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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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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날 선 시각 : '호모 메모리쿠스', 인간은 추억하고 싶어한다

by 박진아 / 2016.08.17

‘호모 메모리쿠스’, 인간은 추억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추억으로 깊이 간직할 만한 인상적인 경험을 기대하며 여행길에 오른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낭만주의가 유럽의 대기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던 무렵, 유럽에서는 기차여행과 관련된 로맨스 소설이 크게 유행했다. 대표적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나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이 기차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문필가 스탕달이 1822년에 펴낸 『연애론』은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남녀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볼로냐에서 로마로 가는 한 편의 기차여행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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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RM/Pictorial Collection / Science & Society Picture Library 

① 유럽의 근대적 대중 관광산업은 1895년 러시아-오스트리아-프랑스 남부 지중해안의 휴양도시를 잇는 철도선이 개통되면서 본격화되었다. 밀도 높은 도시생활에서 잠시 탈피해 색다른 곳을 탐험하고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하는 유럽의 중산층 사이에서 기차여행과 휴양지에서의 휴가는 꼭 체험하고픈 로망이자 사치였다. 이 철도 시간표는 1904년 배포된 리비에라 익스프레스 철도선 광고 포스터다. 

② 여름철 파라솔이 서 있는 백사장 해변에서 보내는 ‘비치 홀리데이(Beach Holiday)’는 20세기에 등장했다. 기차여행이 보편화되고 잡지나 포스터 같은 대중 인쇄물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대중은 기차여행과 바닷가에서의 한가로운 여가를 동경했다. 이 그림은 영국의서던 레일웨이 철도청의 광고용 포스터다. 그래픽 아티스트 F. 왓리가 1928년의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을 그린 것이다.

 

실제로 스탕달은 누구보다 여행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1817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피렌체를 둘러보던 중 도시의 눈부신 문화와 아름다움에 감격한 나머지 극심한 심장 떨림, 현기증과 구토증상을 동반한 흥분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후 아름다운 대상, 특히 미술작품을 마주할 때 격하게 감동한 나머지 심신 이상 증상을 보이는, 이른바 ‘스탕달 증후군’이라는 공식 의학용어가 탄생하는데, 이 역시 여행을 통해 아름답고 인상 깊은 체험을 하고 싶어 하는 간절한 욕망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여행(travel)을 한다. 더운 여름이 되면 일 년에 한 번씩 바쁜 직장생활과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서와 휴가를 떠난다. 이른바 ‘휴일의 행락(holidaymaking)’ 의례는 외식, 쇼핑, 스포츠나 이벤트 관람에 버금가는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었다. 산으로 바다로 우리는 ‘홀리데이’를 보내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 문화, 언어, 음식, 분위기를 취하고 경험한다. 현대인에게 여행이란 장소를 옮겨 체험하는 소비 활동이다. 그리고 전에 없이 현대의 많은 관광 소비자는 새롭고 재미있는 체험을 하고, 그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한다.


21세기는 경험 디자인의 시대


특히 재미와 즐거움 추구가 주목적인 관광(tour)은 현대의 가장 보편적인 소비활동의 하나가 되었다. 이 같은 추세를 포착한 디자인 업계는 약 20여 년 전부터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을 서비스 디자인(service design)의 한 영역으로 포섭하고 관광 및 여행 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자료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오늘날 대중 관광산업은 세계 국내총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전 세계 인구 11명 중 1명꼴이 관광업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The World Travel & Tourism Council (WTTC) 출간보고서 “Travel & Tourism - Economic Impact 2015 World” 참고) 또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는 경험 경제를 서비스 경제 속에 뭉뚱그려 넣을 것이 아니라, ‘경험’을 새로운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로 파악하고, 21세기형 후기산업사회를 이끌 원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앞서 1990년대 말 지적한 바 있다.(1998년 7/8월호 기사 “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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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재 관광객과 여행자 중 70%는 이동수단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며, 67%는 개인용 카메라를 소지하고 여행을 간다. 과거 중세인들이 신앙심 고취를 위해 고된 성지순례를 떠나고 귀족자재들이 유럽 고전문화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답사를 떠났듯, 오늘날에도 수많은 현대인들은 해외 유명 도시의 유적, 기념비적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여행이나 관광길에 오른다. 세계에서 국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5대 국가는 프랑스, 미국, 스페인, 중국, 이탈리아 순이다.

일각에선 관광산업의 대중화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글로벌 관광산업은 관광객의 침투를 가속화시킴으로써 지역 토착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하고, 토착민 및 시민들이 사생활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도시 재개발에 따른 부동산 시세 인상을 부추겨 산업의 지나친 금융화를 초래한다고 지적받는다. 그러한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광산업계는 최근 빅데이터 분석, 인류학, 심리학, 마케팅, 스토리텔링 기법을 응용해 디자인과 접목시킨 관광 경험 디자인을 한껏 활용해서 산업을 한층 더 세련화해가는 추세다.
관광 경험 디자인의 목표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의 여행 동기를 파악해 기대치를 만족시키고, 예기치 않은 놀라움도 가미하되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불쾌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이상적인 여행 경험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이다. 『체험 경제』(1998)의 공저자인 조셉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서비스 경제를 넘어서 체험 경제에서는 소비자별 기억에 남을 맞춤화된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비즈니스 이론은 오늘날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 자동차 대여 서비스 우버(Uber), 전 세계 어디서나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친구가 되도록 연결해주는 잇위드(EatWith) 앱은 모바일 기술에 힘입어 과거 생각지 못했던 여행의 가능성을 현실화시켜 주고 있다. 에릭 줄로우의 『근대 관광의 역사』에 따르면, 현대적 개념의 관광이나 여행에서 여행자가 보편적으로 취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그랜드 투어(The Grand Tour)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랜드 투어란 18세기 영국의 귀족 자제들이 옥스브리지 고등교육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단계이자 사회지도층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써 거쳐야 했던 고전 답사였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 대륙의 선진 문화권―특히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북부 개신교 국가들―의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고전 건축과 예술을 직접 감상하고, 외국어를 연마하고, 그곳 상류층 인사들과 사교하며 네트워크를 쌓는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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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레토의 <그랜드 카날의 풍경>, 1735년경, 캔버스에 유채, 73 cm(28.7 in) x 129 cm(50.8 in), Wallraf-Richartz-Museum 소장


베네치아 출신의 풍경화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필명 카날레토, Canaletto, 1697–1768)은 풍경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일명 베두타(veduta) 회화의 대가였다. 그의 풍경화를 복제한 판화는 그랜드 투어를 떠난 영국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 소장하고 싶은 값진 기념품이었다.

새로운 학문의 추구보다는 교양 축적을 위한 그랜드 투어의 전형은 어땠을까? 『로마 제국 쇠망사』를 쓴 18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이 그러했듯, 그랜드 투어를 앞둔 귀족 자제는 약 5~6kg 나가는 총 6권짜리 분량의 크고 무거운 매뉴얼을 읽은 뒤 여행에 올랐지만, 현지에서는 개인교사나 가이드의 안내에 의존했다. 영국의 젊은 귀족 자제는 우선 도버에서 배편으로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여행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프랑스 파리로 갔다. 거기서 프랑스식 사교술과 패션을 배웠다. 파리에서의 살롱 사교 훈련이 끝나면 스위스의 주요 도시들을 방문하고 북부 이탈리아로 진입하여 토리노, 피렌체, 볼로냐, 베네치아 그리고 끝으로 ‘영원의 도시’ 로마에 도달해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의 고전 건축과 고전 미술 배우기에 몰입했다. 기번 역시 회고록에서 고백하기를, 소년 시절부터 말로만 듣던 고전 문명의 꿈과 환상이 보존된 로마 도시를 돌아다니며 깊은 감명을 받아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고 한다.

과거 예산에 제한이 없었던 18세기 영국의 그랜드 투어 자제들 사이에는 각종 골동 예술품을 사고 방문한 도시마다 유명한 화가들에게 풍경화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해서 그것을 기념품 삼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크게 유행했는데, 그 부수적 경제 효과로 18~19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일찍이 유럽 중세시대 성지순례에 올랐던 기독교 신자들은 성인들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는 성지를 둘러본 후 성인 모습이 새겨진 합금이나 진흙으로 된 장신구를 기념품으로 사 갔다는 기록이 있다. 분명 중세시대 종교 명목의 성지순례는 교회 조직의 재정적 생존은 물론 숙박업, 요식업, 오락 등 부수적인 영역의 서비스 경제를 발생시키고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었다.


여행 홍보 인쇄물의 발달


오늘날 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읽고 목적지에 꼭 챙겨가는 여행 가이드서는 19세기 유럽 대륙 곳곳에 주요 도시들을 잇는 철로가 놓이고 기차여행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인기 있는 출판물이 되었다. 예컨대 E. M. 포스터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전망 좋은 방>은 여주인공 루시 허니처치가 이탈리아 여행에 오르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루시는 당시 여행 권위서로 유명했던 『베데커여행가이드』를 열심히 탐독하면서 피렌체에 도착하면 답사할 관광명소와 미술작품을 외우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탈리아에 가면 어떻게 행동할지 타국의 매너도 미리 익혀둔다. 여행 가이드서는 지식서이기 전에 여행과 목적지를 알리는 훌륭한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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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귀스트 자비에 르프랭스의 <마차여행의 고충> 판화 시리즈

① 오귀스트 자비에 르프랭스의 <마차여행의 고충> 판화 시리즈는 19세기 프랑스, 특히 수도 파리의 거리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수채화로 그렸다. 19세기의 유럽 서민들은 마차로 긴 여행을 했는데 도로 사정이나 기후가 좋지 못해 불편을 겪기 십상이었다.

② 하루의 여행을 마친 여행객들은 주점과 여인숙에서의 식사시간을 간절히 기대했다.

 

시각 홍보 인쇄물은 18세기부터 관광 열병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을 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일찍이 리소그래피 인쇄술이 발달하며 포스터, 소책자, 잡지 같은 대중 인쇄물이 널리 팔렸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호가스는 <맥주 거리>와 <진 길>을 리소그래피로 대량 인쇄하여 큰 돈을 벌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18세기 당시 런던 거리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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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가 그린 <진 길>(①)과 <맥주 거리>(②)는 런던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하던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도시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여행 포스터 역시 리소그래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여행 홍보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19세기에는 철도 관광 광고와 이후 20세기 초 대중화된 해양 유람선 관광 홍보에 활발히 쓰였다. 주로 당대의 유명 화가나 그래픽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렸다. 19세기 관광포스터에 담긴 색상, 패션, 풍경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속도’ 지향적인 삶을 부각했다. 이 이미지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중산층이 본받아야 할 근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의 가이드 역할을 하며 대중문화 속으로 암암리에 깊이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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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름답고 고요한 첼암제 호수의 안락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세요.” 1930년 오스트리아에 있는 알프스 산 호수 휴양지 광고 포스터.

② 유럽과 미국 사이의 대서양을 항해했던 호화 여객선 SS레비아탄호의 광고. 레비아탄호는 1914~1934년, 20년간 운항했다

 ③ 철도관광에 이어 급부상한 20세기 초엽의 호화 여객선 관광업계에서 SS 레비아탄호와 함께 쌍두마차를 이뤘던 큐나드 라인여객선.


독일에서는 19세기부터 리소그래피 인쇄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우체국장으로 일하던 하인리히 폰 슈테펜 박사는 최초로 편지보다 저렴한 엽서를 발명하여 관광엽서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말이 있듯이, 나라마다 고유한 자연풍경, 문화유산, 특산품, 새로운 기차여행 목적지가 인쇄된 관광엽서와 기념우표는 일반 대중에게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여행하고픈 욕망을 부추기는 데 매우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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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 이집트로 관광 온 독일의 사진작가 파울 디트리히가 유럽의 지인에게 보낸 엽서. 디트리히는 사교계 유명인사였다.

© Österreichisches Volkshochschularchiv

 

100여 년 전 유럽 신흥 중산층의 여행에 대한 갈망은 여행을 통해 의미 있는 여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오늘날 우리의 욕망과 비슷하다. 그들도 분주한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했다. 자연스럽게 여행 가이드서는 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으로 부상했고 수요는 급증했다. 여행 가이드, 지도 등 여행과 연관된 출판산업이 폭발적인 호황을 누렸다. 패키지 여행도 등장했다. 19세기 대중관광 열풍을 타고 토마스 쿡과 헨리 게이즈는 관광 대행사를 설립해 유럽의 알프스와 지중해, 북아프리카, 중동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여행 코스와 다양한 여가활동을 제시하는 관광 패키지를 개발 판매했다.


나는 관광객인가 여행자인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컬러사진이 인쇄된 관광엽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중 매체의 발달과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무감각해져 버린 현대인들은 유명 여행지에 도착해서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혼절하지 않는다. 19세기 신흥 중산층 관광객은 여행 가이드서와 여행 브로슈어에서 본 인상을 맹신하면서 방문지를 답습하고 현지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인했지만, 내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면 자유롭게 지도를 검색하고, 언제든지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 온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우리는 관광객이 되기보다는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자유와 독립심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말을 인용하자면, “여행자는 사람, 모험, 경험을 찾아 나서지만 관광객은 수동적일 뿐이다.” 우리 역시 관광객(tourist)보다는 여행자(traveler)로 불리고 싶어 한다. 관광 가이드의 깃발에 이끌려 다른 관광객들과 우르르 몰려다니거나 가이드 책자에 코를 박은 채 정해진 코스를 헤매는 ‘관광객’이기보다는 스스로 연구하고 여정을 계획하고, 여느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 용기도 있는 ‘여행자’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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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린 <캔터버리 성지순례자들>, 1810
    © The McCormick Library of Special Collections at Northwestern University, Illinois


    『전망 좋은 방』의 여주인공은 자기가 사랑하고 선택한 조지와 결혼하여 다시 피렌체로 여행을 간다. 이때 그녀는 더 이상 여행 가이드서를 가져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로 열린 인생으로 나아간다. 가이드서에 나오는 전형화되고 고정된 루트에서 벗어나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미지의 미래에 맞서는 한결 성숙한 인간이 되었음을 은유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미국의 전설적인 여행 문필가 폴 서로가 “관광객이란 자기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르는 자이며, 여행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자다”라고 했던 것처럼 그녀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삶의 불확실함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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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호모메모리쿠스 추억 박진아 카날레토 여행
필자 박진아
박진아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현재 17년째 미술사가, 디자인 칼럼니스트, 번역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인문과 역사를 거울 삼아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쓴다.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을 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월간미술』의 비엔나 통신원으로 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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