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배달의 민족’이라는 관용어구에서 말하는 ‘배달’은 대체로 ‘박달’이 변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박달은 박달나무를 가리키며, 그 박달나무 단(檀)이라는 글자를 쓰는 임금(君), 즉 단군(檀君)으로부터 비롯했다고 생각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배달의 민족’이라는 수사는 ‘우리는 단군의 자손’, ‘단군을 위시로 한 한민족’이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이곤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된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주문!”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서 하는 식사보다 소수의 사람들끼리 배달을 시켜서 식사하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미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던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곳의 매출 차이가 발생했고,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요식업계들은 재빨리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배달의 민족, 주문!”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수차례 들을 수 있지요.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거, 광고 참 잘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앱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에서는 배우가 고구려 벽화인 무용총 수렵도를 배경으로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말을 탄 채로, 손에는 활이 아니라 철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실로 한 번에 각인되는 광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고구려 벽화 <무용총 수렵도>
‘배달의 민족’ 광고 (이미지 출처: 배달의 민족 Youtube 채널)
그런데 한편으로 ‘요즘 사람들, 배달의 민족에서 배달이 정말 그 배달(配達, delivery)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마치, 침대 광고 카피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였던 이유로,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초등학교 시험 문제에 오답률이 치솟았던 사건처럼 말이죠. 이는 인지 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가 말했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지요.
배달(delivery) 업종 사업자가 발음의 유사성에 기반해서 고안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본래 ‘배달의 민족’이라는 관용어구에서 말하는 ‘배달’은 대체로 ‘박달’이 변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박달은 박달나무를 가리키며, 그 박달나무 단(檀)이라는 글자를 쓰는 임금(君), 즉 단군(檀君)으로부터 비롯했다고 생각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배달의 민족’이라는 수사는 ‘우리는 단군의 자손’, ‘단군을 위시로 한 한민족’이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이곤 합니다.
물론 그 출처는 20세기에 만들어진 『규원사화』라는 위서(僞書)이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문구는 무언가 단합이 요청될 때, 혹은 위기 극복이 필요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소환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민족주의 과열로부터 국가 간 문화 전쟁까지
최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과열된 민족주의로 인해 소위 문화 전쟁이 한창입니다. 김치나 한복의 원류가 중국이라고 나서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민족주의의 과잉과 그로 인한 문화 전쟁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도 상당하고, 이러한 민족주의의 기저에 깔린 감정은 ‘열등감’이라는 지적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와 같이 소속감과 소속 의지를 활활 불태우는 민족주의를 언급하기 이전에,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단군을 위시로 한, 배달의 민족, 한민족, 단일민족이 맞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정말 단군의 시대, 고조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단일한 민족을 구성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민족을 규정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또, “지금과 같은 분단 상황에도 단일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유효할까?”와 같은 물음들이 연달아 생겨납니다.
존경하는 박대재 교수님께 여쭙습니다.
[이달의 질문] 우리는 단일민족인가요? / 질문자 - 최슬기(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원)
Q.
우리는 단일민족인가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와 같은 생각을 했으며, 이 생각은 어떤 질곡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나요?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원.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한국고중세사 강사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에서 「위만조선과 흉노의 ‘예구’ 교역」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6년에 구성된, 신진역사연구자 모임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미디어팀’에서 현재까지 ‘역사공작단’이라는 역사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저로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서해문집)이 있다. 매 순간 의미를 추구하며 존재와 의식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 이달의 질문 -
최슬기
2021-06-09
본래 ‘배달의 민족’이라는 관용어구에서 말하는 ‘배달’은 대체로 ‘박달’이 변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박달은 박달나무를 가리키며, 그 박달나무 단(檀)이라는 글자를 쓰는 임금(君), 즉 단군(檀君)으로부터 비롯했다고 생각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배달의 민족’이라는 수사는 ‘우리는 단군의 자손’, ‘단군을 위시로 한 한민족’이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이곤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된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주문!”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서 하는 식사보다 소수의 사람들끼리 배달을 시켜서 식사하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미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던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곳의 매출 차이가 발생했고,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요식업계들은 재빨리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배달의 민족, 주문!”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수차례 들을 수 있지요.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거, 광고 참 잘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앱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에서는 배우가 고구려 벽화인 무용총 수렵도를 배경으로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말을 탄 채로, 손에는 활이 아니라 철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실로 한 번에 각인되는 광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고구려 벽화 <무용총 수렵도>
‘배달의 민족’ 광고 (이미지 출처: 배달의 민족 Youtube 채널)
그런데 한편으로 ‘요즘 사람들, 배달의 민족에서 배달이 정말 그 배달(配達, delivery)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마치, 침대 광고 카피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였던 이유로,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초등학교 시험 문제에 오답률이 치솟았던 사건처럼 말이죠. 이는 인지 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가 말했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지요.
배달(delivery) 업종 사업자가 발음의 유사성에 기반해서 고안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본래 ‘배달의 민족’이라는 관용어구에서 말하는 ‘배달’은 대체로 ‘박달’이 변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박달은 박달나무를 가리키며, 그 박달나무 단(檀)이라는 글자를 쓰는 임금(君), 즉 단군(檀君)으로부터 비롯했다고 생각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배달의 민족’이라는 수사는 ‘우리는 단군의 자손’, ‘단군을 위시로 한 한민족’이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이곤 합니다.
물론 그 출처는 20세기에 만들어진 『규원사화』라는 위서(僞書)이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문구는 무언가 단합이 요청될 때, 혹은 위기 극복이 필요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소환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민족주의 과열로부터 국가 간 문화 전쟁까지
최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과열된 민족주의로 인해 소위 문화 전쟁이 한창입니다. 김치나 한복의 원류가 중국이라고 나서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민족주의의 과잉과 그로 인한 문화 전쟁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도 상당하고, 이러한 민족주의의 기저에 깔린 감정은 ‘열등감’이라는 지적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와 같이 소속감과 소속 의지를 활활 불태우는 민족주의를 언급하기 이전에,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단군을 위시로 한, 배달의 민족, 한민족, 단일민족이 맞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정말 단군의 시대, 고조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단일한 민족을 구성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민족을 규정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또, “지금과 같은 분단 상황에도 단일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유효할까?”와 같은 물음들이 연달아 생겨납니다.
존경하는 박대재 교수님께 여쭙습니다.
[이달의 질문] 우리는 단일민족인가요? / 질문자 - 최슬기(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원)
Q. 우리는 단일민족인가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와 같은 생각을 했으며, 이 생각은 어떤 질곡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나요?
6월 [이달의 질문]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 지난 글: 5월 [이달의 답변] ‘위’만 보다가 색깔은 사라지고 컬러만 남아
- 다음 글: 6월 [이달의 답변] 언제부터 우리를 단일민족이라 불렀는가?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원.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한국고중세사 강사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에서 「위만조선과 흉노의 ‘예구’ 교역」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6년에 구성된, 신진역사연구자 모임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미디어팀’에서 현재까지 ‘역사공작단’이라는 역사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저로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서해문집)이 있다. 매 순간 의미를 추구하며 존재와 의식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작가적 상상력’을 빙자한 또 다른 역사 폭력의 가능성
최형국
언제부터 우리를 단일민족이라 불렀는가?
박대재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