춘 ‘신노년층’의 등장에 주목한다. 건강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날의 60세 여성은 1960년대의 40세에 해당하며, 80세 남성은 1975년의 60세 남성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이며, 미국 연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금융자산의 72%는 5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부유한 소비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50~64세의 집단은 노인 취급받기를 싫어하고, 신체적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는다. 또한 과거의 노년층과는 달리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상건 소장의 한국어판 서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음에도 고령화에 대한 준비는 구호 수준에 멈춰 있고, 개인의 노후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간 우리는 노년의 삶에 대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오던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좀 더 종합적이고 긍정적으로 고령화 사회와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 열린책들

▲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 열린책들

 

앞으로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선 노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은 복지의 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도 노인은 욕망이 모두 거세된 식물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이아몬드 요양원에 거주하는 79세 할머니 메르타 안데르손과 네 명의 노인 친구들이다. 이들은 나날이 형편없어지는 식사와 8시 이후 간식 금지, 어쩌다 시켜주는 산책 등 자꾸만 나빠지는 요양원 생활에 불만을 품던 중,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감옥의 삶이 훨씬 낫다는 데에 분개하여 감옥에 들어가기 위한 범죄를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 이른다.

   감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요양소를 나오자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고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메르타는 이 며칠간의 자유를 누리면서 그들이 해낼 수 있었던 모든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여전히 요양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런 삶을 경험해 봤으면 싶었다! 낙엽 지는 황혼기를 맞아 인생을 조금 즐겨 보고 싶은 노인들이 강도가 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면 그 사회는 분명 뭔가 잘못된 사회임에 틀림없다. (208쪽)

사회가 노년층을 취급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노인들이 ‘강도단’을 꾸려 통쾌한 복수를 하려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가는 강도 행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써내려 간 편지를 통해 스웨덴 사회의 노인 복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담아내어 노인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 | 마음산책

▲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 | 마음산책

 

키케로 등 많은 선현이 존경받는 노년의 품위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100만 번 산 고양이』 등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노 요코는 이 솔직한 에세이를 통해 어떻게 보면 주책없어 보이고 궁상스럽기까지 한 노년의 삶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좁은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줄창 보다가 턱이 돌아간 일, 일을 의뢰받으면 하기 싫단 생각이 들지만 돈 때문에 양심의 가책과 싸워가며 버틴다는 고백이나, 암에 걸린 이후에도 줄담배를 피우는 자신을 보고 기겁하는 주변인들을 보고 목숨이 그렇게 아깝냐는 푸념을 하는 등. 그녀의 가식 없는 일상 철학을 읽고 있노라면, ‘그래, 꼭 멋지게 늙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늙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아아, 이런 게 정신병이다. (186쪽)
 
멋지고 품위 있게 늙는 것도 좋겠지만, 나이가 들어간다고 다른 내가 되는 게 아니라 나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감정에 솔직해지는 나이 드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책장 위 책과 시계

 

 

엠디의서가 노년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사는 게 뭐라고
필자 조선영
조선영
예스24 도서팀장.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2년 가량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고 싶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바람과는 달리 책에 깔려 지낸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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