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질문] “저분들은 왜 나라 하나 세우려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 질문자 -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Q. “저분들은 왜 나라 하나 세우려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저분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그리고 “왜 ‘나’는 그런 ‘대한민국’의 ‘국민’, 즉 ‘국가 시민’으로, 계속 살아야 할까?”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김용택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 두 선생님에게 어리석은 물음에 대한 지혜로운 응답을 구합니다.
[이달의 답변] / 답변자 - 김용택(퇴임 교사,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
A. 주권자가 주인인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아무리 이상적인 헌법을 만들어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태도 그리고 주인 정신, 관용의 정신, 합리적 정신과 태도, 의무 수행과 준법 정신, 공동체 의식……’과 같은 시민 의식을 갖추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국가란 나에게 무엇인가.’ 제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 단체인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의 이사이기도 한 홍윤기 동국대 교수께서 보내준 “나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인가”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한참 망설였습니다. ‘나와 국가’ 간의 관계가 너무 생소한 거대 담론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홍 교수님의 “오랜 세월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시면서 어린 제자들을 성인으로 만드신 그 교사의 길에서 체득하신 지혜를 이런 식으로나마 구해내어 저뿐만 아니라 뒷날 오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울 때마다 들여다보는 거울일 수 있도록……” 써 달라는 부탁에 용기를 내 감히 도전해 봅니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해석들
국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은 학자에 따라 다르다. 어떤 학자는 국가를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그리고 외부 침략의 위협으로부터 인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학자는 국가란 ‘소수의 지배 계급이 다수의 피지배 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기 위한 도구’라고 정의한다. 다원론적 국가관이나 일원론적 국가관인가? 또는 국가주의 국가론자인가, 자유주의 국가론자인가, 목적론적 국가론자인가…… 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 평생을 몸담고 사는 대한민국은 나에게 무엇인가?
‘만인은 자연적으로 평등하다’라고 주장한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국가란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세속의 신’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완전무결한 제도가 아니다.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는 제도의 한계로 최악의 지도자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선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현실에서 주권자들은 자기가 가진 권리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 아니 주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었는가? 지난 세월, 제주 4·3 사건, 4·19 혁명, 5·16 군사 정변, 12·12 군사 반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의 과정에서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예우했는가?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하면 그것은 권력이 아닌 폭력이 된다.
지켜지지 않은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
헌법재판소 로고(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이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국가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은 상해 임시 헌장 제1조에도, 쿠데타로 주권을 강탈한 박정희의 유신 헌법 제1조에도 그대로였으며 6월 항쟁의 결과로 만든 제9차 개헌 현행 헌법에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4·19 혁명 정부를 무너뜨리고 유신 헌법을 만들어 영구 집권을 꿈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어 국민을 ‘민족중흥’을 위해 태어났다면서 헌법 전문에 “3·1 운동의 숭고한 독립 정신과 4·19 의거 및 5·16 혁명의 이념을 계승하고……”라고 5·16을 혁명이라고 역사를 왜곡했다. 그렇다면 국가는 정말 홉스의 주장처럼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는가?
헌법 정신의 기초는 불의에의 저항
전교조 출범 장면(이미지 출처 : 전교조)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됐을 때 당시 문교부(현재의 교육부)가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라며 일선 교육청에 내려보낸 공문에 적힌 일부 표현이다. 당시 문교부는 이런 교사를 찾아내 1,527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 문집이나 학급 신문을 내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생활 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직원 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이런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내면 어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것일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우리 헌법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정 선거로 주권을 유린한 이승만 정부에 저항한 4·19 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과 촛불로 국가 폭력에 맞서 주권을 지킨 정신……. 우리 헌법은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이 곧 정의요, 그런 정신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또 헌법 제1조의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내 몸집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성한 다리를 절룩거리며,/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아주 공갈 사회책/따지기만 하는 산수책/외우기만 하는 자연책/부를 게 없는 음악책/꿈이 없는 국어책/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
1975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쓴 ‘내 무거운 책가방’이라는 시다. 학생들이 이런 반교육을 받고 있는데 교사는 지식만 암기시켜 일류 학교를 진학시키는 역할만 해야 할까? 이런 현실에서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순종이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게 교육자가 할 일일까?
국가 폭력 희생 외면 안 돼, 민주 시민 교육도 시급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는 주권자가 준 권력을 빨갱이 딱지를 붙여 양심적인 학자나 정적을 제거하기도 하고 이데올로기로 차별을 정당화하는가 하면 3S(Sports, Sex, Screen) 정책으로 선량한 국민의 눈을 가리는 폭력을 정당화했다. 제주 4·3 항쟁을 비롯해 부마 민주 항쟁, 6월 항쟁 그리고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가 폭력을 자행했을 때 주권자인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일제 강점기 시절, 3·1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국민은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총칼 앞에서 저항을 멈추지 않고 의연히 맞섰다.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은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반교육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가르치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불의에 맞서 저항해야 하는가?
1989년 “우리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참교육을 하겠다”라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했을 때 국가는 끝내 탈퇴 각서를 쓰지 않은 1,527명을 파면 혹은 직권 면직시켰다. 그로부터 5년, 국가는 특별법에 의해 해직 교사를 ‘신규 채용’이라는 형식으로 복직을 시켰다. 13년 후 5년간 해직 기간 동안 아무런 보상도 없이 ‘민주화 유공자 관련 증’ 한 장으로 해직 교사들의 희생을 무마시켰다. 1989년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했던 해직 교사들은 32년이 지난 지금 백발의 모습이 되어, 전국 17개 시·도의 교육청과 교육부 앞에서 “32년을 기다렸다. 89년 해직 교사 원상회복시켜라.”라며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했기에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한 교사들의 희생을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적으로 명시한다고 해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31조 ⑤항에는 의무 교육 외에도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교육을 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가치 혼란의 시대, 급변하는 사회에서 참된 민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전근대적인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독재 정권이 만든 이데올로기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 아집, 흑백 논리, 표리부동, 왜곡, 은폐……’와 같은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청산할 수 있도록 민주 시민 교육, 평생 교육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헌법을 만들어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태도 그리고 주인 정신, 관용의 정신, 합리적 정신과 태도, 의무 수행과 준법 정신, 공동체 의식……’과 같은 시민 의식을 갖추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헌법대로 살고 정치하는 나라는 언제쯤
불평등
주권자들이 헌법대로 살고 국가는 헌법대로 정치를 하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주권을 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도록 재사회화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국민이 준 권력을 뒤엎고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한 상태에서 유신 헌법을 만들기도 하고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국민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건국 102주년, 정부 수립 73년을 맞았지만, 주권자들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모든 국민이 누리고 있는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1,755달러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칫하고 있지만, 우리도 이제 G7(주요 선진국 7개국) 대열에 진입하게 됐다.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주권자들은 행복추구권을 수치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말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는 최대한 늦게 낳는다는 ‘키즈 딜레이(kids dela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 위기는 ‘빈부격차’, ‘양극화’라는 짙은 그림자가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를 전례 없이 벌려놓고 있는 코로나 위기를 국가는 주마간산 격으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차별 없는 세상,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 헌법 10조 시대는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
‘평등’, ‘차별금지’ 헌법 정신과 너무 먼 현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에서 펴낸 <손바닥 헌법책>(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리 헌법 제1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헌법이 지향하는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2007년 12월,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임기가 만료돼 심의조차 못 하고 자동폐기됐다. 그 후 제18대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됐는가 하면 제19대 국회에서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촛불 정부조차 외면하고 있는 차별 없는 세상, 2007년부터 시도했던 차별금지법은 14년째인 지금까지 ‘입법 시도’ 중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 가치다.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안한 학생 인권 조례는 2006년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된 후 현재 17개 시·도 중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에서만 통과,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해야 할 학생들의 인권이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멈춘다는 부끄러운 현실은 아직도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 차별이 정당화되고 인권이 실종된 현실을 언제까지 주마간산 격으로 지켜 보고 있어야 할까?
2016년 3월 1일 국회의원회관 별관에서는 ‘헌법을 읽어서 주권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앞당기자’라며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이 창립됐다. 국가가 헌법대로 정치를 하고 국민은 헌법대로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은 헌법 전문과 본문 130조 그리고 부칙 6조가 담긴 손바닥 크기의 『손바닥 헌법책』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해 현재 50만 권이 보급됐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생활 지도 규정으로 처벌받는 교칙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학급 헌법을 만들어 실천하는 학교도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의 이러한 노력은 전국 17개 시·도에 지부와 지회 그리고 상해 지부까지 조직하도록 만들었고 헌법 교육과 『손바닥 헌법책』 보급 운동 그리고 가정 헌법 만들기 사업을 통해 생활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나라를 위한 개인이 아닌 개인을 위한 나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미지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헌법 10조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19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런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가?
전문과 본문 130조 그리고 부칙 6조의 헌법을 읽고 암기한다고 헌법 10조 시대, 주권자들이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권자들이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버리고 민주시민 의식을 갖추었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 각 시·도의 진보적인 성향의 교육감들은 학교 민주화를 위해 혁신 학교를 만들고 학생 선택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입시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주입식 교육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과 같은 몇몇 시민 운동 단체들의 노력만으로 헌법이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이 실현되는 헌법 10조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까?
홍윤기 교수님! 부탁하신 글을 마무리하면서 교수님께 빚을 진 기분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국가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거대 담론을 ‘저 같은 백면서생이 쓸 수 있는 주제가 못 된다’라고 사양해야 할 것을…… 다 써놓고 보니 그런 후회가 듭니다. 교수님은 저보고 공부를 더 하라는 주문이었겠지만 이런 글을 읽는 독자들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제 다른 방법으로 혼내시고 다음부터는 이런 주제 주지 마십시오. 흡족하지 못한 글 쓴 사과하는 뜻으로 다음 사석에서 만나면 막걸리라도 사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전직 교사. 마산여상 등 경남교육청 관내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정년 퇴임. 전교조 활동으로 5년간 해직. 전교조 부위원장,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 경남교육감 정책자문위원, 세종시교육감 정책자문위원, 미르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등 역임.
2016년부터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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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가 주인인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 이달의 답변 -
김용택
2021-04-12
[이달의 질문] “저분들은 왜 나라 하나 세우려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 질문자 -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Q. “저분들은 왜 나라 하나 세우려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저분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그리고 “왜 ‘나’는 그런 ‘대한민국’의 ‘국민’, 즉 ‘국가 시민’으로, 계속 살아야 할까?”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김용택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 두 선생님에게 어리석은 물음에 대한 지혜로운 응답을 구합니다.
[이달의 답변] / 답변자 - 김용택(퇴임 교사,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
A. 주권자가 주인인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아무리 이상적인 헌법을 만들어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태도 그리고 주인 정신, 관용의 정신, 합리적 정신과 태도, 의무 수행과 준법 정신, 공동체 의식……’과 같은 시민 의식을 갖추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국가란 나에게 무엇인가.’ 제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 단체인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의 이사이기도 한 홍윤기 동국대 교수께서 보내준 “나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인가”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한참 망설였습니다. ‘나와 국가’ 간의 관계가 너무 생소한 거대 담론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홍 교수님의 “오랜 세월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시면서 어린 제자들을 성인으로 만드신 그 교사의 길에서 체득하신 지혜를 이런 식으로나마 구해내어 저뿐만 아니라 뒷날 오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울 때마다 들여다보는 거울일 수 있도록……” 써 달라는 부탁에 용기를 내 감히 도전해 봅니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해석들
국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은 학자에 따라 다르다. 어떤 학자는 국가를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그리고 외부 침략의 위협으로부터 인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학자는 국가란 ‘소수의 지배 계급이 다수의 피지배 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기 위한 도구’라고 정의한다. 다원론적 국가관이나 일원론적 국가관인가? 또는 국가주의 국가론자인가, 자유주의 국가론자인가, 목적론적 국가론자인가…… 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 평생을 몸담고 사는 대한민국은 나에게 무엇인가?
‘만인은 자연적으로 평등하다’라고 주장한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국가란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세속의 신’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완전무결한 제도가 아니다.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는 제도의 한계로 최악의 지도자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선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현실에서 주권자들은 자기가 가진 권리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 아니 주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었는가? 지난 세월, 제주 4·3 사건, 4·19 혁명, 5·16 군사 정변, 12·12 군사 반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의 과정에서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예우했는가?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하면 그것은 권력이 아닌 폭력이 된다.
지켜지지 않은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
헌법재판소 로고(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이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국가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은 상해 임시 헌장 제1조에도, 쿠데타로 주권을 강탈한 박정희의 유신 헌법 제1조에도 그대로였으며 6월 항쟁의 결과로 만든 제9차 개헌 현행 헌법에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4·19 혁명 정부를 무너뜨리고 유신 헌법을 만들어 영구 집권을 꿈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어 국민을 ‘민족중흥’을 위해 태어났다면서 헌법 전문에 “3·1 운동의 숭고한 독립 정신과 4·19 의거 및 5·16 혁명의 이념을 계승하고……”라고 5·16을 혁명이라고 역사를 왜곡했다. 그렇다면 국가는 정말 홉스의 주장처럼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는가?
헌법 정신의 기초는 불의에의 저항
전교조 출범 장면(이미지 출처 : 전교조)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됐을 때 당시 문교부(현재의 교육부)가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라며 일선 교육청에 내려보낸 공문에 적힌 일부 표현이다. 당시 문교부는 이런 교사를 찾아내 1,527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 문집이나 학급 신문을 내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생활 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직원 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이런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내면 어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것일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우리 헌법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정 선거로 주권을 유린한 이승만 정부에 저항한 4·19 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과 촛불로 국가 폭력에 맞서 주권을 지킨 정신……. 우리 헌법은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이 곧 정의요, 그런 정신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또 헌법 제1조의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내 몸집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성한 다리를 절룩거리며,/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아주 공갈 사회책/따지기만 하는 산수책/외우기만 하는 자연책/부를 게 없는 음악책/꿈이 없는 국어책/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
1975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쓴 ‘내 무거운 책가방’이라는 시다. 학생들이 이런 반교육을 받고 있는데 교사는 지식만 암기시켜 일류 학교를 진학시키는 역할만 해야 할까? 이런 현실에서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순종이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게 교육자가 할 일일까?
국가 폭력 희생 외면 안 돼, 민주 시민 교육도 시급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는 주권자가 준 권력을 빨갱이 딱지를 붙여 양심적인 학자나 정적을 제거하기도 하고 이데올로기로 차별을 정당화하는가 하면 3S(Sports, Sex, Screen) 정책으로 선량한 국민의 눈을 가리는 폭력을 정당화했다. 제주 4·3 항쟁을 비롯해 부마 민주 항쟁, 6월 항쟁 그리고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가 폭력을 자행했을 때 주권자인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일제 강점기 시절, 3·1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국민은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총칼 앞에서 저항을 멈추지 않고 의연히 맞섰다.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은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반교육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가르치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불의에 맞서 저항해야 하는가?
1989년 “우리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참교육을 하겠다”라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했을 때 국가는 끝내 탈퇴 각서를 쓰지 않은 1,527명을 파면 혹은 직권 면직시켰다. 그로부터 5년, 국가는 특별법에 의해 해직 교사를 ‘신규 채용’이라는 형식으로 복직을 시켰다. 13년 후 5년간 해직 기간 동안 아무런 보상도 없이 ‘민주화 유공자 관련 증’ 한 장으로 해직 교사들의 희생을 무마시켰다. 1989년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했던 해직 교사들은 32년이 지난 지금 백발의 모습이 되어, 전국 17개 시·도의 교육청과 교육부 앞에서 “32년을 기다렸다. 89년 해직 교사 원상회복시켜라.”라며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했기에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한 교사들의 희생을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적으로 명시한다고 해서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31조 ⑤항에는 의무 교육 외에도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교육을 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가치 혼란의 시대, 급변하는 사회에서 참된 민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전근대적인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독재 정권이 만든 이데올로기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 아집, 흑백 논리, 표리부동, 왜곡, 은폐……’와 같은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청산할 수 있도록 민주 시민 교육, 평생 교육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헌법을 만들어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태도 그리고 주인 정신, 관용의 정신, 합리적 정신과 태도, 의무 수행과 준법 정신, 공동체 의식……’과 같은 시민 의식을 갖추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헌법대로 살고 정치하는 나라는 언제쯤
불평등
주권자들이 헌법대로 살고 국가는 헌법대로 정치를 하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주권을 바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도록 재사회화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국민이 준 권력을 뒤엎고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한 상태에서 유신 헌법을 만들기도 하고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국민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건국 102주년, 정부 수립 73년을 맞았지만, 주권자들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모든 국민이 누리고 있는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1,755달러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칫하고 있지만, 우리도 이제 G7(주요 선진국 7개국) 대열에 진입하게 됐다.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주권자들은 행복추구권을 수치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말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는 최대한 늦게 낳는다는 ‘키즈 딜레이(kids dela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 위기는 ‘빈부격차’, ‘양극화’라는 짙은 그림자가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를 전례 없이 벌려놓고 있는 코로나 위기를 국가는 주마간산 격으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차별 없는 세상,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 헌법 10조 시대는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
‘평등’, ‘차별금지’ 헌법 정신과 너무 먼 현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에서 펴낸 <손바닥 헌법책>(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리 헌법 제1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헌법이 지향하는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2007년 12월,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임기가 만료돼 심의조차 못 하고 자동폐기됐다. 그 후 제18대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됐는가 하면 제19대 국회에서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촛불 정부조차 외면하고 있는 차별 없는 세상, 2007년부터 시도했던 차별금지법은 14년째인 지금까지 ‘입법 시도’ 중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 가치다.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안한 학생 인권 조례는 2006년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된 후 현재 17개 시·도 중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에서만 통과,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해야 할 학생들의 인권이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멈춘다는 부끄러운 현실은 아직도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 차별이 정당화되고 인권이 실종된 현실을 언제까지 주마간산 격으로 지켜 보고 있어야 할까?
2016년 3월 1일 국회의원회관 별관에서는 ‘헌법을 읽어서 주권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앞당기자’라며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이 창립됐다. 국가가 헌법대로 정치를 하고 국민은 헌법대로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은 헌법 전문과 본문 130조 그리고 부칙 6조가 담긴 손바닥 크기의 『손바닥 헌법책』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해 현재 50만 권이 보급됐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생활 지도 규정으로 처벌받는 교칙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학급 헌법을 만들어 실천하는 학교도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의 이러한 노력은 전국 17개 시·도에 지부와 지회 그리고 상해 지부까지 조직하도록 만들었고 헌법 교육과 『손바닥 헌법책』 보급 운동 그리고 가정 헌법 만들기 사업을 통해 생활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나라를 위한 개인이 아닌 개인을 위한 나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미지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헌법 10조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19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런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가? 전문과 본문 130조 그리고 부칙 6조의 헌법을 읽고 암기한다고 헌법 10조 시대, 주권자들이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권자들이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버리고 민주시민 의식을 갖추었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 각 시·도의 진보적인 성향의 교육감들은 학교 민주화를 위해 혁신 학교를 만들고 학생 선택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입시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주입식 교육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과 같은 몇몇 시민 운동 단체들의 노력만으로 헌법이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이 실현되는 헌법 10조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까?
홍윤기 교수님! 부탁하신 글을 마무리하면서 교수님께 빚을 진 기분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국가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거대 담론을 ‘저 같은 백면서생이 쓸 수 있는 주제가 못 된다’라고 사양해야 할 것을…… 다 써놓고 보니 그런 후회가 듭니다. 교수님은 저보고 공부를 더 하라는 주문이었겠지만 이런 글을 읽는 독자들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제 다른 방법으로 혼내시고 다음부터는 이런 주제 주지 마십시오. 흡족하지 못한 글 쓴 사과하는 뜻으로 다음 사석에서 만나면 막걸리라도 사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4월 [이달의 답변] 주권자가 주인인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⑯
4월 [이달의 질문] 3·1혁명 102주년 오늘, ‘나’에게 ‘이 나라’,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⑮
3월 [이달의 답변] 설사 시간의 흐름이 환상일지라도 ⑭
전직 교사. 마산여상 등 경남교육청 관내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정년 퇴임. 전교조 활동으로 5년간 해직. 전교조 부위원장,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 경남교육감 정책자문위원, 세종시교육감 정책자문위원, 미르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등 역임.
2016년부터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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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혁명 102주년 오늘, ‘나’에게 ‘이 나라’, ...
홍윤기
진정한 애국심은 평등한 자유 시민의 공화국에서만
윤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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